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i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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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i​30

핫해치를 향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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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30가 3세대로 거듭났다. 외모는 이전보다 조금 수수하지만, 실내 디자인, 패키징, 주행 안정성 등이 눈부시게 개선됐다.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포드 포커스 등 유럽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경쟁자들이 두렵지 않을 수준. 조금 더 힘찬 파워트레인을 얹는다면 현대차가 주장하는 ‘핫해치’라는 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겠다.

지난 9월 2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차장에 특설무대가 꾸려졌다. 현대차가 신형 i30의 주행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슬라럼 코스를 마련한 것. 행사가 시작되자 두 대의 i30가 러버콘 사이를 헤집으며 J턴과 스핀턴 등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시범 주행에 나선 차는 코스에 맞게 최소한의 개조만 거쳤을 뿐, 시판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주차 브레이크를 커다란 핸들이 달린 유압 기계식으로 바꾸고 리어 브레이크에캘리퍼를 하나씩 추가한 후 타이어(금호 엑스타 LE 스포츠) 정도만 갈아 끼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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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이후 온라인에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적잖이올라왔으나, 기자는 이 시범 주행에 담겨 있던 여러 가지변화에 적잖이 놀랐다. 이전 세대 i30라면 섀시 보강 없이그런 주행을 선보이기 어려웠으리라. 최소한 롤케이지로 차체 앞뒤를 엮어 강성을 높이고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굳혔어야 선회 속도가 엇비슷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현대차의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놀라웠다. 예전의 현대차였다면 이런 행사를 아예 기획조차 하지 않았을 게 뻔하다. 게다가 이어진 시승 코스에는 짧지만 굽이진 산길이 포함되어 있었다. 젓가락마냥 쭉 뻗은 자동차 전용도로로 점철됐던 현대차 시승코스에 꼬부랑길이라니. 코스 설명에 나선 직원도 ‘와인딩 로드’라는 단어를 유독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i30는 현대차가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모델이다.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8, 포드 포커스 등 유럽에서 활약 중인 준중형(C세그먼트) 해치백들과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때 i40와 함께 PYL(PremiumYouth Lab)이라는 라인업에 소속돼 젊은 사람들을 위한 고급차로 팔리기도 했다. PYL은 라인업의 독자성전달과 판매가 저조하자 출범 초기와는 조금 다른 의미(Premium Younique Lifestyle)로 변질되었다가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골프와 308을 넘어서는 상품성

이번 i30는 3세대. 이전 i30가 2011년 하반기에 데뷔했으니 약 5년 만의 세대교체다. 외모는 다소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파격적이었던 2세대와 비교하면 조금따분해보일 정도다. 현대차 스타일링이 얌전해지고있긴 하지만, 다소 무덤덤해진 폭스바겐 골프와 푸조308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선과 면을 비트는 데 재미를 붙인 현대차다운 기교는 여전하다. 이번 i30를 통해 처음 선보인 캐스케이딩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이다. 이전과 같은 6각형인데, 하단부를 안쪽으로 말아 넣어 한층 더 날렵해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아반떼, 아이오닉 등과 비슷한 스타일링이나 완성도는 가장 높다. 이는 이전 세대 i30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릴 일체형 범퍼를 사용하던 아반떼와 달리 분리형 범퍼로 입체감을 높이는 등 원가보단 균형과 품질을 고려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차체는 이전보다 낮게 깔린 느낌이다. 실제로도 높이가 약 15mm 낮아졌지만, 운전석에 앉았을 때의 체감변화 폭은 더욱 크다. 이전보다 50mm는 더 노면에 붙어 있는 듯한 감각이다. 이전 i30가 2~3m 거리를 두고 보았을 때 가장 예뻐 보였다면, 신형 i30의 외모는 8~10m 밖에서 봐야 빛을 발한다. 헤드램프, 라디에이터 그릴, 벨트 라인 등의 각도와 높이가 전부 달라졌기때문이다. 참고로 어깨선을 내리고 코끝을 세워 존재감을 높이는 스타일링은 요즘 세계적인 트랜드다.

실내 역시 아반떼에 비해 한층 더 스포티하고 고급스럽다. 장비 구성 또한 더 화려하다. 가장 큰 특징은 동급 형제들과 다른 디자인을 도입했다는 것. 기존 i30오너들의 불만 중 하나가 아반떼와 비슷한 레이아웃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죽 적용범위 축소 등 원가절감도 눈에 띈다.일부 플라스틱 패널에서는 사출 잔해도 보인다. 패키징과 조립 완성도는 눈부시게 진화했다. 시트 쿠션의 형상이나 강도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개선되고 방석 앞부분과 플로어의 간격이 미세하게 높아지는 동시에 발 놓는 곳의 각도가 완만해져 앉았을 때 자세가 한결 편해졌다. 도어나 트렁크를 여닫을 때의 진동과 소리도 이전보다 더 고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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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라마 루프도 신형이다. 2단계로 나뉜 스위치를 끝까지 밀면 햇빛 가리개와 유리가 거의 동시에 열리며 작동 속도도 빨라졌다. 사진으로는 조금 어색해 보였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생각보다 이질감이 적다. 버튼을아래로 내려 달았으면 더 보기 좋았을 테지만, 이 역시스티어링 휠과 가까워 조작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테리어의 완성도는 그 어떤 경쟁자들보다 뛰어나다. 차를 대하기 전, 여러모로 푸조 308과 비슷한 느낌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다. 디자인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308보다 차분하고 실용적이다. 썰렁할 정도로 단조롭고 단출한 골프의 실내는 이제 비교 대상이 아니다. 뒷좌석과 트렁크 등 공간 크기역시 흠 잡을 곳이 없다.

그러나 이번 i30의 백미는 안팎 디자인이나 장비 구성이 아닌 세련된 몸놀림이다. 현대차가 신형 i30에 자신있게 ‘핫해치’라는 말을 갖다 붙일 수 있었던 것도 바로이 때문이다. 서스펜션만 조여서 단단한 느낌을 내려했던 이전 세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탄탄한 뼈대와 끈끈한 하체 덕분에 움직임이 훨씬 더 스포티하다. 조향 감각 역시 한층 더 빠릿빠릿하다. 특히 앞머리의방향에 따라 착착 달라붙는 꽁무니의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네 바퀴 모두가 미끄러지는 상황에서도 궤적을 놓치지 않는다. 일관성 없이 차체 뒤쪽이 바깥쪽으로 흐르던 증상도 찾아볼 수 없다. 참고로 리어 서스펜션 방식은 이제 토션빔이 아닌 멀티 링크다.

가속 감각도 매끈하고 경쾌하다. 시승회에 나선 i30는1.6T. 최고 204마력, 27.0kg·m의 힘을 내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린모델이다. 폭스바겐 골프에 비해 직결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클리핑 히스테리가 확연히 적어 운전이 편하다. 참고로 1.6T는 기존 2.0(가솔린 자연흡기)을 대체하는 다운사이징 모델이다. 배기량이 약 0.4L 줄었지만 최고출력 32마력, 최대토크 6.0kg·m, 복합연비0.4km/L(구연비 기준)가 높아졌다.

대체 왜 그랬어요?

현대차가 미디어 시승회에 화려한 퍼포먼스를 준비한 건, 신형 i30가 드리프트를 하는 TV 광고의 과장 논란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의도가 기자의 추측대로가 맞다면 그럭저럭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광고에서의 드리프트는 i30가 한층 더 스포티해졌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였고, 시범 주행은 기본기가 개선됐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줬으니 말이다.그런데 문제는 드리프트가 아니다. 신형 i30가 ‘화끈한 차’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 광고에 짜 넣은 스토리와 영상이 앞뒤 개연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게 더 큰일이다. 처음에는 ‘노이즈 마케팅이아닐까?’ 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불쾌하다는 의견이 빗발치는데도 철회하지 않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아무래도 현대차 마케팅 팀이 ‘핫해치’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시승 전에도 그랬지만, i30를 경험해보니 이 광고가 더더욱 유감이다. 신형 i30는 꽤 잘 만든 차다. 잘못 만든 광고 한 편이좋은 제품을 ‘호로록 말아먹는’ 일. 생각보다 쉽게 일어날 수도 있다.

 * 글 류민 기자 사진 현대자동차, 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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