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쿠가의 서(序)

20 운영자6 0 11,532

 

 FORD KUGA
쿠가의 서(序)

 

쿠가가 다부진 인상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넉넉한 공간, 탄탄한 주행감, 빵빵한 편의장비는 티구안의 아성을 넘보기 충분할 정도. 유럽 감각, 유럽 생산의 미국 브랜드 SUV라는 오묘한 아이덴티티는 더욱 뚜렷해졌다. 쿠가가 써나갈 서사시의 프롤로그가 이제 막 시작됐다.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6 

 

미셸 공드리는 프랑스의 영화감독이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이터널 선샤인’은 유럽 감성을 담은 미국 영화로 전세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세계 유수의 시상식에서 큰 상을 휩쓸었고, 상업영화가 아님에도 글로벌 총수입은 4,700만달러(약 538억원)를 넘어섰다.


포드 쿠가는 유럽 감각의 미국 브랜드 차다. 2세대 들어서부터 3세대 이스케이프와 이름, 엔진, 서스펜션 세팅을 제외한 대부분을 공유한다. 성격을 달리한 한 차종으로 다양한 시장을 공략하는 ‘원 포드’ 전략 때문이다. 하지만 두 차의 성격은 사뭇 다르다. 이스케이프는 가솔린 엔진을 얹고 미국에서, 쿠가는 디젤 엔진을 얹고 스페인에서 생산된다.


포드 코리아는 최근 대형 SUV 익스플로러와 준중형 SUV 쿠가로 수입 SUV 시장을 쌍끌이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쿠가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936대. 같은 기간 4,363대 팔린 익스플로러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쿠가를 시승하는 동안 문득 궁금해졌다. 유럽에서 만든 포드는 유럽 감성의 미국 영화와 어떤 점이 비슷하고 얼마나 다를까? 부분변경을 거친 쿠가가 잘난 형 익스플로러만큼이나 국내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존재감 더한 키네틱 디자인
포드 유럽의 디자인 DNA, ‘키네틱’을 주입한 쿠가는 더욱 존재감 넘치는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또렷해진 눈매와 커다란 육각 라디에이터 그릴은 다부진 인상을 준다. 기존 모델보다 테일램프 간격을 넓혀 후면부가 더욱 널찍해 보인다.
미국차 특유의 남성미를 풍기면서도 투박함을 찾아보긴 어렵다. 예리하게 도려낸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살포시 부풀려진 앞뒤 펜더, 날렵한 루프 라인 덕에 세련된 분위기마저 감돈다. 머플러는 좌우 두 개의 트윈 타입. 다소 엉성하게 느껴지던 이전 미국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다듬었다.


전고와 최저지상고가 높은 탓에 몸집이 꽤 커 보인다. 실제로 쿠가는 티구안(1세대)보다 길이 95mm, 휠베이스 85mm가 더 크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현대 투싼보다 크고 싼타페보단 작은 정도. 넉넉한 크기 덕분에 탑승공간도 넉넉하다. 6:4 풀플랫 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가 기특하지만, 몸이 겉도는 듯한 착좌감은 아쉽다. 짐공간은 기본 456L, 2열 시트를 접으면 1,653L까지 확장된다.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6

6:4 풀플랫 폴딩과 등받이 각도조절을 지원하는 2열 시트가 기특하지만, 몸이 겉도는 듯한 착좌감은 아쉽다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6
 짐공간은 456L가 기본. 2열 시트를 접으면 1,653L까지 확장된다


실내에선 큰 변화를 찾기 힘들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한 센터페시아와 입체적인 형상의 대시보드, 정통 SUV처럼 껑충한 시트, 파노라마 루프, 뒷좌석 트레이 테이블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새롭게 적용된 싱크3은 기존 감압식 터치 방식에서 정전식으로 바뀌고 싱크2에 비해 스마트폰 연동기능이 보강됐다. 애플 카플레이와 음성인식 기능 역시 적용되며, 포드가 애용해오던 소니 오디오도 그대로 들어갔다.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7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강조한 입체적인 디자인이 매력 포인트다. 싱크3의 명민함을 강조하듯 터치 디스플레이
주변부  형상이
로봇 얼굴을 닮았다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7

계기판 상단 정보창을 통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작동 상황과 구동력 배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7
변속레버를 P에 놓으면 공조기를 조작하기가 불편하다​


실내 곳곳의 버튼류 조작감은 유럽차 만큼이나 뛰어나다.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전달하는 차선유지경고장치,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 상황에 따라 스스로 제동을 하는 전방추돌경고장치, 핸즈프리 테일게이트 등 편의 및 안전장비가 주는 만족도 역시 높다. 다만, 사용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인상의 실내 구성은 아쉽다. 변속레버를 P에 놓으면 공조기 조작부와 간섭이 생기고, 움푹 들어간 터치 디스플레이 하단에 미디어 조작 버튼이 있어 조작편의성이 떨어진다. 
 
경쾌하고 믿음직한 주행감각
기존 모델과 마찬가지로 2.0L 디젤 엔진에 6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넉넉한 파워 역시 그대로다. 회전질감은 대개의 디젤 2.0L 엔진에 비해 부드러운 편. 속도를 쌓아가는 감각 역시 여유롭다. 발진 가속시 터보랙이 미세하게 느껴지긴 하나 대체로 매끄러우면서도 호쾌한 가속감이다. 특히 소음과 진동을 잘 걸러내, 프리미엄 SUV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정숙하다.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7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2.0L 디젤 엔진에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다


유럽에서 개발되고 뉘르부르크링에서 단련된 하체는 기대 이상이다. 미처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요철을 만나도 출렁거림 없이 ‘타탁’ 경쾌하게 넘어버린다. 고속 코너링에선 네 바퀴가 지면을 꽉 움켜쥐고 단단한 하체는 원심력에 완강히 저항한다. 경쾌한 무브먼트, 믿음직한 리바운드, 뛰어난 고속 안정성이 기대 이상의 운전재미를 준다.


토크 온 디맨드 시스템과 인텔리전트 AWD가 트랙션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전후좌우 네 바퀴에 적절한 힘을 분배한다. 눈 깜빡할 사이에 20번이나 주행 조건을 감지함으로써 노면적응력을 한껏 높인다. 라디에이터 그릴 안에 위치한 액티브 그릴 셔터는 방열뿐만 아니라 공력성능까지 탐내는 일거양득 아이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조사각 조절 및 저속 주행 코너링 램프를 지원하는 바이제논 HID 헤드램프, 후진 및 평행주차가 가능한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도 들어간다.


‘이터널 선샤인’은 탄탄한 구성과 독창적인 스토리로 2005년 유럽(제5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미국(제7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선 11년 만에 재개봉되어 다시 한번 짙은 여운을 남겼다.
쿠가를 시승하면서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비단 유럽 감각을 담은 미국 브랜드 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눈에 띄게 완숙해진 쿠가는 비로소 세계 어디서나 사랑받을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었다. 새로운 쿠가는 뛰어난 만듦새로 티구안과 캐시카이가 자리를 비운 수입 콤팩트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쿠가가 써나갈 서사시의 프롤로그가 이제 막 시작됐다.

 

김성래 기자 사진 포드 코리아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7

 

28fb022938ddc04a13ad6d8b84283438_1487917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0

, , , , , ,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

Hot

인기 Fabulous French Freak - 푸조 3008

댓글 0 | 조회 11,000 | 추천 0
PEUGEOT 3008Fabulous French Freak3008은 단 한 세대 만에 폭풍성장했다. 크로스오버라는 회색지대를 벗어나 이제 SUV 영역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덩치… 더보기
Hot

인기 성공예감 인피니티 Q30

댓글 0 | 조회 25,968 | 추천 0
INFINITI Q30성공예감실내 곳곳에 남아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자취가 눈에 밟히긴 하지만 인피니티만의 정체성이 듬뿍 담긴 외관 디자인과 역동적인 몸놀림 안에서 또 한번의 성… 더보기
Hot

인기 기다림 끝에 태어난 게임 체인저- 쉐보레 볼트EV

댓글 0 | 조회 20,914 | 추천 0
CHEVROLET BOLT EV기다림 끝에 태어난 게임 체인저소문만 무성하던 쉐보레의 최신형 전기차 볼트 EV가 국내 시판에 들어간다. 전기차의 숙원인 주행거리를 단번에 383km… 더보기
Hot

인기 여전히 유효한 매력- 허머 H2 & H3

댓글 0 | 조회 26,118 | 추천 0
HUMMER H2 & H3여전히 유효한 매력날 것의 디자인과 차선을 집어삼킬 듯 떡 벌어진 너비가 수컷의 마음을 뒤흔든다. 쉽게 넘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동경은 더욱 … 더보기
Hot

인기 변화의 핵심을 모두 담았다- 푸조 2008 GT LINE

댓글 0 | 조회 19,399 | 추천 0
PEUGEOT 2008 1.6 BlueHDi GT LINE변화의 핵심을 모두 담았다새로운 디자인, GT 라인 트림, 그리고 그립 컨트롤. 신형 3기통 가솔린 엔진을 제외한다면 … 더보기
Hot

인기 미완의 아쉬움 켄보 600

댓글 0 | 조회 27,393 | 추천 0
BAIC KENBO 600미완의 아쉬움몰면 몰수록 아쉬움이 몰려왔다. 동급 대비 싼 값은 둘도 없는 장점이었지만 높아진 국내 소비자의 안목을 충족시키기에는 모자란 면이 적… 더보기
Hot

인기 [이탈리아 현지시승] 페라리 GTC4루쏘 T

댓글 1 | 조회 49,926 | 추천 0
FERRARI GTC4LUSSO T신곡(神曲)페라리 GT를 타고 이탈리아 토스카나를 누볐다. V8의 박력과 4WS의 달콤함은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았다. 450L의 적재공간과 4개… 더보기
Hot

인기 본질에 입각한 스포츠 SUV- 레인지로버 스포츠

댓글 0 | 조회 44,427 | 추천 0
LAND ROVER RANGE ROVER SPORT본질에 입각한 스포츠 SUV온로드 주행성능을 강조한다고 해서 본질을 놓친 것은 아니다. 스포티하게 다듬은 겉모습 뒤로는 여전히 S… 더보기
Hot

인기 미국을 품은 유럽 SUV- 포드 쿠가 & 피아트 500X

댓글 0 | 조회 29,762 | 추천 0
FORD KUGA & FIAT 500X미국을 품은 유럽 SUV포드 쿠가는 드라이브트레인을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형제 모델 이스케이프와 그 궤를 같이한다. 피아트 500X… 더보기
Hot

인기 가족을 위한 아빠의 선택 -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1.6

댓글 0 | 조회 30,926 | 추천 0
CITROEN GRAND C4 PICASSO 1.6가족을 위한 아빠의 선택그랜드 C4 피카소는 주말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7인승 공간과 장거리 출퇴근에도 부담 없는 적당… 더보기
Hot

인기 네 개의 문-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

댓글 0 | 조회 24,753 | 추천 0
MASERATI QUATTROPORTE GTS네 개의 문페라리 V8을 품은 콰트로포르테 GTS는 4개의 문 안에 100년 마세라티의 오늘을 담았다. 지극히 마세라티답게, 온전히… 더보기
Hot

인기 개인적으로 뽑은 올해 최고의 차- 볼보 V90 크로스 컨트리

댓글 0 | 조회 38,090 | 추천 0
VOLVO V90 CROSS COUNTRY개인적으로 뽑은 올해 최고의 차크로스오버를 주력 제품화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유럽 브랜드 중 하나인 볼보. 이번에도 플래그십 … 더보기
Hot

인기 팜므파탈- 메르세데스 C63 쿠페

댓글 0 | 조회 17,990 | 추천 0
​MERCEDES-AMG C63 COUPE팜므파탈C63 쿠페는 생명체처럼 반응한다. 있는 힘껏 생동하며 운전자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온힘으로 수응한다. 애간장을 녹이며 운전… 더보기
Hot

인기 매력 넘치는 소형 SUV 푸조 2008

댓글 0 | 조회 19,074 | 추천 0
PEUGEOT 2008매력 넘치는 소형 SUV유럽은 물론 국내 수입 SUV 시장에서도 인기 있는 2008이 새 옷을 입었다. 신형은 당당해진 새로운 그릴과 앞뒤 펜더에 몰딩을 … 더보기
Hot

인기 궁극의 국산 커스텀 리무진, 노블클라쎄 쏠라티

댓글 0 | 조회 41,830 | 추천 0
​국내 최초 시승궁극의 국산 커스텀 리무진, 노블클라쎄 쏠라티현대 쏠라티를 기반으로 한 노블클라쎄 리무진이 시판을 선언했다. 커스텀 리무진 전문 브랜드 KC노블의 세 번째 차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