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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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ERATI QUATTROPORTE S Q4
마이너체인지를 거친 마세라티의 기함

 

2013년 선보인 콰트로포르테가 4년 만에 마이너체인지를 거쳤다. 럭셔리와 스포츠 두 개의 트림으로 차의 성격을 나누고 내외장을 차별화했다. V6 트윈 터보 엔진과 4륜구동을 얹은 FCA 최상의 프레스티지 세단은 어떤 느낌일까?

럭셔리 트림인 그란루소(GranRuso) S Q4를 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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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콰트로포르테는 본격 스포츠카가 없는 스포츠 브랜드의 기함이자 스포츠 세단이다. 과거 마세라티는 페라리와 자웅을 겨루던 레이스카 제조사였지만, 지금의 마세라티는 레이싱과는 담을 쌓고 지내고 있다. 계열사들이 서로 영역다툼을 하다 큰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는 피아트 그룹은 크라이슬러와 합친 FCA를 만들면서 그때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래서 방계 브랜드의 포지션을 철저하게 나누었는데, 그중 마세라티가 맡은 영역은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일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위에 군림하는 구름 같은 존재다. 회사 설립이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인 1914년이고, 고급 세단인 콰트로포르테만 해도 1963년에 나왔으니 이런 중책을 맡기에 적절한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남들과는 다르게 이탈리안 스포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도 마세라티의 독특한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세라티는 퓨어 스포츠를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페라리와 시장이 겹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세단은 크기별도 두 종류(콰트로포르테, 기블리)에 이젠 SUV 르반떼까지 만드는 와중에도, 이 브랜드의 정서적 기원이라 할 수 있는 2도어 쿠페는 10년 묵은 그란투리스모 하나로 버티고 있다. 세단도 SUV도 모두 스포츠를 외치는 브랜드가 정작 스포츠카는 소홀히 하는 모양새가 묘하게 슬프다.


콰트로포르테는 5m가 넘는 거대한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그 역동적인 디자인 덕분에 덩치가 부담스럽지 않다. 이번의 마이너체인지는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조금씩 손댄 정도여서 프론트 그릴의 디테일이 달라진 점 말고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럭셔리를 추구하는 ‘그란루소’(GranLusso)와 스포티함을 강조한 ‘그란스포트’(GranSport)로 성격을 차별화한 것도 특징. 시승차는 그란루소 버전으로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의 인테리어로 치장했다. 실내를 살펴보면 소재와 디자인, 마감 등이 일반적인 고급 자동차가 추구하는 수준을 월등하게 뛰어넘는다. 8.4인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는 새롭게 애플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해 스마트폰과의 호환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로터리 컨트롤 스위치도 추가되기는 했지만 직관성이 떨어져서 그냥 볼륨 노브만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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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륜구동 옵션인 Q4는 V6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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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에어인테이크 셔터로 공기저항을 10% 가량 감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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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체인지를 통해 도입된 새로운 그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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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인치의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 크라이슬러의 U커넥트를 손본 것이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하며

통합형 내비게이션과 어라운드뷰 모니터 기능도 갖추고 있다​

V6로는 훌륭한 성능, 그러나 V8과는 달라
콰트로포르테의 유명세를 있게 한 것은 역시 V8이다. 현행 모델의 GTS 엔진 또한 페라리의 최신형 유닛 F154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페라리의 심장을 가진 세단이 포효하며 달리는 이미지는 콰트로포르테의 유명세를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콰트로포르테의 판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모델은 V6다. 과거 다임러 크라이슬러 시절 메르세데스 벤츠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펜타스타 엔진을 기반으로 페라리가 F154의 기술을 이식한 뒤 페라리의 공장에서 생산하는 엔진이다. 페라리에 얹히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 페라리의 엔진 라인업 중 하나이며 자연흡기 V8을 대체할 다운사이즈 엔진으로도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56.1kg•m의 최대토크가 1,750~5,000rpm의 넓은 영역에서 발휘되며, 고회전 영역에서는 전통의 이탈리아 엔진의 필링을 느낄 수 있다. 매칭된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BMW와 재규어도 쓰고 있는 바로 그 물건. 언제 어느 타이밍에 변속해도 지체 없이 깔끔하게 반응한다. 다만 변속 스틱의 조작감은 어떻게든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D레인지에서 후진을 시도할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정말 살살 다루지 않으면 변속기는 P와 D를 오락가락할 뿐 R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것만 뺀다면 변속기 자체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너무나 세련되어서 좀 덤덤할 정도로 410마력이나 되는 출력이 실감나지 않는 아이러니마저 있다. 다만 V6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사운드를 내지만 진짜 V8에 비할 바는 아니다. 과거 열받은 맹수가 내지르는 것 같던 포효는 이제 GTS나 되어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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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ZF의 8단 자동변속기는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이지만 변속스틱의 조작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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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6 트윈 터보 엔진은 페라리가 생산한 엔진이다

 

 

자동차로서 콰트로포르테는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며, 그 스포티함은 이 세그먼트의 경쟁차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의 수준에 도달해 있다. 3.2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는 현행 BMW 7시리즈보다도 긴 것이지만 그런 덩치를 잊게 만들 정도로 날렵한 움직임을 보인다. 노면에 대한 서스펜션의 반응이 대단히 유연하며, 스포츠 모드가 되면 제법 날카로운 수준까지 올라간다. 다만 연속 코너에서는 2톤이나 되는 무게가 발목을 잡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중량감 있는 스티어링에서는 노면 정보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 클래스의 차들이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으려 하는 것과는 무척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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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세단으로서는 이례적일 정도의 스포츠성을 발휘한다

최고급차에서 드러나는 크라이슬러의 흔적
하지만 이 비싼 초호화 모델 속에는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있다. 8.4인치의 위용을 자랑하는 화면은 그냥 봐도 크라이슬러의 U커텍트 시스템을 아이콘만 바꾼 것이다. 거대한 패들시프트는 사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크기만 키워 놓아 깜빡이를 켜고 와이퍼를 조절하는 일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패들시프트와 스티어링 휠 뒷면 사이의 비좁은 공간에는 볼륨과 채널 업다운 버튼이 숨겨져 있다. 여기에다 손가락을 비집어 넣고 뭔가를 하란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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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질도 제냐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그란루소의 내장. 이제껏 자동차에서 본 소재감과는 사뭇 다른 단계의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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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란루소에 탑재되는 우드트림. 그란스포츠는 카본파이버가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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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컨트롤 스위치와 열선 시트, 뒤창 커튼조절 스위치를 모아놓은 패널.

뒷좌석용 엔터테인먼트 장비가 없는 것이 의외다

 

 

이런 어이없는 구성에는 이유가 있다. 이 깜빡이 스위치,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지프 체로키 것이다. 윈도 스위치나 스타트 버튼, 심지어 헤드라이트 노브도 FCA의 어떤 차 부품을 가져다 썼다. 프레스티지 모델에서 1/4 가격 모델의 스위치를 발견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그냥 기분이 나빠서가 아니다. 단가에 집착해 만들어진 이런 부품의 조작감은 유럽산 일반 프리미엄 차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 가죽시트의 바느질 수를 줄여서라도 단가를 낮추는 요즘 세상에 내장 부품 공유로 세이브할 수 있는 비용은 무척 달콤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게 프레스티지 모델이 아니었다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콰트로포르테는 프리미엄 위의 프레스티지 브랜드 마세라티, 그중에서도 기함이 아니던가.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절감이 무척 중요하겠지만 때로는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델과 브랜드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기에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변성용 객원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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