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대하는 5시리즈의 자세 - BMW 530i x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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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530i xDRIVE
미래를 대하는 5시리즈의 자세


누적판매 800만 대를 바라보는 5시리즈가 7세대로 진화했다. 카본 코어로 다이어트한 뼈대에 최신 운전보조기능을 담아낸 이 고급 세단에는 자율운전 시대를 향한 BMW의 야심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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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함과 적당함. 어느 쪽도 아닌 애매함과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움은 완전히 다른 말이면서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3과 7 사이의 5. 하지만 단순히 숫자 이야기는 아니다. BMW 5시리즈는 다른 의미로는 기함 7시리즈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 엔트리 모델 3시리즈(지금은 아니지만)에게 요구되는 사이즈와 가격의 속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지난 45년간 800만 대에 가까운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레이싱 엔진을 얹는 대담한 시도로 괴물 세단 M5를 탄생시킬 수도 있었다. 당당한 크기에 품격 넘치는 어퍼미들 세단이면서도 스포츠 감성을 곁들인 5시리즈는 서로 상반된 매력과 개성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성공 사례. 따라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꿈꾸는 메이커들에게는 언제나 닮고 싶은 선망의 존재이자 벤치마크 대상이었다.

새로운 얼굴과 익숙한 옆모습
지난 연말 사진이 처음 공개된 신형 5시리즈는 어느덧 7세대로 G30이라는 새로운 코드명을 달았다. 5세대까지 E를 붙이다가 6세대의 F, 그리고 이번에 G로 빠르게 전환되는 것은 최근 BMW의 모델 가짓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올 봄 제네바모터쇼에서는 코드네임 G31의 5시리즈 투어링(왜건)이 공개되며 그란투리스모 계열의 형제차 6시리즈 GT는 G32로 불린다.


신형 5시리즈의 변화는 혁신보다는 진화에 가깝다. 우선 디자인에서는 3시리즈의 앞트임 헤드램프와 7시리즈의 새로운 램프 디자인 등 최근 패밀리룩 변화를 집대성했다. 키드니 그릴은 각을 살리면서 둘레 크롬을 강조해 부각시켰고, 램프 커버를 그릴과 연결시켜 전면을 꽉 채웠다. 한층 과격해진 범퍼 아래 흡기구 디자인은 말끔한 눈매와 어울려 인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길고 납작해진 헤드램프에는 LED 기술을 심었다. 엔젤 아이 혹은 코로나링으로 불렸던 링 형태의 램프는 6세대 중간부터 위아래가 깎인 납작한 모양으로 바뀌더니 7세대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변했다. 더 이상 ‘링’이 아님은 아쉽지만 하이테크 냄새가 물씬 풍길 뿐 아니라 육각 형태가 키드니 그릴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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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니 그릴이 더욱 강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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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범퍼 아래쪽에 달린 레이더로 전방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2 전동식으로 여닫히는 트렁크는 깊은 대신 폭이 좁은 편이다
3 스포츠 감성이 넘치는 M 18인치 휠


얼굴은 완전히 달라졌다. 반면 옆모습에는 선대 DNA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휠베이스와 오버행의 비율은 물론 앞뒤창의 각도와 루프 라인, 호프마이스터킥(Hofmeister Kink, C필러와 옆창 사이의 꺾음선)의 형태 역시 판박이다. 물론 그대로 복사했을 리는 없다. 경사졌던 벨트 라인이 평평해진 반면 사이드 캐릭터 라인이 더해졌고 아래쪽에 사선 모양의 장식과 굴곡선이 추가되었다. 그 결과 조금 더 길어 보이면서도 한층 더 입체적이고 다이내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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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뱅글 시절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링으로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BMW 디자인은 뱅글이 떠난 후 이를 다듬고 안정화시켜 완성도를 높여왔다. 그런데 최근 폭스바겐/아우디에서 이적한 요제프 카반을 카림 하비브 후임(코어 브랜드 디자인 담당)으로 임명하면서 이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 카반은 폭스바겐 루포와 부가티 베이론 등을 디자인한 슬로바키아 출신 디자이너다.


7세대 5시리즈는 길이가 4,935mm로 이전 모델보다 36mm, 휠베이스는 2,975mm로 7mm 늘어나는 데 그쳤다. 어퍼미들 클래스의 차체는 이미 커질 대로 커진데다 기함과의 차별화를 고려한다면 더 이상의 몸집 불리기는 무의미하다. 대신 새로운 편의장비와 첨단 기능으로 라이벌과 차별화하고, 셔터식 그릴과 에어 커튼, 그 밖의 세부적인 공력 디자인을 정교하게 다듬어 공기저항계수(Cd)를 무려 0.22까지 끌어내렸다. 신개발 플랫폼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100kg 이상 가벼워졌다. BMW i를 개발하면서 노하우를 얻고 7시리즈에서 적용된 카본 기술 덕분이다. 스틸/알루미늄 기본 뼈대에 루프 라인과 필러를 따라 카본복합소재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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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함을 닮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현행 7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센터페시아의 육각형 구조와 그 위에 얹은 돌출식 디스플레이는 물론 스티어링 휠 디자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클래스에 맞게 소재와 장식, 장비가 간략화되었다지만 구형보다 한결 화려하다. 개인적으로는 전자장비가 지나쳐 우주선을 조종하는 것 같았던 7시리즈보다는 좀 더 자동차에 가까운 5시리즈가 마음 편하다. 나무 질감을 잘 살린 우드트림이 멋스럽고 수제작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격자무늬 가죽시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운전석은 사이드 서포트를 전동식으로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은 레그룸이 더욱 넓어져 거주성이 좋아졌고 센터콘솔 뒤편 조작계도 고급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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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는 7시리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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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티칭이 멋스러운 컴포트 시트. 사이드 서포트가 조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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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프트레버 주변


모니터 방식의 계기판은 두 개의 원형 테두리가 속도계와 타코미터를 구분한다. 완전 모니터 방식인 편이 레이아웃의 자유도가 높지만 BMW는 익숙한 아날로그의 감성을 남겼다. 계기 레이아웃은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에코 모드에서는 타코미터 자리에 이피션트 다이내믹스의 회색제동 미터가 더해지거나 스포츠 모드에서는 빨간색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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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남긴 계기판

 


BMW는 i드라이브를 통해 자동차와 IT 기술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왔다.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일반 스마트 기기와 달리 운전 중에 사용한다는 제약이 있다. 따라서 회전시 노브 하나로 모든 기능을 조작하는 방식을 일찍부터 사용해왔다. 터치식 화면이라는 간단하고도 확실한 방법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조작해야 할 기능이 많아지면서 i드라이브 역시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화면을 직접 눌러 기능을 고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스처 조작까지 가능하다. 화면 앞에서 V자를 그리거나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는 일이 처음에는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무척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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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기존 조작방식 외에 터치와 동작 인식이 가능하다

 


조작계는 전통적인 회전식 노브와 기계식 푸시버튼, 터치식 버튼을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사용빈도가 높은 중요한 버튼은 조작자 가까이에 푸시버튼으로 마련한 반면 그래픽과 연동되는 스위치는 터치식으로 따로 모았다. 대형 터치 화면 하나로 공조장치까지 통합 처리하는 모델이 있는 마당에 다소 보수적인 접근법. IT와 전자장비 도입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인 BMW이지만 기존 운전자들의 익숙한 감각을 저버리지 않은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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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조 스위치 디자인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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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좌석 공조장치와 히터 스위치

4기통 터보로 6기통을 능가하다
시승차는 530i x드라이브로 4기통 2.0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었다. 이 차를 접하면 몇 가지 점에서 놀라게 된다. 우선 530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6기통이 아니라는 점과 4기통임에도 생각보다 엔진음이 작지 않다는 것. 그런데 막상 차를 타고 운전하면 아까 들었던 엔진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4기통답지 않은 강력한 성능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구형 5시리즈의 가솔린 엔진 라인업은 4기통 터보와 6기통 자연흡기, 6기통 터보 그리고 V8이 있었다. 반면 신형에서는 트윈파워 터보 엔진(직분사+터보)들로 교체된다. 이유는 물론 강화되는 배출가스와 연비규제 때문이다. 직분사와 더블 바노스 가변식 밸브 시스템으로 무장한 신형 엔진은 배기량이 2.0L에 불과하지만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발휘한다. 구형보다 출력은 7마력 늘었으면서도 연비가 개선되었고, CO₂ 배출량은 11% 줄어든 km당 126g.  
모듈식 구조를 통해 기통별은 물론(3~6기통) 가솔린/디젤 사이에서도 부품공유가 가능하다. 아울러 신텍(SYNTEC)이라 불리는 소재로 엔진 블록을 둘러쌌다. 엔진룸을 들여다보면 검은색 부직포 같은 소재가 블록을 감싸고 있는데, 외부 온도의 영향을 줄이는 한편 적정온도까지 빠른 상승을 돕고 소음 차단 역할도 한다. 결과적으로 경량화와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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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출력과 뛰어난 연비를 겸비한 4기통 직분사 터보 엔진

 


530i의 0→시속 100km 가속은 6.2초로 실제로도 액셀 페달을 밟으면 배기량을 의식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함이 느껴진다. 1,450~4,850rpm의 넓은 토크밴드는 저속부터 충분히 두텁고 꾸준하게 차체를 밀어주기 때문에 적어도 성능 면에 있어서는 6기통에 대한 갈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엔진과 변속기의 깔끔한 연계플레이는 한계에 달한 내연기관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반면 서스펜션은 무척이나 부드러워졌다. BMW는 고급차이면서도 전통적으로 스포츠 캐릭터가 특징이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코너를 날카롭게 휘젓는 감각은 다른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BMW만의 매력 포인트. 하지만 현행 3시리즈부터 노선을 바꾼 BMW는 신형 5시리즈 역시 이전보다 부드럽게 다듬었다. 이는 물론 보다 많은 고객들을 위한 선택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매력이라고는 해도 실제 즐기는 고객은 매우 한정적이고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승차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롤링이 커진 코너링과 한 박자 느린 스티어링 반응은 아쉽지만 대신 크루징 상황에서는 아늑한 승차감으로 충분히 보상한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0~210km의 폭넓은 속도 영역에 대응하기 때문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별도 조작이 필요 없다. 레이더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할 뿐 아니라 속도 조절 알고리즘이 한층 매끄러워져 어지간한 운전자에 버금간다. 반면 차선유지장치는 도로의 차선 상태가 좋지 못한 경우 갑자기 풀려버리는 등 개선의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처럼 직선도로를 몇 시간씩 달려야 하는 경우라면 매우 유용하고 편리한 장비임에 틀림없다.


부드러워진 서스펜션에 만족할 수 없는 고객에게도 선택권은 있다. M 스포츠 서스펜션을 장착할 경우 보다 높은 감쇄력에 지상고는 낮아지고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을 통해 감쇄력 조절도 가능하다. 여기에 적응식 롤링 억제장치인 다이내믹 드라이브(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바뀌었다)까지 더하면 BMW 본연의 스포츠 감각으로 코너를 헤집을 수 있다. 물론 추가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자율운전 시대를 대비하는 차
아직 공식 론칭 전인 신형 5시리즈는 사전 예약을 통해 수입 모델과 가격선이 알려졌다. 520d가 옵션 패키지(M스포츠/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와 x드라이브 유무에 따라 6,630~7,120만원, 가솔린 530i는 6,990만원부터 8,790만원으로 정해졌다. 시승차인 530i M 스포츠 패키지 플러스는 파란색 스포츠 브레이크와 고급스러운 나파가죽시트가 멋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포츠 댐퍼가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번 5시리즈 시승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엔진음에 처음 놀랐고, 와인딩에 들어섰다가 나긋나긋한 차체 움직임에 다시 한번 놀랐다. 3시리즈 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기자가 머릿속 BMW 이미지와는 너무도 다른 움직임에 ‘내가 지금 5시리즈를 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운전보조 시스템을 이용하다 보니 BMW의 고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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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된 운전보조장비들은 자율운전의 전초전이다​


지금 자동차 업계에서 자율운전 시대로의 전환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이를 먼저 받아들이게 될 프리미엄 메이커들에게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대응전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BMW의 선택 역시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에 몸을 맡기고 편히 쉴 수 있게 된 사람들은 더더욱 부드러운 승차감을 요구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신형 5시리즈를 처음 보았을 때 비교적 조용한 정상진화로 보이지만 사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실험의 일환이 아닐까? 아울러 미래를 예측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그들의 철저함에 약간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칠 변화의 파도가 결코 잔잔하지는 않겠지만 5시리즈라면 분명 그리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으리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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