본질에 입각한 스포츠 SUV- 레인지로버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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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ROVER RANGE ROVER SPORT
본질에 입각한 스포츠 SUV

 

온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한다고 해서 본질을 놓친 것은 아니다. 스포티하게 다듬은 겉모습 뒤로는 여전히 SUV 명가의 피가 흐르고 있다. 평평하게 다져진 아스팔트는 물론 불규칙이 난무하는 험로를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여유롭게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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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에게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남다르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랜드로버의 모회사 포드 PAG(Premier Automotive Group)를 이끌었던 볼프강 라이츨레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인물이었다. 그는 오프로드에 특화된 레인지로버가 아닌, 아우토반에서도 거뜬한 사막 위의 롤스로이스를 열망했다. SUV는 응당 오프로드여야 한다는 시장의 진부한 관념을 깨고 싶어 했다. 그의 이런 바람은 랜드로버 디자인 디렉터 리처드 울리의 손을 통해 현실이 됐다. 2004년 북미국제오토쇼에 3도어 쿠페형 레인지 스토머 컨셉트가 나오더니 이듬해 양산형 레인지로버 스포츠 1세대가 시장에 출시된 것.


큼직한 차체는 바탕이 되는 레인지로버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릴을 날렵하게 다듬고 프론트 펜더에 에어덕트를 마련해 차별화를 꽤했다. 2013년에 나온 2세대는 범퍼와 루프 라인까지 달리해 캐릭터를 확실히 했고 550마력의 LR-V8 5.0L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을 얹은 고성능 모델 SVR까지 출시, 아우토반은 물론 서킷도 아우르는 SUV로 거듭났다. 지금은 자동차 업계를 떠나 독일의 한 화학 회사에 몸담고 있는 라이츨레가 먼발치에서 이 차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새로움을 향한 한 개인의 갈구가 신선하고 흥미로우며 자극적인 SUV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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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더하다
1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기존 레인지로버에 약간의 역동성만 가미했다면, 2세대는 올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 생김새부터 달리해 진정한 단일 모델로 나섰다. 조금 더 역동적으로 다듬어진 디자인도 이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요소. 그릴을 보다 맵시 있게 수정하고 프론트 펜더와 후드 에어덕트를 입체적으로 디자인해 강렬한 첫 인상을 구현했다. 큼직한 21인치 알로이 휠과 듀얼 배기 파이프는 이런 이미지를 한층 보강해주는 부분. 스포츠 SUV로 손색이 없는 모양새다. 여기에 275/45 R21 사이즈의 올라운드형 콘티넨탈 콘티크로스콘텍트 LX 스포트 타이어에서는 온로드를 지향하면서도 오프로드도 놓치지 않겠다는 랜드로버의 개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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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면서도 정갈하게 다듬은 눈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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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인치 알로이 휠은 275/45 R21 사이즈의 올라운드형 콘티넨탈 콘티크로스콘텍트 LX 스포트를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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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아가미처럼 생긴 에어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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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지로버 ‘스포츠’임을 암시하는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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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와 디자인 통일감을 이루는 테일램프


스포츠 기어노브와 패들시프트, 그리고 스포츠 시트가 들어찬 실내는 외관보다 정도는 덜하지만 동일한 디자인 기조를 이어간다. 대시보드나 센터페시아는 단정한 레이아웃을 드러내고 가죽과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마감재는 1세대와 달리 빈틈없이 맞물려 오차를 찾아보기 힘들다.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내장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스마트폰 부럽지 않은 반응속도로 각종 기능을 깔끔하게 제공하는데, 신속·정확한 내비게이션은 물론 선명한 후방 및 360도 카메라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여준다. 이외에 주행정보를 지원하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두 개의 큰 원과 길쭉한 바늘로 구성된 아날로그 그래픽과 내비게이션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내비게이션 뷰의 두 가지를 구현한다. 기본 784L인 적재용량은 60:40 비율로 접히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761L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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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돈된 센터페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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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인치 디스플레이는 선명한 화질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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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의 아날로그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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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의 내비게이션 그래픽​

 


현행 모델부터 사용된 LR-V6 3.0L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6,500rpm, 최대토크 45.9/3,500~5,000rpm을 낸다. 변속기는 ZF의 8단 자동. 0→시속 97km 가속을 6.8초(영국 기준)에 마무리짓고 안전최고속도는 시속 209km(영국 기준)를 찍는다. 기어노브를 S로 옮기면 노면을 치고 나가는 움직임이 더 빠릿빠릿해지는데, 고속영역까지 끈기 있게 이어가는 가속력 앞에 2톤이 넘는 무게가 단번에 숨을 죽인다. ECU가 서스펜션을 제어해 롤링을 잡아주는 다이내믹 리스폰스와 요(Yaw) 센서를 이용해 언더스티어를 방지하는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 그리고 각 바퀴에 토크를 적절하게 배분해 안정적인 곡선 주행을 가능케 하는 토크 벡터링은 서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코너를 가뿐히 돌아 나간다. 각도가 큰 커브도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 물론 1,780mm의 높은 키에서 오는 물리적 한계로 스포츠카처럼 아스팔트와 줄다리기하는 듯한 질긴 맛은 느낄 수 없지만 이런 덩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랜드로버의 노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초당 500회에 걸쳐 노면 상태를 감지하는 가변식 댐퍼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을 오간다. 영리한 움직임은 시종일관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하고 피로감을 낮춰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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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R-V6 3.0L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의 힘을 낸다


랜드로버에게 있어서 오프로드는 기본 중의 기본. 스포츠 모델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최저 -40도에서 최고 50도에 이르는 혹서와 혹한을 견디고 스웨덴 아르예플로그 얼음 평원부터 두바이 모래사막까지 약 8,500km의 거친 테스트를 완수했다. 아울러 강우량이 많은 몬순기후를 견디기 위해 8만5,000L에 달하는 물을 달갑게 맞았다. 다양한 지형과 날씨를 완벽하게 커버한다는 얘기. 기어노브 바로 아래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는 일반/눈길·자갈길/진흙길/모랫길 등 4가지 주행모드를 갖춘다. 65년의 노하우가 담긴 이 시스템은 각 모드에 따라 변속기와 센터 디퍼렌셜, 서스펜션 설정을 지형에 맞게 달리해 최적의 접지력을 찾는다. 눈길·자갈길 모드의 경우 한층 여유를 머금은 하체가 자잘한 충격을 쉴 새 없이 걸러냈다. 간헐적으로 패여 있는 노면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 자갈과 흙으로 미끄러운 코너에서는 센터 디퍼렌셜이 앞뒤 바퀴에 적정한 구동력을 분배, 트랙션을 잡는다. 참고로 더욱 화끈한 주행을 위한 다이내믹 모드와 바위 지형을 극복하기 위한 락 크롤링 모드는 옵션이다. 최대 도하 깊이는 850mm이고, 차의 안전을 위해 센터페시아의 10인치 디스플레이에 물이 어느 정도 차올랐는지 그래픽을 통해 알려줘 안심하고 계곡과 강을 넘나들 수 있도록 돕는다. 아주 잠깐 아스팔트를 벗어났을 뿐인데도 변화는 명확하다. 스포츠란 이름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정도. 평평하게 다져진 아스팔트는 물론 불규칙이 난무하는 험로를 여유롭게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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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노브 바로 아래 있는 터레인 리스폰스는 오토/스노/머드/샌드 등 네 가지 주행모드를 갖추고 있다

 

 

영역 확장의 토대
시작은 늘 그러하듯 불안과 기대를 안고 간다. 정통 오프로더 속 이단아로 남을 수도 있던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성공적인 시장 안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랜드로버 시장 영역 확장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온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강화한 SVR로 진화하는 한편 베이비 레인지로버인 이보크와 최근 공개된 벨라 탄생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오프로드×스포츠’의 개념을 구축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랜드로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매실적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 랜드로버 모회사 타타그룹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만2,721대에 불과했던 글로벌 판매량은 9년이 지난 2016년 8만6,915대로 껑충 뛰었고 이는 지난해 디스커버리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에 이어 브랜드 전체 판매량 3위에 해당하는 기록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성적은 1,419대. 시장의 크기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실적이다. 랜드로버가 지금까지도 ‘전통’과 ‘정통’에 머물러 있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아마도 SUV 명가로 입지는 더욱 굳건히 다졌겠지만 지금과 같은 신선하고 흥미로우며 자극적인 브랜드로의 성장은 이루지 못하지 않았을까.

문서우 기자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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