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품은 유럽 SUV- 포드 쿠가 & 피아트 5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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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D KUGA & FIAT 500X
미국을 품은 유럽 SUV


포드 쿠가는 드라이브트레인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형제 모델 이스케이프와 그 궤를 같이한다. 피아트 500X도 브랜드와 디자인을 배제한 플랫폼, 엔진, 사륜구동 시스템 등에서 지프 레니게이드와 한 몸을 이룬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델 사이에는 ‘미국을 품은 유럽 SUV’라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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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업계를 움직이는 제너럴 모터스, 포드 모터 컴퍼니, 크라이슬러의 지난 2008년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았다. 미국 사회를 강타한 서브 프라임 모지기 사태가 소비 시장의 위축을 가져왔고, 여기에 달러화 약세에서 비롯된 고유가까지 겹치면서 중·대형차에 집중돼 있던 세 회사의 모델 라인업이 빠르게 판매동력을 잃어갔다.


결국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는 미국 정부를 향해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제너럴 모터스는 4개 브랜드, 14개 공장 폐쇄라는 극단적 조치 끝에 회생을,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에 지분 100%를 넘기면서 피아트 SpA의 자회사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정부 지원 대신 독자 생존을 선택한 포드 모터 컴퍼니도 방만했던 회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원 포드 전략을 발표, 모델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볼보, 재규어, 애스턴마틴 등 다수의 브랜드를 매각하는 등 자체적으로 살길을 마련했다.


이번에 시승한 포드 쿠가와 피아트 500X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 아래 만들어졌다. 두 회사의 위기는 쿠가-이스케이프가 동일한 플랫폼과 디자인을 품고 500X-레니게이드가 이탈리아 멜피 사타 공장에서 브랜드 및 디자인만 바뀐 채 형제 모델로 생산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렇게 탄생한 두 차는 대서양을 넘나드는 새로운 토대를 발판 삼아 브랜드 성장의 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포드 쿠가의 경우 2016년 유럽 미드사이즈 SUV 세그먼트에서 11만9,433대가 팔리며 전체 6위를, 500X는 같은 해 유럽 스몰사이즈 SUV 세그먼트에서 10만4,931대가 판매되며 5위를 기록했다. 모두 2015년 대비 각각 1만6,969대, 3만669대 향상된 판매실적으로 올해 판매량 역시 낙관적인 상황. 국내에서는 지난해 쿠가가 936대, 500X가 211대 판매되며 별다른 반향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을 품은 두 유럽 SUV는 어두웠던 회사가 밝은 내일로 나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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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끄는 또렷한 정체성
원 포드 전략은 2세대 쿠가와 3세대 이스케이프에 동일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페이스리프트된 모델도 마찬가지. 겉모습은 독일에 있는 포드 쾰른 디자인 센터에서 완성했으며, 여기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스테판 람과 안드레아 디 부두오 등이 참여했다. 차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전면은 육각형의 그릴과 단정한 헤드램프, 입체적인 범퍼로 다부진 인상을 자아내는데, 유럽의 정교함과 미국의 대범함이 한 도화지 안에 적절히 녹아든 느낌이다. 하나의 모양새로 두 대륙을 커버해야 하기에 서로 다른 지역의 특성을 디자인적으로 융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500X는 피아트 500의 아기자기한 디자인 감성을 머금어 독창적인 스타일을 뽐낸다. 타원형의 헤드램프와 좌우로 길쭉한 그릴이 한눈에 봐도 피아트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몸집은 커졌지만 귀여움은 여전하다. 전반적인 실루엣은 이탈리안 디자이너 로베르토 지올리토의 손에서 구현됐고, 피아트 디자인 센터인 센트로 스틸레 피아트에서 다듬어졌다. 그래서인지 레니게이드와 형제 모델이라는 점을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로 개성 있는 모습이다. 생김새만 놓고 보면 두 차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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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타원형의 헤드램프가 한눈에 봐도 피아트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2. 225/45 R18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트3를 신은 18인치 알로이 휠이 감각적인 옆면을 만든다 3. 뒷500X 트림 라인업중 최상위 트림인 크로스 플러스에는 스포티한 D컷 스티어링 휠이 들어간다

 4. 기어박스가 동글동글 앙증맞은 조형미로 가득하다


쿠가의 실내는 디트로이트에서 마무리됐다. 외관은 유럽, 인테리어는 미국에서 완성된 셈. 하나의 포드에 걸맞은 구성이다. 모양새는 다분히 입체적인데, 스티어링 휠부터 계기판, 센터페시아, 기어노브에 이르기까지 굴곡이 명확해 시각적인 유희가 가득하다. 단조롭지 않아서 더 눈길이 간다. 주행 편의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페이스리프트를 맞아 깔끔한 그래픽과 신속한 반응속도를 자랑하는 새로운 것으로 교체됐다. 향상된 소프트웨어는 손끝을 통해 활기찬 움직임을 드러낸다. 스마트폰 연동 시스템인 애플 카플레이가 기본으로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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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드램프는 최적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빔 패턴을 상황에 맞게 조정한다 2. 18인치 알로이 휠은 235/501 R18 사이즈의 콘티넨탈 콘티스포트콘텍트5와 쌍을 이룬다 3. 스포티한 생김새를 지닌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오디오 시스템 등을 제어하는 여러 버튼으로 가득하다 4. 6단 DCT는 엔진의 동력을 네 바퀴로 신속하게 전달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포드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한 한글의 부재.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프로그램 자체가 한글을 인식할 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바뀔 필요성은 다분하다. 시트 구성은 전형적인 1열 2명, 2열 3명. 각 열의 공간은 넉넉하다. 트렁크공간도 부족함이 없으며 60:40으로 접히는 2열 시트를 접으면 보다 넓은 짐공간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두 손을 쓰지 않고 발동작만으로 트렁크 해치를 여닫을 수 있는 핸즈 프리 테일게이트로 편의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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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소 평범해 보이는 1열 2. 레그룸, 헤드룸 모두 넉넉하다

3. 기본 적재 용량은 406L고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1,603L까지 확장된다


 

500X 인테리어는 외관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간다. 동글동글하면서 깜찍한 스타일이 실내 곳곳에 들어차 있다. 봄바람마냥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어주는 생김새들로 가득하다. 시트와 도어 패널에 적용된 브라운 컬러 가죽은 푸근한 감성을 가미해주는 부분.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적재적소에 사용된 가죽이 자칫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플라스틱 패널을 보기 좋게 보완해준다.

 

센터페시아 위쪽 6.5인치 디스플레이에는 레니게이드를 비롯해 FCA 그룹 전 모델에 적용된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가는데, 편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그래픽에서부터 내비게이션, 반응속도에 이르기까지 완성도가 다소 미흡하다. 단조로운 그래픽 디자인과 불친절한 내비게이션, 여기에 반 박자 느린 터치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디자인에 해가 되는 테크놀로지랄까. 공간은 좁지도 넉넉하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 풍요롭지는 않지만 나름 안락한 구석이 있다. 트렁크공간도 의외로 넓은데, 60:40 비율의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더욱 넓은 적재공간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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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라운 가죽 시트로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2. 등받이가 다소 곧추서 있는 것이 흠

3. 2열을 모두 접으면 350L의 적재 용량이 1,000L로 늘어난다

뿌리가 느껴지는 몸놀림
쿠가의 주행질감은 녹색지옥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조율됐다. 대중적인 SUV의 몸놀림이 수퍼카도 버거워하는 장소에서 다듬어졌다는 얘기. 이에 대해 포드는 “빠른 랩타임보다 색다른 활동을 통한 긍정적 마케팅 효과를 거두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밝혔지만, 세계적인 서킷을 찾았다는 것 자체에서 이 회사가 지향하는 쿠가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S자 코스가 끝없이 펼쳐진 트랙을 경험한 덕분일까. 껑충한 키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시종일관 날렵한 움직임이 운전자를 즐겁게 하고 시원시원한 가속력 앞에서 그 기쁨은 배가된다. 아우디 SQ5, 포르쉐 마칸 등 강력한 스포츠 SUV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높은 시야만 제외하면 나름 스포티한 세단을 몰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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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


최고 180마력, 최대 40.8kg·m의 힘을 발휘하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은 6단 DCT와 만나 호기롭게 가속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더욱 빠릿빠릿한 변속으로 화끈함을 선사한다. 끈기도 좋아 고속영역까지 꾸준하게 힘을 가져간다. 반면 오프로드에서는 다소 답답한 움직임을 보이는데,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 네 바퀴에 최적의 구동력을 분배하는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듯 돌파력이 시원치 않다. 모래 바닥에서는 바퀴가 정신없이 헛돌기도 한다. 아무래도 쿠가는 불규칙이 난무하는 험로보다는 끈끈한 아스팔트 위가 더 잘 어울리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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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X는 의외로 단단한 주행감각을 펼친다. SUV임에도 불구하고 롤링과 피칭이 잘 잡힌 느낌. 불필요한 움직임을 잘 억제한다. 덕분에 추월을 하거나 굽이진 도로를 돌아나갈 때 불안감이 크지 않다. 미니 쿠퍼처럼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차에 들어가는 코니 FSD 쇼크 업소버가 장착돼 노면을 읽어 나가는 감각이 상당히 쫀쫀하다. 가속도 만족할 만한 수준.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이 최고 140마력, 최대 35.7kg·m의 힘을 내고 9단 자동변속기가 차근차근 단수를 높여 나가며 속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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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직분사 터보 엔진

 

 

기어노브 바로 아래에 있는 피아트 다이내믹 셀렉터를 스포츠 모드로 옮기면 한결 빨라진 변속에 속도계 바늘이 제법 탄력 있게 오른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지는데, 무게를 이동하면서 노면을 치고 나가는 맛이 꽤나 화끈하다. 오프로드에 진입하면 트랙션 플러스 모드가 빛을 발한다. 노면 상태가 비교적 고른 경우에는 전 구동력을 앞바퀴로 보내고 모래바닥처럼 바퀴가 헛돌 수 있는 상황에서는 앞뒤 바퀴에 적절한 구동력을 분배하며 뛰어난 험로 주파 능력을 과시한다. 생김새와는 다르게 터프한 기질이 있다. 지프 사륜구동 시스템을 이어받은 레니게이드의 움직임이 오버랩된다. 브랜드의 컬러로 인해 전혀 다른 외형을 갖고 있지만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참고로 실시간 구동력 분배 상황은 그래픽으로 전환돼 계기판 중앙 모니터에 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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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가 만들어낸 변화
쿠가와 500X는 전혀 다른 모델이지만 비슷한 배경을 품고 있다. 재기를 향한 노력의 흔적이 두 차 곳곳에 녹아 있다. 완성도 높은 모델로 소비자의 인정을 받고 더 나아가 브랜드 성장의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당찬 의지도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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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화된 포드의 판매 전략 아래 상품성을 담금질한 쿠가는 유럽과 미국에서 완성된 내·외관 디자인, 크고 작은 짐을 간편하게 싣고 내릴 수 있는 편의성,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거친 주행성능 등을 뽐낸다. 오프로드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도심형 SUV가 강세를 보이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문제될 사항은 아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것은 지극한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다. 500X는 레니게이드와 한 몸을 이루면서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사륜구동 시스템 등에서 간간히 공유의 자취가 느껴지기는 하나 브랜드 정체성을 듬뿍 담은 독창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이탈리안 SUV의 감각적인 존재감을 마음껏 과시한다.


위기는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두 대의 차는 미국을 품은 유럽 SUV라는 공통점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

 

문서우 기자 사진 최진호,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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