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코란도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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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ANGYONG KORANDO C
힘들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라이프사이클의 후반기에 접어든 코란도 C가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 새로운 앞모습을 통해 차의 이미지가 크게 바뀌었다. 적당한 승차감과 출력은 일반도로에서 특출한 매력을 찾기 힘들지만 오프로드에 끌고 들어가면 여전히 SUV 명가다운 실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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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코란도 C의 앞모습이 초대 컨셉트카의 디자인으로 회귀했다. 이미 구형이 된 독일산 SUV를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페이스리프트는 2008년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코란도 C의 컨셉트카 C200의 디자인을 다시 불러온 것이다. 입체감을 줄이고 직선 위주로 다듬은 앞모습은 원래 쌍용이 의도했던 디자인으로, 데뷔 전 이탈디자인이 리터칭을 가하면서 2011년 초대 시판 모델이 나온 것이다(알려진 바와 다르게 코란도 C는 이탈디자인이 처음부터 디자인한 차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거의 10년 전의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업데이트로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테일램프 디자인도 같이 바뀌었으면 좋았으련만 뒷모습의 변화는 리어 범퍼 정도에만 머물렀다. 뒤쪽 패널 전체를 바꾸기에는 비용 부담이 있었던 것일까.


실내에서도 소소한 변화는 감지된다. 대시보드의 형상은 바뀌지 않았지만, 밋밋하던 스티어링 휠을 보다 감각적인 티볼리의 것으로 대체했고, 계기판은 수퍼비전 클러스터를 사용해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소형 LCD 패널도 추가되어 전보다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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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체인지된 앞모습은 과거 C200 컨셉트카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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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 분위기가 약간 새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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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수퍼비전 계기판과 티볼리에서 가져온 스티어링 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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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평평하고 등받이 경사각을 크게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

2.0 같은 2.2 유로6 디젤 엔진
디자인에 소소한 변화를 담은 것과 달리 파워트레인은 그대로다.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는 불만을 느낄 여지가 없는 훌륭한 성능을 보여준다. 과거 DSI 변속기의 거지 같은 성능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엔진은 아쉬운 구석이 있다. 유로6의 빡빡한 배기규제를 만족시키면서 출력문제를 해소하고자 만든 2.2L 엔진은 이게 ‘2.0L 미만’이었다면 괜찮았을 성능이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아 보았지만, 178마력과 40.8kg·m에 이르는 제원상의 수치가 전해주어야 할 뭉클한 토크감은 좀처럼 느끼기 힘들다. 요즘처럼 접지력이 떨어지는 겨울날, 타사의 2.2L 디젤은 토크 스티어 때문에 가속 페달 다루기가 조심스러울 지경인데 말이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LNT(희박질소포집) 방식 대신 SCR(요소수) 방식을 고려해 보는 건 어땠을까? 2.0L급 유로6 디젤 엔진, 그리고 경쟁이 될 만한 출력 확보는 현재 쌍용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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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 성능은 준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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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L 디젤 엔진의 출력은 평범하다

그래도 대단한 오프로드 실력
뜨뜻미지근한 출력, 편안한 승차감, 느슨한 스티어링 반응. 코란도 C는 온로드 주행에서 특별한 점을 찾기는 어려운 차다. 전통적으로 오프로드에 충실한 쌍용 SUV이니만큼 막연한 기대를 안고 오프로드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4륜구동 차로서의 성능을 운 좋게 경험할 수 있었다.


코란도 C는 모노코크 보디의 도심형 SUV이지만 오프로드에서 의외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180만원짜리 옵션인 상시 4륜구동은 모드 전환이 불가능한 AWD 방식으로 평소에는 뒷바퀴에 구동력이 전달되지 않지만 앞바퀴가 헛돌기 시작하면 즉시 개입한다. 얼어붙은 진흙언덕에서 가속을 시작하면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뒷바퀴의 추진력을 받아 언덕을 거침없이 올라간다. 진창에 빠져 속도가 더뎌질 때쯤 디퍼렌셜 록 기능을 켠 뒤 조금씩 가속 페달을 밟는다. 헛바퀴만 돌던 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슬슬 앞으로 다시 전진하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을 이리 저리 돌리다보면 자칫 잊기 쉬운 타이어 정렬방향이 계기판을 통해 쉽사리 확인 가능하며 활용도가 미심쩍던 전방카메라는 노면의 굴곡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보통의 승용차로는 꿈도 꾸지 못할 험로를 주파하는 쾌감이 온 몸을 타고 흘러 들어온다. 평소 전륜구동 기반의 SUV는 무늬만 오프로더를 흉내낸 차로 치부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또다시 짧은 생각을 떨쳐낸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르는 게 세상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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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륜구동 모델은 오프로드에서 제대로 된 성능을 보여준다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이야기

1994년의 일이다. 영국의 로버를 막 합병한 BMW가 맨 처음 착수한 일은 신형 앞바퀴굴림 플랫폼의 개발이었다. 당시 로버가 가진 것이라곤 클래식의 반열에 들어간 미니나 껍데기만 살짝 바꾼 혼다차가 전부였던 상황. BMW도 전륜구동 플랫폼이 없던 시절이라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후륜구동이던 5시리즈 플랫폼을 전륜구동으로 바꾸는 대공사 끝에 준대형급의 앞바퀴굴림 로버75가 탄생한다. 75의 성공적인 론칭이 끝나면 이후 더 작은 세그먼트를 위한 플랫폼도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아쉽게도 75는 폭삭 망한다. BMW는 단돈 10파운드에 로버를 벤처 컨소시움에 처분한 다음 손을 털고 나왔으며, 새로운 주인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거덜낸 뒤 회사를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로버가 남긴 유산을 손에 쥐기 위해 중국 난징차와 상하이차가 벌인 경합은 결국 상하이차가 난징차를 합병해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기술과 공장이 있었으니 이걸 흡수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상하이차의 생각이었겠지만, 어디 세상이 생각대로 되던가.


BMW가 손을 떼면서 공백이 생긴 개발을 외주처리한 곳은 영국의 레이싱 컨스트럭터 TWR(톰워킨쇼 레이싱)였다. 프로토타입 레이스카나 한정판 수퍼카를 만드는 데는 도가 튼 회사지만 대량 양산차 개발은 생초짜였던 그들은, 개발의 전 공정을 3D 데이터로만 진행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겠다는 전대미문의 개발방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2002년 TWR이 파산하면서 개발 데이터의 대부분이 망실되었고 이것은 로버의 신차 개발 계획이 망했음을 의미했다. 만들다 만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넘겨받았지만, 완성시킬 능력이 없었던 상하이차는 때마침 인수한 쌍용차를 통해 이를 완성시키려 했다. 쌍용의 개발인력 상당수를 투입해야 했지만 쌍용에게는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프레임 보디의 사륜구동차와 후륜구동 승용차 플랫폼밖에 없었던 쌍용 입장에서 FF 모노코크 플랫폼 개발은 생존을 향한 필수요소였지만, 쌍용의 규모로는 독자적인 앞바퀴 플랫폼 개발은 감당하기 어려운 돈과 시간을 의미했다. 상하이차와의 온갖 잡음이 흘러나오던 와중에도 그 결실은 2008년 C200이라는 이름으로 파리모터쇼에 선보였다. 바로 코란도 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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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이 2008년
파리모터쇼에서 보인 컨셉트카 C200


 

그 이후 쌍용에게는 수많은 일이 있었다. 거의 빛을 보지 못할 뻔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코란도 C는 쌍용에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그 플랫폼은 티볼리라는 대도약의 발판이 되기에 이르렀다. 로버는 결국 주저앉았지만 쌍용은 여기까지 왔다. 문득 코란도 C를 넘어, 쌍용이 그리는 이 다음의 코란도 C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글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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