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아발론의 도전 2018-11-13
TOYOTA AVALON HYBRID아발론의 도전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을 높였다. 신형 아발론은 국내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까?아발론은 한국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1995년 국내에 데뷔한 1세대 아발론은 당시 수입선다변화 정책에 의해 일본산 자동차 수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판매되던 일본 브랜드 세단. 병행수입업체가 들여온 까닭에 정확한 판매기록은 찾기 어렵지만, 과거에는 적지 않은 아발론이 한국 도로를 누볐고 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토요타는 병행수입 아발론을 통해 자신들의 한국 진출 시기를 가늠했고, 이후 2001년 렉서스 브랜드로 한국 땅을 정식으로 밟는다.1세대 아발론은 한국에 처음 상륙한 일본 브랜드 차였다. 수입차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던 당시에도 꽤 많은 차가 도로를 누볐다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세단아발론이 일본차 해금 이전 국내에 진출할 수 있던 배경은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생산됐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설계 모두 미국 토요타 법인에서 맡았으며, 차의 구성도 당시 미국산 대형 세단의 공식을 그대로 따랐다. 칼럼시프트 변속기와 1열 3인승 벤치 시트가 옵션이었고, 실내 재질과 편의장비 구성은 형제차인 중형세단 캠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꾸몄다. 즉, 어디까지나 미국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경쟁차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닛산 맥시마와 포드 토러스를 비롯한 동급 대형차. 북미 시장 외에 성격이 비슷한 호주에서도 인기였으나, 한국에서는 IMF를 계기로 사실상 수입이 중단된다. 국내에 아발론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건 2009년에 이르러서다. 메가 딜러를 꿈꾸던 SK네트웍스가 메르세데스 벤츠, BMW, 토요타의 여러 모델과 함께 3세대 아발론을 판매했다. 수입경로는 본사가 아닌 미국 딜러로부터 공급받는 구조이므로, 처음부터 정식수입차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SK네트웍스는 당시 한국토요타가 팔지 않던 아발론 3.5L 최고급 사양을 들여오되, 한국토요타가 정식 수입하는 렉서스 ES350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을 책정해 경쟁 구도를 만들고자 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신통치 않았다. 국내 소비자에게 아발론은 역시 생소한 이름이었고, 덩치 큰 6,000만원짜리 캠리로 인식했다. 아발론이 정식으로 한국 땅을 밟은 건 2013년 4세대 모델이 처음이다. 가격은 4,730만원. SK네트웍스가 수입한 3세대보다 훨씬 저렴한 값이었다. 하지만 디젤 중심으로 돌아가던 분위기 속에서 대중브랜드 3.5L 가솔린 대형세단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는 극히 적었다. 한 달 판매량이 10대 미만에 머무를 때가 많았고, 수년간 팔았어도 아발론을 아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았다.하이브리드와 낮은 가격표로 경쟁력 키운 신형 아발론아쉬운 과거를 뒤로 한 채 신형 아발론은 다시금 한국 시장에 도전한다. 아발론은 캠리와 ES350 사이를 메우는 동시에 토요타와 렉서스를 잇는 모델이다. 즉 한국토요타의 모델 라인업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이번 5세대 아발론은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최근 수입차 시장은 디젤과 관련한 여러 문제로 인해 하이브리드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형 아발론은 이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2.5L 하이브리드 단일 트림으로 등장했다. 그러면서도 찻값은 구형 3.5L보다 100만원이상 저렴해졌다. 5세대 아발론은 젊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입혔다. 미국 시장에서 평균 고객 연령은 2008년에 64세, 올해는 65세로 여전히 많은 편이다9인치 센터모니터로 첨단 분위기를 더했다. 낮은 대시보드가 더 쾌적한 시야를 만든다차체는 길이 4,975mm, 너비 1,850mm, 휠베이스 2,870mm에 이른다. 동급 기아 K7과 비교하면,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5mm, 25mm 여유가 있고 너비만 20mm 좁다. 넓은 실내 공간과 도어 포켓을 비롯한 다양한 수납공간도 미국 시장을 반영한 흔적들. 최신 토요타차 답게 대시보드 높이를 깎아 전방 시야를 넓혔고 플래그 타입 사이드미러로 대각선 사각지대를 줄였다. 시야가 쾌적해진 덕분에 운전이 더 편하다.공격적인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수용 대형 세단 크라운과 글로벌 렉서스와 궤를 같이한다입체적으로 빚은 후면부는 아발론의 매력 포인트또렷하게 좋아진 주행 품질은 저중심 설계의 모듈러 플랫폼 TNGA 덕분이다. 깔끔하고 직관적인 조향 감각도 평균 이상이다. 아울러 여유로우면서도 절제된 승차감이 차에 대한 만족감을 높인다. 파워트레인은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은 178마력 밀러사이클 엔진과 120마력 전기 모터 조합. 둘을 합친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이다. 차 무게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했을때15kg 차이에 불과하다. 따라서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연비 성능과 가속성능 모두 캠리 하이브리드와 대동소이하다. 아발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연비성능이다. 기자는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에코빌리지를 돌아오는 시승코스에서 1리터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트립컴퓨터 기준). 성인 남자 셋이 탑승한 채로 스트레스 없이 주행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1리터당 20km를 쉽게 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안전장비는 운전석/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총 10개의 에어백, 그리고 후측방 경고, 차선이탈 경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 제동 보조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서울 잠실과 강원도 영월을 왕복하는 시승코스에서 1L당 평균 18km 내외의 연비를 기록했다아발론은 지역색이 강한 탓에 몇 가지 단점이 두드러진다. 고객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은 부족한 편의장비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급 사양인 리미티드 대신 XLE를 들여왔다. 이 때문에 대형세단에 필수 덕목인 오토센싱 와이퍼, 운전석 메모리 기능, 1열 시트 통풍, 2열 시트 열선이 빠져있다. 아울러 내장재와 실내 분위기도 렉서스 ES보다는 캠리에 가깝다. 물론 그랜저와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이다. 큰 차일수록 고급하다는 국내 소비자의 인식과 거리가 느껴진다. 이러한 몇 가지 특징에서 역시 미국 중심의 차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신형 아발론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번 기회를 통해 존재감을 높이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충족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매력적인 파워트레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나머지는 한국토요타가 소비자를 설득하는 능력에 달렸다. 글 이인주 기자사진 한국토요타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18-11-13 11:34:40 카라이프 - 기획에서 이동 됨]
에이플러스 세단 2018-11-01
에이플러스 세단벤츠의 명확한 성격 구분과 빈틈 공략은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라인업 확장에 몰두하기 시작한 게. 이제는 크기와 보디 형태가 다른 모델이 서른 가지나 넘는다. 승용 모델만 따져도 그렇다. 당연히 더 이상의 차종 추가는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러다 차 이름에 사용할 알파벳마저 모자랄 판이니까. 그런데 여기에 A클래스 세단을 또 추가했다. 앞바퀴 굴림 기반의 소형차만 여섯 가지로 늘어난 것이다. 판매 볼륨을 늘리기 위한 고급차 브랜드의 차종 늘리기 전략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벤츠의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들에게 A클래스에 정말 세단이 필요할까? 쿠페와 세단의 특징을 섞은 CLA라는 차가 이미 있는데 말이다. CLA는 그간 입문용 벤츠로서 브랜드 저변을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이 상황에서 A클래스 세단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기자는 이런 궁금증을 안고 글로벌 시승 행사가 열린 시애틀로 날아갔다. 실용적인 소형차에서 스포티한 해치백으로시애틀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하는 도시다. 평균소득, 인구, 부동산 가격 등 해마다 급등하는 경제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동아시아, 캐나다, 알래스카 등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는 지리적 이점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코스트코, 보잉,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본사가 위치한 덕분이다. 작년 가을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도 이곳에 미국 내 여섯 번째 R&D센터를 개소했다. 시애틀 R&D센터에선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필두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과 커넥티드 카 기술 개발을 맡는다. 아울러 양산차 최초의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 MBUX에서 구동하는 일부 프로그램도 연구 중이다. A클래스는 MBUX를 처음으로 도입한 모델. 이 차의 글로벌 시승회를 시애틀에서 진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젊고 똑똑한 인재가 모이는 핫플레이스와 첨단 기술을 품은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의 만남은 퍽 어울리는 조합이니까.참고로 A클래스가 이렇게 화려해진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세대와 2세대는 톨보이 스타일의 보디로, 높직한 승차 위치와 시야를 자랑하는 유럽형 MPV였다. 운전이 편할 여러 특징을 두루 갖춘 덕분에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지만, 주머니 사정은 가벼운 노년층에게 인기가 많았다. 이는 A클래스가 장차 C클래스, E클래스를 구입케 만드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따라서 3세대 모델은 고객평균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었다. 젊은 고객을 사로잡을 확실한 방법은 주행성능을 강조한 낮고 넓은 해치백 스타일. 그들의 소형차 전략이 공격적으로 달라진 시점도 이 무렵부터다. 벤츠는 크로스오버 GLA, 4도어 쿠페 CLA 등 플랫폼을 공유하는 다른 소형차를 추가해 폭넓은 고객층을 공략했고, 꽤 의미 있는 효과도 거두었다. A와 B클래스만 있던 2012년 벤츠의 소형차 판매는 약 23만 1,000대였지만 라인업을 늘린 이후인 2014년에는 46만 3,000대였다. 불과 2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한 셈이다. 이번 4세대 A클래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중국과 미국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 한다. 이 지역은 고급차 브랜드로선 절대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자 전통적으로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A클래스에 정통 세단을, 그리고 중국을 위해 롱 휠베이스 세단을 추가한 배경이다. 프리미엄 콤팩트카 기준을 끌어올린 A클래스A클래스 세단은 해치백과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겉모습도 마찬가지다. 앞쪽부터 앞문까지는 해치백과 판박이다. 휠베이스도 같고 리어 오버행만 130mm 늘었다. 엉덩이는 다소 앙증맞다. 하지만 모양새는 영락없는 벤츠다. 짧은 차체가 주는 시각적 단점은 낮고 긴 보닛과 날렵한 헤드램프, 그리고 측면 캐릭터 라인으로 상쇄했다. 공기가 맑고 햇볕이 강렬한 미국 서부에서 감상하니 철판 성형이 또렷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특징도 더 살아난다. 개발을 이끈 콤팩트카 개발 담당 요르그 바텔스는 우리에게 A클래스 세단을 만들며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전했다. “3박스 세단으로서 좋은 비율을 유지하는 동시에 스포티한 분위기와 넉넉한 뒷좌석 공간을 만드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측면을 다시 살폈다. A필러에서 C필러 꼭짓점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뻗은 지붕선과 옆 창문의 윗변이 눈에 들어왔다. 뒷좌석 헤드룸을 키우기 위한 나름의 방법인 셈이다. 차체 뒤쪽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CLA 지붕선과 확실히 다른 형태다.  뒷좌석은 동급에서 가장 넓고 편하다. 어깨를 비롯한 상체공간이 충분하고 헤드룸도 여유 있다.방석 길이가 충분하고 등받이 각도가 알맞게 설계됐다 실내 분위기는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럽다. 문짝 여닫는 느낌이 상위 모델처럼 견고하며, 대시보드와 도어트림에 바느질 장식도 넣었다. 단번에 눈을 사로잡은 디스플레이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E와 S클래스가 그랬던 것처럼 10.25인치 LCD 두 개로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합쳤다. 그런데 A클래스는 윗부분 덮개까지 제거했다. 덕분에 대시보드 높이가 낮아져 시야가 좋아졌을 뿐 아니라 미래에서 온 듯한 시각적 효과도 거둔다. 외부 빛에 의한 난반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LCD에 특수한 포일(Foil)을 더했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꼼꼼한 품질을 더했다.특징적인 와이드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10.25인치 LCD 두 개로 이루어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다 한편, 동급에서 보기 드문 시트 통풍 기능까지 있는 걸 보니 시작 트림과 최상위 트림 간의 가격 차이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실내 부위도 정성스럽게 매만졌다. 멀티 펑션 스위치와 기어 레버, 시트 조절과 윈도우 버튼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다. 뭐, ‘잘 만들어 나눠쓰자’는 전략이니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신형 A클래스를 통해 선보인 이 실내는 앞으로 등장할 다른 소형 모델들과 공유될 예정이다. 새 실내에 익숙해질 즈음, 쌀쌀한 시애틀의 아침 공기를 가르며 시승에 나섰다. 코스는 예상외로 길다. 시애틀 도심에서 출발해 마운트 레이니어 국립공원을 지나 소도시 야키마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여정이다. 시내와 고속도로, 국도가 골고루 포함돼 있으며 왕복 거리는 약 500km다.S클래스급 반자율주행 품은 꼬마 벤츠출발지인 호텔에서 벗어나 첫 번째 교차로에 들어섰을 때, 내비게이션 화면이 전방 영상에 3D 화살표를 띄웠다. 운전자가 정확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실시간 전방 영상과 가상 그래픽 이정표를 합성하는 증강현실 기술이다. 교차로가 가깝게 연달아 있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릴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특히 유용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제한속도 시속 60마일에 맞춰 반자율주행을 시작했다. A클래스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은 S클래스에 탑재된 대부분 기능을 포함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시스템은 폭넓은 기능을 제공하지만, 국내에선 관련법 문제로 일부 기능을 막아둔 상태. 미국에선 이를 전부 사용해볼 수 있었다. GPS와 내비게이션 정보로 코너, 나들목, 로터리를 파악하고 미리 속도를 줄이거나, 반자율주행 상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스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단, 차선 변경은 편도 4차로 이상 도로에서 주변에 차가 15초 이상 지나가지 않을 때만 작동한다. 조건이 까다롭고 시승 당시 교통량이 적잖았던 탓에 좀처럼 사용할 기회가 없었다.운전자가 정확한 길안내를 받을 수있도록 실시간 전방 영상과 가상 그래픽 이정표를 합성하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직선이 펼쳐진 국도에 들어서 잠시나마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본다. 시승차는 2.0L 터보 엔진에 상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맞물린 A220 4매틱. 188마력의 최고출력은 A클래스를 경쾌하게 이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초 만에 가속한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부드럽고 재빠르게 기어를 바꾼다. 스포티한 감성을 쫓는 CLA와 다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함일까? 정확한 조향감과 절도 있지만 편안한 승차감도 여느 벤츠 세단과 다름없다. 단 시승차는 19인치 휠을 장착한 탓에 노면에서 오는 큰 충격을 솔직하고 여과 없이 전달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4매틱을 탑재한 시승차의 서스펜션 구성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독립식 4링크다. 기본형인 앞바퀴 굴림 모델의 뒤쪽 서스펜션은 토션빔 액슬이다. 콤팩트카 개발 담당 요르그 바텔스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토션빔 액슬은 그동안 승차감이 만족스럽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젠 목표 성능을 충분히 만족하죠. 핸들링 테스트를 비롯해 시속 220km로 달려도 안정적인 거동과 조종안정성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앞바퀴 굴림이라도 가변형 댐퍼와 큰 휠, 고출력 엔진을 얹은 모델에는 뒤쪽에 독립식 4링크를 사용합니다.” 기본형 모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독립식 4링크 리어 서스펜션이라는 얘기다.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 MBUX국립공원 산 정상에서 차를 잠시 세우고 커피 타임을 가졌다. 낯선 도로 환경에서 긴장했던 몸도 풀겸 MBUX를 사용해봤다. 예전부터 자동차의 음성인식 기술은 존재해왔지만, 정해진 문장과 단어만 알아듣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MBUX는 대화형식 구어체 문장을 알아듣는 인공지능 인포테인먼트다. 애플이 만든 ‘시리(Siri)’와 비슷하다. “헤이 메르세데스”라는 말로 MBUX를 부르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하고 응답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대화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음성으로 실내 조명색, 공조기 온도, 시트 열선을 비롯한 차의 기능을 제어하거나 원하는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다. 예컨대 “실내 온도를 1도 올려줘”라며 직접적인 명령은 물론, “나 추워” 같이 그 뜻을 돌려 전달해도 알아듣는다. 뿐만 아니다. “오후에 문 여는 별점 4개짜리 이탈리안 식당을 찾아줘, 단 피자가게 빼고”와 같이 복잡한 대화를 인식하고, 스포츠경기 결과를 묻거나 “너의 아빠는 누구야?” 같은 짧은 대화도 가능하다. 벤츠는 운전상황에 따라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차의 기능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음성 인식(MBUX), 터치패드, 스티어링 휠의 터치컨트롤, 터치스크린 네 가지 방법을 마련했다사람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원리는 대화음성을 분석하는 시스템에 있다. MBUX에 입력된 사용자 음성은 차에 탑재된 컴퓨터와 인터넷 서버로 연결된 클라우드 시스템이 함께 분석한다. 클라우드 시스템 기반으로 새로운 유행어를 학습하며 알아듣고 검색 결과에 따라 질문에 대한 답도 달라진다. MBUX를 개발한 캐시디 슈바르체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비영어권 국가의 사람들 발음까지 인식하고 학습하도록 만들었다고 전한다. 실제로 기자가 시험 삼아 건넨 “턴 온 사지라이또 라지오(Turn On Satellite Radio)”라는 일본식 영어 발음을 알아듣고 위성라디오를 작동시켰다. 내년에 만날 MBUX 한국어 버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만 가는 순간이다. 야키마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 이번에는 뒷좌석에 앉아 승객 입장이 돼보았다. A클래스는 동급 세단 중 실내 좌우 폭과 머리공간이 가장 넓다. 물론 차급의 한계가 분명하기에 넉넉하다거나 넓다고 말할 만큼은 아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착좌감은 편하다. 방석 길이가 충분하고 등받이 각도와 힙 포지션을 알맞게 설계한 덕분이다. 또한 타고 내리기도 수월하다. 이러한 뒷좌석은 A클래스 세단과 CLA를 구분 짓는 명확한 특징 중 하나다.  A클래스 세단과 ‘대중성’ 부담을 덜어낸 CLAA클래스 세단을 경험하고 나니, 이젠 ‘CLA가 굳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CLA는 젊고 새로운 고객을 이끌던 이상적인 소형차였다. 덕분에 평균 연령이 크게 낮았고, 고객 절반 이상이 이전까지 벤츠를 소유해본 적 없던 이들이었다. 벤츠가 그토록 원하던 결과였다. 그러나 4도어 쿠페의 한계는 분명했다. 승차감이 딱딱했고 스타일을 중시한 나머지 공간과 편의성이 부족했다. 따라서 보다 폭넓은 고객을 포용할 스텐다드한 세단이 필요했다.신형 A클래스 세단은 이 모든 것을 해낸다. 작지만 당당한 세단으로서 제대로 된 뒷좌석과 편안함을 갖췄다. 또한 최첨단 장비와 스타일마저도 매력적이다. A클래스 세단이 데뷔하고 나면 아마 CLA의 존재감은 다소 약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즐거운 일이다. 승용 모델의 역할이 확고하다면 가지치기 모델은 더 또렷한 개성과 목소리를 낼 테니까. 대중성이라는 짐을 덜어낸 CLA는 앞으로 4도어 쿠페의 성격을 더욱 강조할 수 있게 되었다. 명확한 성격 구분과 빈틈 공략. 벤츠가 라인업을 끊임없이 확장할 수 있는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전략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글 이인주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롱텀 시승기 3회] 현대 벨로스터 N, 래핑하고 오너.. 2018-10-31
HYUNDAI VELOSTER N래핑하고 오너스 데이를 다녀오다전 시리즈 보러가기차를 산지 두 달이 조금 넘었는데 누적 주행거리가 벌써 6,000km를 넘어섰다. 전에 탔던 아반떼 스포츠는 중고차로 팔 때 누적 주행거리가 높아 불리했다. 주행거리 탓을 하며 가격을 낮추려는 중고차 매입 직원을 보고, 벨로스터 N을 사면 아껴서 타리라 마음먹었는데 ‘차쟁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많이 돌아다닌 만큼 이번 달도 많은 일이 있었다. 먼저 그동안 차를 타면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래핑을 드디어 했다. <자동차생활> 김민겸 기자와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는데 마침 래핑 전문점 취재를 다녀온 후였다. 해당 업체는 벨로스터 N 출시에 맞춰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김 기자의 귀띔을 듣고 지갑을 열어 본 후 5초의 고민도 없이 결단을 내렸다. 결과는 사진처럼 대성공.처음엔 일반 벨로스터 터보 색상 중 하나인 ‘썬더 볼트’를 생각했다. 노란색으로 차체를 덮어 벨로스터 N이 아닌 척 위장을 하려 했다. 노란색 외에 포르쉐 전용 색상 중 하나인 ‘마이애미 블루’를 대비책으로 정하고 업체를 방문했다. 업체를 방문하니 변수가 생겼다. 노란색과 카본 필름은 생각보다 내구성이 안 좋아 색이 바래기 십상이고, 마이애미 블루는 가져간 사진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색상 변경을 권유했다. 수백 장에 달하는 샘플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결국 아우디 RS를 상징하는 ‘텔레 그레이’로 색을 정하고 빨간색 포인트는 노란색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래핑 지는 오라칼 제품.]국내에, 아니 전 세계에 단 한 대뿐인 ‘텔레 그레이’ 벨로스터 N이다. 노란색 포인트는 덤작업은 이틀 정도 걸렸다. 재미난 이야깃거리는 없다. 금액을 지급하고 차를 받아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느낀 점을 감상문으로 쓰면 좋으련만, 차 안에선 겉모습을 볼 수 없으니 래핑 이야기는 이걸로 끝. 출고 시 별다른 안내 사항도 없었다. 직원은 “대부분 중고차로 팔 때까지 문제없다”고 말했다. “세차할 때 고압수를 너무 가까이 분사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 정도를 들었다. 아무튼 출고는 순식간에 이뤄졌다.마음에 쏙 드는 색상 덕분에 기분이 들떴다. 그러던 중 현대자동차에서 연락이 왔다. ‘벨로스터 N 오너스 데이’에 당첨됐으니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오너스 데이는 벨로스터 N 오너 50명을 초청해 맛있는 밥도 먹고 서킷도 달리는 행사다. 국내에서 이런 행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수입차 브랜드는 포르쉐와 맥라렌이다. 고성능 브랜드 N을 내놓은 현대차가 단순히 차만 팔 생각은 아닌 모양이다.오너스 데이는 선착순이다. 벨로스터 N은 사전예약 첫날 총 267대가 계약됐는데, 그중 50위 안에 들었어야 했다. 현대차의 영업 전산망이 열리는 시간은 오전 8시 30분. 50명까지 5분이 채 안 걸렸다는 후문이다. 나는 운이 좋았다. 7명 추가 인원을 뽑았는데 그중 한자리를 잡았다. 행사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던 9월 마지막 주에 열렸다. 현대차는 안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꼼꼼한 사전 준비를 했다. 오너스 데이는 시승차가 없다. 본인의 차를 끌고 인제스피디움에 가야 한다. 때문에 사전 점검을 실시했다. 16가지 항목 체크리스트를 발송해 인근 현대차 사업소에서 ‘OK' 사인을 받아 오도록 했다. 때아닌 리콜 소동도 있었다. 아마 신차 출시 후 가장 최단 시간 리콜이 아니었을까. 엔진 하단을 떠받드는 크로스 멤버와 변속기를 붙들고 있는 롤 마운트의 간섭 우려로 크로스 멤버 교환을 받아야 했다. 당시 800여 대의 벨로스터 N이 소비자에게 인도됐고 단 2대에 불량 증상이 나타났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지만 현대차는 신속히 움직였다. 벨로스터 N을 출시하며 정식 사업소엔 ‘하이테크’ 전담팀이 생기기도 했다. 벨로스터 N뿐만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고성능 라인업에 대응하기 위한 그룹이다. 하이테크 전담팀은 추석 연휴임에도 출근해 수리를 도맡았다. 필자의 차는 북부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는데, 담당 기술자는 크로스 멤버가 무엇인지, 왜 갑자기 부품을 교환하는지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 궁금증을 해소해줬다.대망의 오너스 데이 당일. 서킷에서 안전을 엄수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관계자들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N 브랜드의 역사와 벨로스터 N 개발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인제스피디움 패독 한쪽에는 차를 만든 연구원들이 직접 각 파츠에 대해 알려주고 질문도 받았다. 가령 배기 시스템을 만든 개발자에게 팝콘 사운드에 대한 원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었다. 현대차는 인제스피디움 2층 라운지에서 인사말과 함께 행사를 시작했다. 담당 연구원들이 직접 개발 스토리와 성능에 대해 설명해 줬다행사는 두 팀으로 나눴다. 초급자는 ‘퍼포먼스 블루’에, 어느 정도 서킷을 타본 참가자는 ‘액티브 레드’로 편성했다. 사전 설문조사를 너무 성의 없이 한 까닭일까. 필자는 퍼포먼스 블루로 배정됐다. 퍼포먼스 블루팀은 액티브 레드팀이 서킷을 달리는 동안,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같은 기본적인 레이싱 용어를 배우고, 짤막하게 짐카나 코스를 달렸다. 운전면허 따러 가서 안전교육을 들은 셈이다. 해가 지기 전 우리도 이론 교육을 끝내고 코스인 했다. 벨로스터 N으로 영암 서킷은 달려봤지만 인제 서킷은 처음이다. 고급유를 가득 채우고 왔는데 웬걸, 10분 정도 천천히 코스를 익히는 게 전부였다. 얼마나 거북이 주행을 했는지 총 4바퀴를 돌지 못했다.행사 인증샷. 31번 차량으로 참가했다 이날 서킷을 처음 경험하는 참가자도 있어 이런 행사 운영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나는 첫날만 참여하고 돌아가야 했다. 때문에 래핑 이야기처럼 오너스 데이 이야기도 사실 할 말이 많진 않다. 그렇게 10분 정도 코스를 돌고 저녁 만찬에 참여한 뒤 복귀했다. 조금 아쉬웠지만 소비자들과 함께 소통하려는 현대자동차의 모습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행사에 참여한 지인을 통해 둘째 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 시간을 트랙 위에서 보냈고, 짐카나를 빠르게 주파한 소비자는 경품을 받기도 했다. 첫 행사인 만큼 완벽하진 않았지만 대부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갔다.오너스 데이는 꼭 1박 2일 하고 오시길……오너스 데이는 이번이 끝이 아닌 시작이다. 현대차는 앞으로 계속해서 행사를 열 모양이다. 국내뿐 만이 아니다. N을 상징하는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선 ‘i30 N 오너스 데이’가 열리기도 했다.  글 사진 이병주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반세기 시간 .. 2018-10-26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반세기 시간 여행 - 하상 보러가기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재규어2003~2009약 300km 가량을 달려 영국에서의 시간 여행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다음 목적지는 프랑스로 넘어가기 위한 선착장뿐이다. 시간은 2008년식 4세대 XJ(X350)로 35년을 훌쩍 뛴다. 트윈 램프와 늘씬하게 빚은 차체는 분명 과거를 바라보지만, 그 아래 품은 리벳접합 알루미늄 차체와 V8 수퍼차저 엔진 내공은 미래를 바라보는 모델이다. 감회가 새롭다. 학창시절 드림카를 10년의 세월이 흘러 클래식카로 만나다니. 게다가 이 차는 그중 최고 사양인 2008 다임러 수퍼 V8이 아닌가. 세계에 단 863대 팔린 모델을 탄다는 감상에 젖어 괜히 한번 보닛을 쓰다듬어 본다. 시트에 앉자 엉덩이가 폭 파묻힌다. 높은 벨트라인(옆 유리창과 문짝 위 경계선)과 낮은 시트 높이는 영락없는 요즘 세단의 모습. 가로로 길쭉한 나무 무늬 대시보드는 1세대부터 이어온 과거의 흔적이다. 현대와 과거를 멋지게 버무렸다. 영국 신사 지팡이 같은 도톰한 J 게이트 변속 레버를 뒤로 당겨 앞으로 나아갔다. 선착장까지는 고속도로가 이어졌다. 구름 위를 둥둥 떠다녔던 1세대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안정감이다. 35년 세월이 흐르면서 운전대엔 유격이 사라졌고,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눌림에 따라 팽팽히 굳어 휘청거리지 않는다. 더욱이 3,160mm의 길쭉한 휠베이스가 웬만한 충격은 시소 타듯 흘리니 언제나 여유롭다. 고속도로에서 4.2L 400마력 출력을 맘껏 쏟아낼 수 있던 이유다.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오후 8시. 널찍한 남쪽 평야의 해는 오래도 걸려있다. 하늘이 일찍이 붉게 물들었음에도 포츠머스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도 빛이 남아있었다. 배에 XJ를 집어넣으며 첫날 일정, 그리고 영국 일정은 모두 끝났다. 200km 가량을 배로 이동해 11시간 뒤 프랑스 세인트 말로 선착장에 닿으면 다시 시간 여행 시작이다.XJ40에 얽힌 이야기재규어 설립자 윌리엄 라이온스의 손길이 닿은 마지막 XJ다. 그는 XJ40출시 1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XJ40 개발 과정에 자문을 아끼지 않았다.각 잡힌 스타일이 돋보이는 XJ40X300은 변속레버와 센터패시아가 깊숙이 박혀있다X350보다 뻣뻣한 스타일 덕분에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X300프랑스 세인트 말로에 도착한 XJ 1986~200211시간 뒤 프랑스 세인트 말로에서 눈을 뜨자, 이제 시간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식 3세대 XJ(X308, XJ8 오토)다. 4세대 X350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비교적 바람 빠진 듯 뻣뻣한 모습이 더 고풍스럽다.실내 역시 X350과 같은 구성이나 한결 더 평평하다. 그런데 놀라운 트릭을 발견했다. 페달 위치에 맞춰 시트를 조정했더니, 다리가 보닛 아래로 깊숙이 들어간다. 대시보드가 코앞으로 다가와 이래도 되나 싶지만, 깊게 파인 센터패시아와 변속레버 위치가 알맞은 자리란 걸 알려준다. 덕분에 뒷좌석 무릎 공간은 널찍이 벌어진 상황. 아, 이는 길쭉한 보닛과 트렁크로 멋을 살리면서도 공간까지 확보한 재치였다. 비록 운전자는 보닛에 바짝 붙은 시야가 다소 답답하지만 밖에서 멋있으니 그걸로 됐다.바짝 붙은 운전 자세는 나름 자신감을 심어줬다. 우측통행 프랑스에서 운전석이 오른쪽에 달린 영국 대형세단을 모는 불편한 상황이지만 각진 보닛 끝이 적나라하게 보여 별문제 없다. 덕분에 부담 없이 재규어 최초 V8 엔진을 만끽했다. 3.2L 엔진이 내는 243마력의 출력은 1.8t 덩치를 넘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끈다. 당시 XJ 중 가장 작은 배기량인 만큼 화끈한 성능보다는 부드러운 주행에 초점이 맞춰졌다. 고급차답게 높은 rpm에서도 철저히 소리를 죽인다.참고로 2세대 XJ40은 상황이 여의치 못해 동승만 해볼 수 있었다. 3세대(X300, X308)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지만, 모두 한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이다. 8방향으로 조절되는 전동 시트와 디지털 계기판 등 바로 이전 1세대 시리즈 3보다 편의사양이 많이 늘어난 게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각진 스타일을 좋아하는 기자가 이 차를 못 탄 게 지금도 아쉽다.X308에 얽힌 이야기XJ 역사상 처음으로 8기통 엔진을 얹었다. AJ-V8 엔진은 이전 6기통과 12기통 엔진을 모두 대체했으며, 가장 강력한 모델은 수퍼차저를 더해 최고출력 375마력을 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XJ이기도 하다.마치 스포츠카처럼 폭 파묻힌 X351 운전석X351은 구향 XJ사이에서 눈에 띄게 다르지만, 우아한 스타일만큼은 구형 못지않다2009~현재이제 최종 목적지 파리까지 1/4도 남지 않았다. 도시가 가까워지면서 차들이 많아져 불편해지는 상황. 다행히 우리의 마지막 차는 최신 XJ(X351, XJ50)다. 구형 XJ 사이에서 미운 오리 새끼마냥 톡 튀는 생김새지만, 우아한 분위기만큼은 클래식카 못지않다. 특히 길쭉하게 늘려놓은 리어 오버행과 그 위를 하나의 큰 곡선으로 덮은 과감한 실루엣이 압권이다. 클래식 XJ를 타다 앉은 최신 XJ는 마치 스포츠카 같았다. 높은 센터터널과 벨트라인 사이 낮은 시트에 폭 파묻혀 보호받는 느낌이랄까. 대시보드 뒤로 넓게 두른 무늬목 장식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내내 봐왔던 거대한 나무 범벅 대시보드에 그새 정들었는지, 빈자리가 못내 아쉽긴 하다.시간이 많이 지체된 탓에 우리는 꽤 빠른 속도로 파리를 향했다. 심장은 여태 탄 차 중 가장 작은 3.0L 디젤이지만, 대배기량 클래식 XJ들을 수월하게 비껴간다. 직분사와 트윈 터보 등 온갖 최신 기술이 끌어낸 71.4kg∙m 두툼한 토크는 배기량을 초월하기에 충분했다. 비록 질감만큼은 12기통 가솔린 엔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말이다.이윽고 파리에 들어서자 유서 깊은 돌길이 펼쳐졌다. 이 울퉁불퉁한 길을 최신 XJ와 함께여서 천만다행이다. 다른 차였다면 터덜거렸을 거친 길 위에서 XJ 에어서스펜션은 잔잔한 흔들림만을 남긴다. 이 은은한 흔들림을 즐기는 사이, 어느덧 개선문을 돌아 파리모터쇼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로써 영국 캐슬 브롬위치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1,000km 여정이 모두 끝났다. 분명 2018년을 달렸지만, 그 시절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XJ는 우리를 50년 전, 또는 30년 전으로 이끌었다. 평소 과거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다. 재규어는 XJ 반세기 역사를 생생히 지켜왔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찬란하게 조명한다. 헤리티지는 말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XJ50은?‘50’이라는 글씨에서 엿볼 수 있듯, 50주년 기념 특별 모델이다. 현세대 X351을 바탕으로 새로운 20인치 휠과 함께 곳곳에 XJ50 로고를 더해 꾸몄다. 우리나라에도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 반세기 시간.. 2018-10-26
역대 XJ와 함께한 유럽 1,000km 반세기 시간 여행하 보러가기 전 세대 XJ가 1,000km 여정을 떠났다. 영국 재규어 공장에서 50년 전 XJ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던 파리모터쇼를 향해.글 윤지수 기자 사진 재규어“네? 이걸 타고 파리까지 간다고요?” 모든 XJ를 탄다는 소리만 듣고 동네 몇 바퀴 돌아볼 줄 알았건만, 어안이 벙벙했다. 50년 묵은 자동차가 1,000km를 여정을 견딜 수 있을까? 아니 내 허리는 괜찮을까? 온갖 걱정이 머릿속에 차올랐지만, 형형색색 XJ를 보자 걱정은 이내 설렘으로 뒤덮인다. 이토록 아름다운 클래식카를 맘껏 탈 수 있다니, 허리가 뭐 대수인가.캐슬 브롬위치 재규어 공장에서 여정을 시작했다 길쭉한 리어오버행이 아름다운 시리즈 3.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실루엣이 시각적 무게를 덜어낸다지천명 세월을 되뇌다지난 1968년 파리 모터쇼에서 첫 XJ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지금, 역대 모든 XJ가 한 자리에 모였다. 재규어가 태어나는 영국 캐슬 브롬위치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달려 50년 전 그날을 기리기 위해서.영국 날씨가 이렇게 좋을 때가 있었나? 하늘도 XJ 50주년을 축하하듯 화창하다. 쨍쨍한 햇빛이 주름진 XJ 보닛에 부딪혀 어지럽게 흩어진다. 모두 공장에서 방금 나온 듯 흠집하나 찾아볼 수 없이 깨끗한 상태. 이 날을 위해 재규어가 모아온 역대 XJ를 다시금 갈고 닦았다. 늘어선 XJ를 보고 있자니 멋지다는 생각 뒤에 시샘이 뒤따른다. 우리네 브랜드의 50주년은 어땠던가.대시보드 전체를 뒤덮은 나무무늬 장식과 가죽으로 감싼 운전대가 화려한 시리즈 3 XJ 시리즈 3에 얽힌 이야기뭐가 바뀌었는지 눈 크게 뜨고 살펴야 하지만, 이탈리아 카로체리아(디자인 능력을 갖춘 자동차 공방) 피닌파리나가 디자인에 참여한 최초의 XJ다. 피닌파리나의 영향인 걸까? 시리즈 3은 1979~1992년까지 무려 17만7,243대가 생산돼 1세대 세 개 시리즈 중 가장 인기리에 판매됐다.1979~1992몸이 달아오른 기자단의 분위기를 알았는지, 짧은 코스 설명 후 곧바로 1,000km 여정이 시작됐다. 우리의 첫 파트너는 1987년식 붉은색 XJ 시리즈 3(XJ6 4.2 소버린). 시리즈 1~3으로 이어지는 1세대 마지막 모델이다. 처음 마주한 클래식 XJ는 역시 실루엣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뒤쪽을 끌어내려 길쭉하게 뽑아낸 리어 오버행엔 유럽 고급 세단의 로망이 가득하다. ‘철거덕’ 단단히 조인 문짝을 당겨 오른쪽에 탔다. 여기는 ‘우핸들’의 나라 영국이니 말이다. 얇은 운전대와 짧은 시트는 영락없는 오래된 차의 모습. 나무 무늬로 뒤덮은 대시보드와 가죽으로 감싼 운전대는 당시 이 차의 위상을 대변한다. 높낮이 조절 따윈 없는 시트를 조정한 후 페달을 밟았다.30년 세월이 무색하게 XJ는 도로 위를 흐르듯 미끄러졌다. 직렬 6기통 엔진은 그 명성처럼 기분 좋게 박동하고, 낭창한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둥글게 걸러낸다. 207마력 4.2L 엔진 또한 기계식 스로틀 반응이 즉각적이다. ‘클래식카는 불편하고 느리며 시끄럽다’는 기자의 편견이 첫 차부터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한적한 유럽 도로에서 나무 범벅 대시보드를 아래 둔 채 얇은 운전대를 잡고 있으니 80년대를 달리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당시 이 정도였다면 분명 구름 위를 달리는 기분이었으리라.그러나 격한 주행에서까지 구름처럼 떠다녀 환상은 짧게 끝났다. 유럽 도로에 즐비한 회전교차로를 돌아갈 때마다 마치 스태빌라이저 떼어낸 듯 휘청거렸고(물론 스태빌라이저는 있지만), 밀리는 브레이크는 1.8t 덩치를 실감시킨다. 30년 세월을 다시 보상받았다.XJ 시리즈 2 쿠페에 얽힌 이야기 1975년부터 78년까지. 겨우 3년만 판매되고 사라진 XJ 쿠페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자동차 경주에 열심히 참여한다. 1976~1977 유러피언 투어링카 챔피언십에 참가했고, 1977년엔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재규어 랜드로버 클래식 워크스는 어떤 곳?재규어 시리즈 3을 끌고 도착한 첫 장소는 재규어-랜드로버 클래식 워크스였다. 클래식 재규어-랜드로버 복원 센터로, 그 규모는 1만4,000㎡에 달한다. 클래식카만을 위한 54개 워크베이가 마련됐으며, 500여 대의 클래식카를 보유하고 있다. 1973~1979첫 번째 경유지인 재규어 클래식 워크스에 도착해 다시 11년의 시간을 되돌렸다. 이번엔 1978년식 시리즈 2 쿠페(XJ V12 5.3C)로, XJ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 쿠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크롬 범퍼와 비닐 루프다. 고무 범퍼를 쓴 시리즈 3과 달리 크롬 범퍼가 달려 한결 자연스럽다. 역시 클래식카는 번쩍이는 크롬이 진리다. 검은 비닐로 덮인 천장 역시 클래식 분위기를 띄우지만, 사실은 B 필러가 없어 천장이 휘는 바람에 생기는 페인트 균열을 가리는 역할이었다는 씁쓸한 후문.실내 역시 화려하다. 당시 이 차의 위상은 지금의 S클래스 쿠페 이상이었을 테니 무리도 아니다. 다만 11년 세월을 거스르는 동안 센터패시아 무늬목 장식과 가죽을 덧씌운 운전대는 사라진 모양이다.가속 페달에 발을 올려놓자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40년 전 자연흡기 V12 엔진 앞에서 가슴 안 뛸 자동차 마니아가 어디 있을까. 과감히 페달을 밟자 우렁찬 소리와 함께 튀어나간다. 무려 12개 피스톤이 제각각 폭발하는 회전 질감은 두말할 것 없이 풍요롭고, 288마력 출력도 거뜬하다. 40년 전 재규어에서 요즘 차에도 없는 매력을 느끼다니. 특히 전자 장비 없는 기계식 구조가 12기통 질감을 더욱 직관적으로 전한다. 다만 3단에 불과한 자동 변속기(보그워너)는 엔진 힘을 제대로 끌어내기엔 버거웠다.대형 차체와 12기통 엔진, XJ 쿠페는 영락없는 GT(장거리 여행용 자동차)임에도 마냥 편안하진 않다. 팽팽한 서스펜션이 노면 충격을 적잖게 유입한다. 쿠페답게 승차감보다는 달리기에 더 집중한 모양새로, 역시나 코너에서 쏠림을 든든히 억제한다. 역동적인 움직임에 12기통 엔진을 채찍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타이어를 짓이기기엔 너무 귀한 차라 참아야 했다. 검은 가죽과 금속 패널로 마감한 실내가 쿠페답게 역동적이다XJ 시리즈 1에 얽힌 이야기‘세계 최초 12기통 4도어 세단.’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설명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리즈 1은 최고속도 시속 225km를 기록해 당시 가장 빠른 세단이기도 했다.시리즈 2 쿠페는 역동적인 몸놀림이 돋보였다시리즈 1 실내. 운전대 안에 달린 작은 은색 반원 링은 경음기 버튼이었다시리즈 1은 거대한 그릴이 달려 가장 권위적이다1968~19731,000km 여정의 4분의 1 지점인 옥스퍼드를 지날 즈음 시간은 5년 전 더 깊숙한 과거로 빠져든다. 드디어 XJ의 시작, 1973년식 시리즈 1이다. 그중에서 이름도 화려한 으뜸 사양, 다임러 더블 식스 반덴 플러스 리무진이다. 재규어 최고 사양(다임러), 12기통(더블 식스), 롱 휠베이스(리무진)라는 뜻. 참고로 다임러는 독일 다임러와 전혀 관계없으며, 그 유래는 1960년 재규어가 인수한 영국 최초(1896) 자동차 메이커 다임러에서 가져왔다.모양이 ‘거기서 거기’인 시리즈 1은 바닥으로 내려앉은 크롬 범퍼와 웅장한 그릴로 구별할 수 있다. 시리즈 2부터는 미국 안전 규제 때문에 범퍼가 위로 올라가, 시리즈 1만의 특징으로 남았다고. 거대한 나무 무늬 장식이 펼쳐진 실내는 여전하다. 그런데 대시보드 가운데 떡 하니 놓인 온갖 토글스위치가 눈길을 끈다. 시리즈 2보다도 더 많은 기능이 달린 걸까? 자세히 보니 와이퍼, 워셔 분사, 헤드램프, 유리창 조절 버튼…. 당연한 전기 장치들을 한가운데 자랑스레 늘어놓았다. 당시엔 이 정도도 꽤나 고급 장비였던 모양이다. 변속 레버 뒤 금장 V12 엠블럼에서 세계 최초 12기통 세단의 자부심도 엿보인다. 45년 전 12기통 대형 세단에 앉았다. 폭신하게 파묻히는 시트, 시야 아래를 가득 매운 긴 보닛, 존재를 감추는 12기통 엔진, 구름 같은 서스펜션까지. 한적한 영국 가로수길을 유유자적 흐르며 반세기 전 정점에 올랐던 감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당시 롤스로이스 실버쉐도우보다 조용하고 빨랐다니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 XJ 50년 역사의 시작점답다.디쉬타입 휠로 한껏 멋을 낸 X350 다임러 수퍼 V8 X350은 거대한 나무무늬 대시보드를 마지막으로 쓴 재규어다영국 포츠머스 선착장에서 프랑스행 배에 올랐다X350에 얽힌 이야기X350은 리벳접합 알루미늄 차체를 사용해, 가장 가벼운 모델(V6 3.0) 무게가 1,539kg에 불과했다. 현세대 그랜저 최저 무게가 1,550kg(2.4 자동)인 걸 보면 이 차가 얼마나 가벼운지 짐작이 간다.
티볼리 & 렉스턴, 쌍용의 쌍룡 2018-10-25
TIVOLI & G4 REXTON 쌍용의 쌍룡쌍용의 대내외적 얼굴 마담을 자처하는 티볼리와 G4 렉스턴이 2019년형으로 재단장을 마쳤다. 쌍용의 쌍룡(雙龍)은 내년 역시 필승의 해를 다짐하고 있었다.SSANGYONG TIVOLI ARMOUR우리 입맛에 쏙글 윤지수 기자사진 최진호우리가 소형 SUV에 바라는 것? 일단 소형차니까 합리적인 가격이 먼저고 연비가 좋아야 한다. 작은 차의 톡톡 튀는 개성도 포인트. SUV니까 가족을 태울 만큼 넉넉하고 또 든든하면 더더욱 좋겠다. 바라는 걸 정리해보니 딱 한 차가 떠오른다. 쌍용 티볼리다.푸짐한 SUV‘이 색 어때? 신상이야~’라고 뽐내는 듯, 주황색 페인트를 뒤덮은 티볼리 앞에 섰다. 작은 덩치에 햇볕처럼 쨍한 주황색 페인트, 거기에 흰색 지붕까지 덮어놓으니 ‘오렌지 팝’이라는 색깔 이름답게 아기자기한 매력이 톡톡 튄다. 왠지 이 차와 함께라면 지난날 탔던 평범한 준중형 세단처럼 심심하진 않을 듯한 기분이다.오렌지 팝 색은 2019년형과 함께 추가된 신상이다(멀리서 보면) 두 개의 배기 파이프가 연상되는 크롬 장식이 추가됐다그러나 티볼리는 겉과 속이 달랐다. 개구쟁이 같은 겉모습 아래 진중한 속내를 감추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운전대 위 쌍용 엠블럼에서부터 각진 대시보드까지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하다. 더욱이 예상보다 널찍한 실내가 무게감을 더한다.준중형 부럽지 않게 널찍한 실내. 다소 투박한 스타일은 흠이다그렇다. 티볼리는 넓다. SUV라며 탔더니 경차 실내처럼 좁은 소형 SUV가 아니다. 두터운 센터 콘솔에서 엿볼 수 있듯, 좌우가 멀찍이 떨어져 동승자 옆구리 찌를 일 없고, 각을 잡은 앞 유리 덕분에 머리 공간도 넉넉하다. 소형차지만 준중형 세단에 앉은 기분이랄까. 1,795mm 동급 최대 너비가 수치상 증거다.이거 소형 SUV 맞아?뒷좌석 역시 마찬가지다. 앞좌석을 키 177cm 기자에게 맞춘 후 뒤에 앉았더니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여유롭게 남는다. 놀랍게도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고 바닥까지 평평해 뒷좌석 승객의 볼멘소리 들을 일도 없겠다. 그 뒤 트렁크 공간은 423L. 소형차 주제에 좁은 걸 못 참는 우리나라 성향만큼은 제대로 해결한다.이제 자세히 들여다보자. 오르간 타입 페달, D컷 운전대, 1열 열선 및 통풍 시트, 2열 열선, 퀼팅 시트, 운전대 열선, 좌우 독립 풀 오토 에어컨……. 인기를 끌 만한 사양은 아낌없이 넣어 놨다. ‘소형차는 소형차다워야지’라며 경쟁 SUV가 쭈뼛댈 때, 티볼리는 머뭇거리지 않았다.새로이 바뀐 변속 레버. 복잡한 모습에서 디자이너의 고충이 느껴진다이래 봬도 SUV시동을 걸어, 1.6L 디젤 엔진을 깨운다. 잔잔한 진동과 함께 높은 시야 아래로 평평한 보닛이 펼쳐진다. 높이 1,600mm에 불과한 작은 차가 제법 SUV다운 감각이다. 튼튼한 근육처럼 굴곡진 독특한 D컷 운전대 또한 마찬가지다.출발은 다른 쌍용차가 그렇듯 처음부터 힘차다. 1,500rpm부터 30.6kg∙m 최대토크를 뿜는 1.6L 엔진 이름이 괜히 LET(Low End Toque)가 아니다. 게다가 페달이 예민하게 조율돼, 그 특성이 더더욱 확실하다. 마치 ‘나 이만큼 힘 세!’라며 조그마한 알통을 자랑하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하지만, 덕분에 시내 주행에서만큼은 스트레스 없이 달린다.그러나 작은 알통은 금세 한계를 드러낸다. 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면 이미 초반에 대부분 힘을 끌어낸 탓에 소리만 요란할 뿐 기대만큼 속도를 붙이지 못한다. 1.5t 덩치, 115마력 최고출력에서 엿보이듯 실질적인 달리기 성능은 무난한 수준. 최고속도 바늘도 시속 160km까지는 무탈하게 오르내리지만, 그 이후는 배기량 한계를 드러낸다.초반에 힘을 몰아 쓰는 파워트레인은 정지/출발이 잦은 도심 주행에 알맞다. 서스펜션도 딱 도심형답다. 요철을 만나면 한번 눌렸다 펴진 후 흔들림을 남기지 않는 담백한 스타일로, 탄탄한 댐퍼가 스프링을 정확히 억제한다. 승차감만큼은 사다리꼴 골격 위에 빚어진 집안 형님들 부럽지 않다.이토록 도심형 SUV를 지향하면서도 ‘키 높은 해치백’이라며 놀림당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4WD다. 사실 티볼리는 바닥 높이가 승용차에 가깝게 낮지만, 각진 스타일과 4WD 덕분에 괜히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소형 SUV들은 2륜 구동에 LSD도 없는 차들이 허다한데 말이다. 더욱이 2019년형으로 바뀌면서 경사로 저속주행장치(HDC)가 추가돼 비포장도로에서 심리적 자신감을 끌어올렸다.자랑해도 좋다. 나는 사륜이다!똑똑한 SUV티볼리는 쌍용차 막내답지 않게 가장 똑똑하다. 유일하게 직접 운전대를 조정해 차선 한가운데를 달릴 줄 안다. 물론 위급 시 긴급 제동 보조와 앞차를 파악해 알아서 상향등을 조절하는 기능도 빠짐없이 들었다. 사실 요즘 차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수준이지만, 티볼리의 강점은 이 모든 기능을 59만원에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약 300km를 달리는 동안 트립 컴퓨터 연비는 리터당 14.5km를 기록했다. 디젤 엔진답게 사륜구동임에도 조금만 부드럽게 주행하니 연비가 쭉쭉 올랐다. 참고로 공인 복합 연비는 리터당 13.4km다.티볼리는 올 상반기 2만여 대를 넘게 판매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놀라운 기술이 들어간 것도, 성능이 대단치도 않은 티볼리의 인기 비결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그저 국내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이다. 널찍한 공간과 풍부한 편의 장비, 적당한 성능에 든든한 첨단 기능까지. 진입 가격도 1,626만원(가솔린, 수동)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티볼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성공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SSANGYONG 2019 G4 REXTON HERITAGEWELL MADE SUV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대한민국 1%’라는 타이틀을 달고 데뷔한 렉스턴. 지난 1998년 개발에 착수한 지 벌써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렉스턴은 무쏘를 뛰어넘는 우람한 체급으로 우리나라에 대형 SUV의 시대를 열고 그 존재 이유를 꾸준히 알린 모델이기도 했다. 현재 판매량을 봐도 G4 렉스턴은 바깥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우직하게 쌍용의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2018.9월 기준 국산 대형 SUV 시장 점유율 85.6%). 이러한 렉스턴이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거쳐 2019년형으로 돌아왔다. 2019 G4 렉스턴 최상위 트림에 놓인 헤리티지 모델을 시승했다.트렌디한 클래식G4 렉스턴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면 외관에서 달라진 곳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기존의 단순 가로형 배치였던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유라시아 에디션에서 만날 수 있던 그물 타입의 그릴을 달아 직전의 렉스턴과는 다른 모델임을 어필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인 만큼 트림명 레터링은 우측 엉덩이에 자리하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G4 렉스턴은 다르다. 우측 앞으로 가까이 가야 겨우 트림을 알 수 있게 했다. 보다 진중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이다. G4 렉스턴 기본 모델인 럭셔리 트림에서는 신규 적용되는 다이아몬드 커팅 휠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연식을 바꾸면서 추가된 점이다. 보다 모던하고 스포티한 디자인으로 바뀐 휠이 매력을 배가한다.전면에는 상위 트림(헤리티지, 유라시아)에서만 볼 수 있는 메쉬 타입 그릴이 적용됐다헤리티지 엠블럼이 우측 도어를 장식한다20인치 스퍼터링 휠. 다른 트림에서 다이아몬드 커팅 휠을 만나볼 수 있다하루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요즘 현대인은 더 나은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런데 차 문을 여닫을 때 일일이 리모컨 키를 눌러야 한다면? 표정이 금세 굳고 말 거다. 이번 G4 렉스턴에는 2채널 터치 센싱 도어 핸들이 새롭게 적용됐다. 손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다. 이는 실제 카 라이프에서 작지만 큰 만족감을 준다. 이젠 쌍용차도 클래식을 고수해야 할 때, 그리고 트렌드를 적용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급스러움에 편의성을 더하다실내의 고급감은 여전하다. 전체적인 소재와 컬러가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 차가 쌍용의 프리미엄급 SUV라는 사실에 이견을 달 수 없게 한다. 나파가죽시트가 전하는 부드러운 착좌감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인스트루먼트 패널, 도어트림에 적용되며 시각적으로 한층 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퀼팅 패턴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엠블럼이 추가로 박힌 기어 노브는 쌍용이 G4 렉스턴을 브랜드 내에서 어떤 위치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아마도 배려심 많은 운전자라면 동승석에 앉는 사람이 바뀔 때마다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싶을 거다. 이를 간파한 쌍용은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 포지션을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워크 인(Walk-In) 디바이스를 추가했다. 쌍용이 배려하는 건 동승자뿐만이 아니다. 운전석에는 오너를 위한 4Way 전동식 허리받침대가 새로 달렸다. 운전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보다 안락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편의성 업데이트 내역은 뒷좌석에서도 이어진다. 뒷자리 팔 받침대에 트레이가 추가됐으며, 컵홀더 사이에는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는 홀더를 추가해 편리함을 더했다. 동승석에 추가된 워크인 디바이스. 도어트림 퀼팅과 시트 뒷면의 G4 렉스턴 엠블럼이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어준다기어 노브를 장식한 쌍용 엠블럼은 G4 렉스턴에 걸맞는 코스메틱이다전반적으로 프리미엄급 SUV에 걸맞는 고급스러움을 담고 있는 실내플래그십에 걸맞는 묵직한 주행감최근에 몰아본 덩치 큰 SUV는 수입차 위주였던 터라 오랜만에 타보는 국산 대형 SUV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먼저 체크한 건 스티어링 휠의 감각. 초반부터 묵직한 조작감을 예상했던 것과 정반대의 느낌이다. 유압식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휠(SSPS)은 스티어링 유압 라인에 별도의 장치를 달아 압력을 조절한다. 적은 힘으로도 잘 돌아가고 운전대와 실제 방향 사이에 이질감이 없다. 고속 주행에서도 크게 묵직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출발 가속 시 반응은 약간 늦은 편. 2.2t에 육박하는 중량 탓인지, 아니면 길들이기가 덜 된 탓인지 몰라도 이 정도 체급의 SUV라면 반응이 민감한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다. 반 박자 여유 부리는 덕에 차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쫓을 시간을 벌었다. 출발 가속 이후의 주행성능은 2.2L 엔진이 이끄는 2.2t 차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벤츠 E-트로닉 7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변속감은 마냥 부드럽다. 이질감 없이 치밀하고, 부지런히 속도를 밀어 올린다. 이 가운데 실내 정숙성은 가히 플래그십 SUV라 부를 만할 만큼 조용하다. 시속 120km를 넘나드는 고속 주행에서 충분히 만족스런 주행감을 전했다. 다만 시속 130km대 이후에서 가속감이 서서히 줄어들긴 한다. 차체 중량과 효율 사이에서 엔진 선택을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커브에서의 움직임은 기대 이상이다. 특유의 프레임바디 형식을 감안했을 때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날렵한 편이다. 차체 비틀림에 강한 만큼 안정적인 코너링을 해내는 건 덤이다. 타이어는 주행 중 접지력 약화와 편마모 현상을 개선한 한국타이어 다이나프로HP2가 달렸다.이중 수납이 가능한 트렁크는 최대 1,977L의 적재용량을 가진다잘 만들었다단점으로 지적되던 엔진룸 하부의 부실했던 언더커버도 보강됐다. 만듦새 하나하나까지 치밀하게 신경 쓴 모습은 실제로 차를 몰게 될 예비 오너를 흡족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여기에 더해 배기가스 처리방식에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를 사용함으로써 유해물질을 적극적으로 줄인 것 역시 고객은 물론,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물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내실 있게 다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2019년형 G4 렉스턴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웰 메이드’ SUV가 아닐까.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
‘바알못’의 바이크 입문기 (2), 100cc, 690.. 2018-10-23
바이크 입문기 전 시리즈 바로가기‘바알못’의 바이크 입문기(2)100cc, 690km 장거리 투어 도전기도심만 달리다가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남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뼈저리게 느꼈다. 이 바이크는 근거리 운송수단이라는 것을.전기 스쿠터를 사지 않은 이유다. 사실 출퇴근용으로는 내연기관보다 전기모터가 더 매력적이었지만, 기왕 바이크 타는 김에 장거리 투어도 한번 떠나보고 싶었다. 한적한 도로를 오픈카보다 더 자유롭게 만끽하는 기분이 어떨지, 또 연료비를 얼마나 아낄지 궁금해서다. 그렇게 바이크 왕초보가 100cc 스쿠터를 타고 총 690km 여정을 떠났다.시작은 순조로웠다기자의 바이크는 공랭식 카뷰레터 엔진이 달린 KR모터스 델리로드 100(이하 델리로드). 장거리 주행에 따른 냉각이 가장 걱정됐다. 집 앞 정비소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쉬엄쉬엄 가세요”라고 조언했다. 이에 “공랭식이라 좀 무리일까요?”라고 물어봤더니, 되돌아온 답이 의외다. “60년대도 아니고 바이크는 문제없어요. 사람이 먼저 지칠 겁니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바이크 괜찮다는 소리에 안심해, 뒷말을 흘려들은 게 실수일 줄이야.냉각과 윤활을 모두 책임지는 엔진오일은 출발 전 필수 점검 사항이다.바이크 걱정을 덜고 본격적인 투어 준비에 나섰다. 목표로 잡은 도착지는 서울에서 남쪽으로 350km가량 떨어진 광주광역시. 자동차 전용도로를 뺀 복잡한 국도를 누비기 위해 스마트폰 거치대와 블루투스 이어폰을 마련했고, 벌레로부터 몸을 보호해줄 윈드스크린도 달았다. 장마철을 고려해 전자기기 방수 용품까지 주문하면 최소한의 여행 준비 끝이다.장거리 투어를 위해 핸드폰 거치대와 윈드 스크린을 마련했다델리로드 100은 두 개의 USB 충전 소켓이 마련돼, 스마트폰 배터리 걱정 없이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다20인치 캐리어가 선반 크기와 꼭 맞다.오전 11시 30분경 가볍게 바이크 점검 후 출발. 역시나 서울은 막혔으나 경기도로 나오니 교통량이 크게 줄어든다. 처음으로 달려보는 한적한 도로에 괜히 설레는 기분이 커진다. ‘도동 도동’ 박동하는 단기통 카뷰레터 엔진 소리도 흥을 돋웠다.도로도 예상보다 쉽다. 주로 편도 2차로에 중앙분리대까지 있는, 고속도로 닮은 고속화 국도가 이어져 시속 80km로 편안히 항속할 수 있다. 델리로드는 시속 90km까지는 달릴 수 있으니, 1차로는 힘들지만 2차로는 눈치 보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비록 상상했던 꼬불꼬불 국도의 운치는 그만큼 없었지만 말이다.주로 고속도로처럼 생긴 국도가 이어진다. 100cc 출력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다대략 50km를 달려보니 자만감이 스멀스멀 차오른다. ‘이거 사람들 걱정에 비해 별거 아니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엉덩이가 조금 찌릿한 것만 빼면 아직은 아무런 문제 없었다.고행의 시작10km쯤 더 달렸을까? 조금 아팠던 엉덩이가 더는 앉아있을 수 없을 만큼 급격히 아파진다. 거친 단기통 엔진 진동과 뒤 서스펜션이 걸러내지 못한 노면 진동이 끊임없이 엉덩이를 공격한다. 결국 출발 후 60km가량 달린 후 휴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 10분 정도 쉬고 나면 (느낌상) 눌린 메모리폼 배게 올라오듯 엉덩이가 회복된다.  그러나 이후로는 한 번에 30km를 채 가지 못했다. 조금 달리다 보면 엉덩이 통증이 여지없이 재발했다. 다른 문제는 다 참을 수 있지만 이것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준이 아니다. 조금 달리다 쉬고, 또 조금 달리다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오후 5시 30분이었던 내비게이션 도착 예상시각은 쭉쭉 늘어난다.이때부터 엉덩이가 아팠다.갈수록 교통량이 적어지면서 출력 갈증도 커졌다. 80km/h로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이 속도에서 가속은 매우 더디다. 2차로에 저속 주행 차를 만나면 1차로가 뒤로 멀리까지 비어있는 걸 확인한 후에야 추월할 수 있었다. 또 쌩쌩 기자를 지나쳐가는 ‘두둥 두둥’ 할리데이비슨과 125cc 이상 스쿠터들 때문에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오른손 스로틀을 끝까지 감아봐야 100cc 델리로드는 터질 것 같은 소리만 낼 뿐이었다. 누적 주행거리 160km를 지나며 충청남도 공주시를 달릴 즈음 연료게이지가 두 칸으로 떨어졌다. 가득 채웠을 때 총 6칸이니 간단히 계산해보면 한번 주유로 대략 250km는 달릴 수 있다는 얘기. 그러나 혼자 나선 길에 바이크가 서버리면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을 것 같아 3km를 더 달린 후 기름을 채워 넣었다. 가득 넣어 출발한 뒤 소모한 기름은 4.881L. 중간 정산 연비는 32.7km/L다.엉덩이 휴식 주기는 점점 빨라졌다. 쉬는 주기가 20km 아래로 떨어질 때 즈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점심을 먹으며 엉덩이를 제대로 회복하기로 했다. 이때가 오후 3시 30분, 위치는 충남 논산으로 광주까지 딱 절반 거리를 4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자동차였으면 휴게소에 들르고도 이미 광주에 도착했을 시간이다. 차 놔두고 이게 무슨 고생인가. 피곤해서 그런지 밥도 무진장 맛없다.국도에서 휴게소는 정말 반갑다국도변에는 주유소가 듬성듬성 있다.세워둔 바이크를 보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절반이나 왔으니 계속 내려갈 수밖에. 긴 휴식 뒤에 엉덩이 통증은 줄었으나, 역시나 잠깐뿐이다. 한번 50km가량을 달리고 나면 이후부터는 20~30km를 한 번에 달리기 힘들다.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신호등 앞에 설 때마다 일어서서 엉덩이를 회복해야 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벌레는 많지 않았다. 꽤나 더웠던 9월 초라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한참을 달리는 데 거대한 벌레가 돌팔매처럼 날아와 헬멧 실드에 ‘댕~’ 소리를 내며 부딪혀 흠칫 놀라기도 했다. 만약 실드를 안 쓰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다.여정 중 비를 맞기도 했다. 급히 세워서 스마트폰에 비닐을 씌운 모습 고행 속 즐거움전라도에 다다르자 주변에 한층 녹음이 우거졌다. 출발 전 상상했던, 한가로이 국도를 달리는 그림이 펼쳐진 것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가로수 길을 홀로 달리고 있으니 이제야 투어다운 맛이 난다. 다만 바이크는 오픈카보다 자전거에 가깝기 때문에 자동차의 여유는 느낄 수 없었다.전북 익산시. 계속해서 쉬어야 했기에 다양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전북 김제시 한 도로. 한 폭의 그림 같은 도로를 달렸다.길은 주로 편도 2차로 고속화 국도였지만, 간간이 편도 1차로 고갯길도 섞여 있었다. 두 바퀴 감각을 느끼며 완만한 코너를 돌아나가는 주행은 도심에선 경험할 수 없는 감각. 굳이 빠르게 달리지 않아도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어릴 적 “바이크 투어 가기 전엔 잠을 설칠 정도로 설렌다”던 은사님 말씀이 이제야 조금 이해된다. 물론 그분은 리터급 바이크에 전용 슈트까지 차려입었던 진짜 라이더였지만. 장거리 주행이 길어지면서 바이크 엔진 소리가 달라졌다. 시내에서 카랑카랑한 소리가 섞여 있던 소리가 한층 깔끔하다. 아마 장시간 운행에 따라 연소실 온도가 올라 온갖 찌꺼기가 다 타버린 모양(물론 추측이다). 운전자는 피로에 절었지만 델리로드는 쌩쌩했다. 아니, 오히려 컨디션이 더 좋아진 것 같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드디어 광주광역시에 도착했다. 시간은 해가 뉘엿뉘엿 넘어간 오후 7시로 무려 7시간 30분간 346.4km를 달렸다. 엉덩이 통증 때문에 예상 도착 시각(오후 5시 30분)보다 무려 1시간 30분이나 더 달린 셈이다. 시속 80km를 유지하면서 달렸지만 평균 속도도 겨우 46.1km/h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연비는? 연료게이지가 두 칸 남은 상태에서 기름을 넣자 5.451L가 들어갔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소모한 기름은 10.332L, 측정 연비는 33.5km/L다. 주유 단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총 유류비는 약 16,500원으로 버스비보다 저렴했다. 그러나 도로 위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마냥 기쁘진 않다.무려 7시간 30분을 달려 광주에 도착했다광주까지 누적 주행거리. 주유비는 약 16,500원 들었다총 690.3km 누적 주행거리를 쌓은 후 여정이 끝났다15시간 30분을 달리다다음 날 아침 뻐근한 몸을 이끌고 또다시 바이크에 올랐다. 내려왔으면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엔 서울행이다. 전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출발하니 서울에서 출발할 때보다 훨씬 쾌적하다. 비교도 안 되게 적은 교통량도 마찬가지. 하룻밤 자고 났더니 엉덩이도 완전히 회복됐다. 물론 좋은 컨디션은 출발 후 잠깐뿐이지만 말이다.그런데 광주를 빠져나오자 별안간 스마트폰 GPS가 먹통이 되어버렸다. 메인보드를 통째로 교체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새 스마트폰이 웬일일까? 아침이라 덥지도 않았고 실제로 만져 봐도 열은 없었다. 기자가 주목한 문제는 진동. 단기통 엔진이 사정없이 흔들어대니, 스마트폰 GPS가 정신을 놓아버린 모양이다. 기자의 손도 얼얼할 정도였으니 이해는 한다. 다행히 따로 준비해 간 태블릿 PC가 있어 길 잃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었다.서울로 향하는 길은 전날보다 한결 수월했다. 엉덩이가 아픈 걸 잘 알기에 미리미리 휴식을 취했고, 시간도 대략 예상돼 불안함도 적다. 그럼에도 밥맛을 잃을 만큼 피곤한 건 매한가지다.한참을 달린 후 차들이 급격히 많아진다. 서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시다. 주변 차의 배기가스와 엔진 열 덕분에 도로 위 체감 온도도 부쩍 오른다. 이런 정체를 뚫고 결국 처음 출발지였던 서울에 도착. 느긋하게 달려왔더니 무려 8시간이나 걸렸다. 왕복 총 누적 주행거리는 690.3km. 기름 소모량은 처음 날과 둘째 날 총 네 번 주유한 걸 합쳐 20.976L다. 계산해보면 L당 32.9km를 달렸다. 총 주유비는(네 개 주유소 평균 휘발유 단가 1596.5원) 33,474원. 저렴하긴 한데 고생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게다가 일반 승용차 1/10도 안 되는 덩치를 생각하면 효율이 높다곤 할 수 없겠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경기도 평택에서주말 동안 총 15시간 30분을 도로 위에서 보냈다. 시간이 말해주지 않는가, 100cc 스쿠터는 장거리 운송 수단으로 빵점이라는 걸. 단기통 진동 때문에 피로는 말할 것 없고, 고속에서 엔진 회전수가 높다 보니 효율도 기대 이하다. 원래 근거리 운송수단이었으니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여정 자체를 즐긴다면 100cc 스쿠터는 제법 흥미로운 동반자다. 자주 쉬어야 하는 덕분에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많은 풍경을 눈에 담았고, 탁 트인 시야로 즐겁게 달렸다. 아직도 엉덩이가 얼얼하지만 또 바이크 캠핑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장거리 투어 후 배기량 큰 바이크에 눈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글 윤지수 기자사진 윤지수, 최진호
현대 더 뉴 아반떼 하이퍼 노멀 시승기 2018-10-22
HYUNDAI THE NEW AVANTEHYPER NORMAL글 김민겸 기자사진  현대자동차평범함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로 지었을 3년 전 아반떼의 수식, 슈퍼 노멀. 당시 이에 이의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만큼 좋은 방향으로 바뀐 디자인에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지난달, 경기도 한 스튜디오에서 6세대 부분변경 신형 아반떼를 만났다.육감적 매력의 시작사회 초년생을 아우르는 국내 시장 타깃을 생각한다면 아반떼가 지녀야 할 가장 큰 덕목은 무난한 생김새에 있었다. 실제로도 이를 꾸준히 지켜온 게 아반떼였다. 슈퍼 노멀 버전에서 필요 이상으로 잘 생기게 바뀐 외모는 아반떼 마니아들의 기분을 한층 들뜨게 했다. 그랬던 과거와 비교할 때, 아반떼 부분 변경 모델의 디자인은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파격적인 수준의 디자인 변화는 페이스리프트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다. 좋은 점수를 받았던 이전 디자인을 확 뒤집어 버린 거다. 안 그래도 보수적 성향을 띠는 자동차 회사에서 쉽지 않은 시도다. 기아 K5 경우만 하더라도 잘 다져놓은 틀 안에서 가지고 놀며 큰 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 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신형 아반떼의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부터 시작한다. 현대차 패밀리룩 캐스케이딩 그릴이 보다 적극적으로, 아니 극적으로 쓰인다. 다소 둥글리며 부드러운 인상을 줬던 그릴에 각이 제대로 섰다. 삼각형으로 파격적으로 변신한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 안으로 침범해 들어간다. 이 디자인 덕에 다소 길고 거대해진 헤드램프가 적어도 사이즈 면에서는 전과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안개등이 자리한 범퍼 하단의 입체적인 면 구성은 기존 디자인과의 차이가 확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뒤로 가면 쏘나타 뉴 라이즈와 유사한 테일램프 디자인을 적용하되, 보다 날렵하게 표현해 혁신을 이어간다.세대 변경에 가까운 변화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신형 아반떼는 스스로의 라이벌을 자기 자신으로 규정한다. 극기(克己)의 자세는 시야를 보다 넓게 가져갈 때 쓰는 전략이다. 아반떼 전체 판매량에서 한국 시장이 담당하는 숫자는 예전 같지 않다. 해외에서 훨씬 많이 팔리는 만큼 수많은 경쟁 모델 사이에서 눈에 띄기 위한 전략의 결과다. 안방 시장 수준의 디자인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당연지사. 신형 아반떼는 현대차가 명명한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 디자인 철학의 시작이 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 철학은 후에 공개될 신형 쏘나타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될 계획이다.충만해진 스포티 감성‘파격’이란 단어가 전혀 과장이 아닌 외관 변화와 달리, 실내는 그 변화의 정도가 옅다. 이전 모델의 레이아웃을 그대로 가져간다. 대신 소소한 디테일을 추가해 실내에 머무르는 즐거움을 한층 높였다.신형 아반떼는 코나와 벨로스터에 쓰인 새로운 스티어링 휠을 더했다. 꽉 채워져 있어 밋밋했던 하단 스포크에 구멍이 뚫리며 멋과 완성도를 높였다. 센터패시아도 약간 다듬었다. 공조기 부위에 풍량 조절 다이얼을 달아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큼직한 변화는 이 정도에 재미있는 디테일이 추가된다. 계기반 속 다이얼에는 모터스포츠에서 볼 수 있는 체커기 무늬가 들어가고 스포츠 모델이 아님에도 계기반 주위로 탄소섬유 패턴을 넣어 스포티 감성을 배가했다. 신형 벨로스터에 들어가던 모터스포츠 코스메틱을 이식한 거다.신형 벨로스터에 들어가던 운전대로 바뀌었다공조기에 새로이 추가된 풍량 조절 다이얼 버튼체커기 데코레이션이 반영된 계기반 다이얼 편의 장비도 놓칠 수 없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거치대는 아반떼에는 처음 도입되는 것으로 일부 상위 차종이나 수입차에서 누리던 손쉬운 충전을 준중형 세단에서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멋부리기와 실용성을 추가한 변경 덕에 소재가 변함없음에도 인테리어에 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게 됐다.무선 충전 거치대가 있어 스마트폰 충전이 간편하다하이퍼 노멀 세단1.6L 가솔린 엔진과 무단 변속기의 조합은 현대차가 신형 아반떼에서 강력하게 밀고 있는 모델이다. 신형 아반떼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파워트레인까지 손을 보았다. 기존에 쓰던 직분사 엔진(GDi) 대신에 올 초 출시된 형제 모델 K3의 스마트 스트림 엔진(1.6 MPi)을 탑제한 것. 연료 분사 방식이 기존 직분사에서 포트분사로 변경됐다.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세팅이다. 이로 인해 동력 성능 지표인 출력과 토크는 살짝 낮아졌다. 이 같은 아쉬움은 보다 높아진 연비가 상쇄한다. 달리는 능력은 딱 엔트리급 세단에 어울리는 정도다. 고속 직진 주행 시에는 괜찮은 승차감을 전하다가도 코너링에서는 약간이라도 속도를 높이면 금방 그 하체의 한계를 드러낸다.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기존 하체에 부싱을 보강했다고는 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저속 구간에서는 엔진 소음보다는 노면 소음이 더 크게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이뤄졌다. 풍절음도 가격대를 생각해 본다면 괜찮은 수준. 하지만 페달을 깊게 밟기 시작하면 갑자기 엔진음이 치솟는다. 이 변화가 정말 한 끗 차이로 크게 변하다 보니 소음에서 오는 불쾌함이 고개를 든다. 노말 모드로 달리고 있음에도 스포츠 모드로 달리는 기분이랄까. 시승차가 길들이기도 채 끝나지 않은 새 차란 점을 고려해 본다면, 어느 정도 길들이기를 하고 나면 어느정도 줄어들 가능성은 있겠다.안전주행을 위한 스마트센스 기능은 대거 강화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는 물론 어댑티드 크루즈 컨트롤, 그리고 차로 유지 보조 기능까지 더했다. 이 정도면 살짝 못 미치긴 하지만 반자율주행 기능을 맛볼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신형 싼타페에서 봤던 안전 하차 보조 기능까지 더하니 준중형급 그 이상의 안전을 책임진다(최상위 트림에서 선택 가능)이래저래 말들이 많았지만 현대차는 수준 높은 상품성으로 다시 한번 준중형 세단이 자신들의 주 종목임을 입증해 보였다. 게다가 SUV 인기에 밀려 세단의 위기라는 요즘, 신형 아반떼는 평범한 준중형 세단을 뛰어넘어 새로운 현대차의 변화를 앞장서서 이끌기 시작했다. 
동해로 떠난 4色 PHEV 2018-10-22
동해로 떠난 4色 PHEV글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최진호전기 모터와 엔진을 함께 품은 PHEV. EV처럼 무공해로 달리다가도, 때때로 가솔린을 태워 시원스레 달리면서 배터리까지 채운다. 탐욕스레 손에 넣은 장거리 투어러 능력을 가늠키 위해 성격이 제각각인 네 대의 PHEV를 골라잡고 약 400km를 달렸다. BMW i8속단은 금물글 윤지수 기자우리가 계획한 시승 코스는 서울에서 속초까지 대략 왕복 400km가량. 평소였다면 구경도 못 했을 스포츠카 키가 막내 기자의 손까지 밀려온 이유다. i8을 마주하자 역시 잔뜩 긴장 서린 외모에 덜컥 겁부터 집어먹었다. 그러나 제목에 적혀있지 않나. 속단은 금물이다.전기만으로맵시는 인정한다. 여느 수퍼카 앞에서도 기죽을 일 없을 역동적인 스타일은 도로 위에서 누구든 한 번씩 쳐다보지 않을 수 없을 테다. 날개 펴듯 올라가는 버터플라이 도어도 빼놓을 수 없는 시선 집중 포인트. 다만 그만큼 타는 건 불편하다. 고개를 숙이고 엉덩이를 들이민 후 미끄러지듯 시트 위에 올라야 한다. 성능과 스타일을 위해 편안함을 희생한 모습에 400km 시승 부담이 더욱 커졌다.뒷좌석에 사람 태울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이렇게 시트 눕힐 수 있으면 족한 공간이다  우선 출발은 전기 모드다. 가득 찬 7.1kWh 배터리를 모두 쓸 때까지 전기로만 달려볼 계획이다. ‘컴포트’ 또는 ‘에코프로’ 주행 모드에서 변속기 아래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공인 주행거리 25km 동안은 온전히 전기차로 달릴 수 있다. 엔진의 심기를 건드릴 급가속만 삼간다면 말이다.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i8도 조용한 가운데 아무런 진동 없이 미끄러지듯 출발한다. ‘끼긱’ 거리는 바퀴 소리만 들으며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기분은 여전히 미래에 온 듯 좋다. 가파른 지하주차장 오르막길을 오를 때에도 엔진은 잠잠했다.서울 중심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길. 꽉 막힌 길을 엉금엉금 기어가니 주행 가능 거리가 좀처럼 줄질 않는다. 도심에서 강한 전기 파워트레인답다. 출발할 때 주행 가능 거리가 24km였는데 꽤 오래 달렸음에도 겨우 1~2km가량 줄었을 뿐이다.서울 끝자락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속도가 빨라졌다. 3년 전 등장한 PHEV라 이쯤 되면 엔진이 켜지리라 예상했건만, 모터 출력이 의외로 든든하다. 특히 페달을 밟는 순간 25.5kg∙m 모터 최대토크가 즉각 나와 1,485kg 차체를 가볍게 밀어붙인다. 시속 60~80km 구간 추월 가속도 문제없을 정도. 131마력 출력으로 시속 120km까지 전기만으로 달린다니 일상에서 엔진을 깨울 일은 거의 없다. 이날도 기름 한 방울 태우지 않고 서울을 탈출했다.주행거리 약 25km를 넘어서 경기도 하남시에 접어들자 배터리 주행 가능 거리가 ‘--km’로 표시돼 더는 달릴 수 없음을 알려왔다. 아마 진짜 전기차였다면 가슴이 조마조마했을 비상상황. 물론 이 차는 든든한 기름통이 달려있으니 문제없다. ‘--’ 이후로도 3km를 더 달려 총 28km를 전기로 달린 후에야 가솔린 엔진이 깨어났다.엔진과 함께 엔진이 켜짐과 동시에 뒷바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앞바퀴는 모터만이, 뒷바퀴는 엔진만이 따로따로 굴리는 시스템이기 때문. 항속 중 구동계 변화의 위화감은 거의 없으며 3기통 1.5L 엔진소리도 크지 않은 편이다. 꺼져있던 트립컴퓨터 연비 게이지도 이제야 조금 움직였다. 1L/100km로. 아, 물론 그동안 전기 모터로 달려 놓은 거리 때문에 아주 잠깐 표시된 허황된 수치다.가솔린을 태우자 배터리가 전기 주행 가능 거리 3km~6km 수준으로 채워질 때까지만 쉰 후 힘을 보탠다. 비로소 사륜구동이 된 셈. 엔진이 켜진 뒤로 연비 게이지는 계속 떨어지지만, 모터가 개입하자 그 속도가 줄어든다.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i8을 타기 전 승차감 걱정이 문득 떠올랐다. 이를 까맣게 잊을 만큼 승차감이 좋다는 소리. 분명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짧아 노면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하지만, 눌리면서 팽팽하게 굳는 서스펜션이 초기 반응은 무르게 조율돼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거른다. 더욱이 운전자 엉덩이가 정확히 휠베이스 한가운데 자리 잡아, 충격을 시소 타듯 넘어가기에 차체 흔들림이 불쾌하지 않다. 긴 시간 달렸어도 피로하지 않은 이유다. 생긴 건 본격 스포츠카인데, 섀시 감각은 무게중심 낮은 GT에 가깝다.133L 트렁크 공간은 조금 큰 백팩 두 개 정도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시야도 예상외로 좋다. 보통 이토록 납작한 스포츠카는 사각지대가 곳곳에 생기는데 i8은 앞쪽과 옆은 물론 후방 시야까지 문제없다. 특히 룸미러로 바라본 뒤 시야는 웬만한 엉덩이 들어 올린 세단보다 좋다. 단지 시선 자체가 낮고 왼쪽 사이드미러가 평평한 것만 주의하면 일반 승용차 타듯 부담 없다.가평 휴게소에서 딱 한 번 쉰 후 시속 80~120km로 고속도로를 달려 강원도 한 주유소에 도착해 기름을 넣었다. 서울에서부터의 총주행거리는 197km. 트립컴퓨터 상 연비는 19.2km/L로 표시됐다. 출발 전 기름을 가득 채우고 도착 후 다시 기름을 넣어 소모한 기름을 계산하는 풀-투-풀 측정 결과는 18.6km/L(10.58L 소모). 2015년 등장한 PHEV 실력은 지금도 여전했다.197km를 주행한 후 기록한 연비는 L당 18.6km. 땅으로부터 460mm그래도 명색이 스포츠카인데 서서히 달릴 수만은 없었다. 연비 측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페달을 힘껏 밟자 이제야 시속 100km까지 단 4.4초 만에 가속하는 성능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스템 최고출력 362마력을 쏟아내자 시속 100km를 순식간에 지나 240km/h까지 금세 도달한다. 그러나 이는 잠시다. 배터리 잔량이 거의 없던 까닭에 얼마 달리지 않아 배터리가 금방 동났다. 그래도 3기통 엔진이 내는 231마력의 출력으로 1.5t 언저리 덩치를 이끄는 데는 부족함 없다.사실 파워트레인 성능은 스타일이 뿜는 아우라에 비하면 부족한 편. 그래도 섀시 성능만큼은 그 아우라를 한참 웃돈다. 바닥에 달라붙은 듯 최고속도로 항속하며, 코너에선 운전자 의도대로 정확한 궤적을 그린다. 비결은 엉덩이 즈음에서 느껴지는 무게중심이다. 변속레버 아래 품은 배터리와 미드십 엔진 배치로 무게중심을 가운데로 모은 것도 모자라(앞뒤 무게 비율 50:50) 탄소 섬유 소재 캐빈을 씌워 무게중심을 지상으로부터 460mm 아래까지 끌어내렸다. BMW 양산차 사상 가장 낮은 수치. 게다가 드라이브 모듈 섀시를 알루미늄으로 짠 건 물론, 볼트와 나사까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 자체를 덜어냈다. 이 상식을 벗어난 차체 구성이 성능과 효율, 그리고 좋은 승차감까지 모두 아우르는 비결이다. 신나게 내달린 구간을 포함해 시승이 끝날 때까지 총 8시간 45분 동안 555km를 달린 후 기록한 트립컴퓨터 연비는 10.8km/L. 격한 주행상황에 연비가 뚝뚝 떨어졌음에도 10km/L를 넘긴 준수한 결과가 나왔다.   i8은 장거리 여행 동반자로 손색없었다. 높은 효율과 짜릿한 성능은 물론, 낮은 무게중심과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비롯된 안정된 승차감이 오랜 시간 운전을 즐거움으로 채운다. 어디서든 자부심을 높여줄 화려한 스타일도 마찬가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PHEV GT로서 합격점이다. 물론 양손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라는 가정 하에 말이다.  TOYOTA PRIUS PRIME 세 개의 심장을 가진 PHEV글 이수진 편집장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프리우스 프라임이었다. 프리우스는 최초의 상용 하이브리드카이지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아니다. 그런데도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워낙 오랫동안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온 탓일 것이다. 프리우스 3세대 기반의 구형(일본명 프리우스 PHV)이 일본에서 데뷔한 2009년만 해도 PHEV는 아직은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10년이 흐른 요즘에는 한국에서조차 꽤 다양한 PHEV 모델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발전용 모터까지 동력에 힘 보태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말 그대로 플러그를 연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로, 배터리를 외부에서 직접 충전할 수 있는 차다. 하이브리드는 엔진에서 남는 동력이나 제동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담아두었다가 필요할 때 활용한다는 개념이라 운전자 직접 충전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기차의 특성을 더한 PHEV는 직접 충전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하이브리드로도, 전기차로도 사용할 수 있는 대신 더 강한 모터와 대용량 배터리가 필수라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변종인 하이브리드를 다시금 전기차와 교배하다 보니 구동 방식이나 성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프리우스 프라임은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진화한 케이스이고 BMW i8은 르망 경주차처럼 앞바퀴는 모터로, 뒷바퀴는 엔진으로 구동한다. 한편 쉐보레 볼트와 닛산 노트 e-파워는 구동은 모터로 하고 엔진을 발전용으로만 쓰는 직렬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하고 있다. 프리우스 프라임에는 가솔린을 태우는 1.8L 미러 사이클 엔진과 구동용 모터(1NM형, 72마력), 발전용 모터(1SM형, 31마력)가 있다. 그런데 신형부터는 상황에 따라서는 이 발전용 모터조차도 구동력에 힘을 보태기 때문에 사실상 심장이 3개다. 토요타에서는 이를 ‘듀얼 모터 드라이브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엔진이 98마력, 모터 두 개가 72마력과 31마력을 내니 단순 합산으로 201마력이 가능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시스템 출력은 122마력. 일단 엔진과 모터가 힘을 내는 시점이 다르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목적인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한 선에서 조율했다. 폭발적인 출력을 뽑아내기보다는 엔진과 모터의 단점을 보완해 최적의 성능과 효율을 뽑아내기 위함이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프리우스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든다. 현행 4세대 하이브리드가 전례 없이 괴이한 얼굴이라 상대적으로 잘생겨 보이는 것일까? 암살자의 무기처럼 흉악했던 헤드램프는 4점식 LED 램프로 한결 날렵하면서도 말끔해졌고, 스포티한 감각의 브레이크 램프로 뒤태를 다잡았다. 공기저항을 줄여주는 모노볼륨 스타일의 해치백 보디나 2단식 뒷창은 프리우스의 특징적 요소들. 여기에 해치 도어를 경량 카본 복합소재로 만들고 리어윙과 창문의 중앙 부분을 오목하게 디자인(더블 버블 백도어 윈도우)해 공력 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 미래적 감각이 느껴지는 운전석  엔진을 켜지 않고 달린 44.8km 차를 받자마자 EV 모드 스위치부터 찾았다. 연료탱크와 배터리를 모두 가득 채운 상태에서 EV 주행거리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스펙상 40km인 EV 주행거리는 전기차로는 짧지만 하이브리드 계열로는 뛰어난 수치. 구형에서 배터리 용량을 두 배로 키운 덕분이다. EV 주행거리는 일본 기준으로 구형이 26.4km, 신형은 68.2km(국내 기준으로는 40km). 차체는 더 무거워졌지만 시스템 효율이 높아졌고,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는 공조기도 특별히 개발한 덕분이다. 혹시라도 엔진을 깨우지 않을까 조심하기는 했지만 발끝으로 느껴지는 토크감은 절대 빈약하지 않다. 엔진이 잠자는 상황에서도 프리우스 프라임은 충분히 여유로웠다. EV 주행거리가 40km나 되기 때문에 상당한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프리우스에 배터리를 추가했지만 트렁크 공간 손해는 없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사실 조금 불안했다. 모터 특성상 고회전으로 갈수록 토크가 약하기 때문. 하지만 모터 2개 모두를 동력을 쓸 수 있게 된 덕인지 시속 100km가 넘는 영역에서도 꽤 두툼한 토크감이 느껴진다. EV 모드로 낼 수 있는 최고시속은 135km. 이 속도를 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달리니 트립 미터는 어느새 40km를 넘기고 있다. 그런데도 엔진은 아직 깨어날 기미가 없다. 그 후로도 4.8km를 더 달려서야 드디어 엔진이 잠을 깼다.  일단 엔진이 켜진 후에는 전형적인 하이브리드 감각이다. 배터리를 많이 싣느라 일반 프리우스보다 130kg 이상 무거워졌지만 저중심의 TNGA 플랫폼이고, 배터리 위치도 낮아 안정감을 해치지 않는다. 다만 구름 저항이 낮은 에코 타이어는 한계성능이 뚜렷한 편. 대신 조작에 대한 반응이 선명하고 빠릿빠릿해 의외로 운전에 재미가 있다. 저회전부터 즉각적으로 토크를 내는 모터도 한몫 거든다. 엔진 회전수와 가속감이 일치되지 않는 CVT와 하이브리드 특성은 있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놓으면 엔진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페달 조작에 리니어하게 반응한다.  충전의 불편함 없이 EV 주행 가능시승 중간 기착지에서 연료탱크를 다시 가득 채우니 9.97L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틀간 425km를 달린 후에도 연료탱크는 2/3 가까이 남아 있었다. 시승 연비는 22.9km/L. 하이브리드에 불리한 고속주행이 많았지만 초반 EV 주행 덕을 본 모양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은 220V 16A로 완충하는데 2시간 30분, 가정용 전원으로는 4시간 30분이 걸린다. 이것만으로 40km 이상을 달리니 가까운 거리라면 휘발유를 전혀 쓰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충전이 어렵다 해도 여차하면 엔진을 가동하면 되니 길거리에 멈추어 설 걱정 따위는 없다. 220V 16A 충전기로 완충하는데 2시간 30분이 걸린다충전용 모터까지도 동력에 쓸 수 있게 되었다전기차는 하이브리드에 비해 높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가 부실한 국내 여건상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집에 충전기 설치가 쉽지 않고, 장거리 운전이 잦은 사람이라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매력적이다. 기자 역시 최근 완성도가 높아진 EV에 눈이 가면서도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친환경차를 실제 사야 한다면 프리우스 프라임에 가장 먼저 눈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차피 대세는 EV라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EV로 가는 과도기가 결코 그리 짧지는 않을 것이다. 프리우스 프라임의 경쟁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BMW 740ee는 M과 함께 간다글 김민겸 기자 한번 탔던 시승차를 또 타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시승회에 갔다가 한 번 더 시승기를 위해 빌려 타거나, 여러 기획에 묶일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의 시승차이거나. 이번엔 후자였다. 지난 여름에 이어 한 번 더, 740e는 우리의 부름에 응했다.반짝 EV 모드차를 받은 건 연비 비교 전날이었다. 이번 시승의 목적인 연료 효율과 각 차의 매력 포인트 점검을 위해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배터리만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 측정. 강원도로 출발하기 전에 배터리를 완충시켜야 했다. 아파트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를 쓰기 위해 카드까지 빌려놓은 상태였지만 다른 방식으로 충전을 시도했다. 740e는 배터리 컨트롤에서 배터리 충전 목표값을 100%로 설정하면 일반 주행 중에도 꾸준히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서울역에서 집으로 향하는 30km 남짓 거리를 달리고 야경도 즐길 겸 한강 도로변을 왕복했더니 배터리가 완충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날 야금야금 배터리를 다 까먹은 후에는 연료통의 기름을 태우기 시작할 터. 연료 비교를 위해 기름통 목까지 찰랑거릴 정도로 기름을 가득 채워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충전기를 연결하면 배터리 게이지가 계기판에 뜬다다음 날 아침, 익숙한 디젤 해치백이 아닌 커다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세단에 올라탄다. 무소음의 영역에서 타이어가 구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도 생경한 순간이다. 그리고 기어노브 좌측의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고 MAX e-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한다. 배터리가 웬만큼 충전되어 있을 때라야지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계기판에 뜬 순수 배터리 모드 주행 가능 거리는 26km. 집에서 500m만 움직이면 바로 서울양양고속도로에 들어서는 이점을 활용, 제한 속도를 지켜가며 배터리 모드를 시험해 본다. 그 결과는? 확실한 건 계기판 숫자보다 적게 달릴 때도, 많게 달릴 때도 있다는 것. 시속 100~110km 남짓을 정속으로 주행하면 남은 주행 거리 숫자가 실제보다 적게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기름이 바닥났을 때 연비 주행을 하면 확 늘어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 완급 조절을 잘해서 달린다면 30km까지도 넘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면 평소 기자의 통근 거리 36km를 아주 약간의 기름만 쓰고 달릴 수 있는 수치다. 연비 주행은 공인 연비를 훨씬 웃도는 결과를 낳았다  SILKY FOUR배터리가 바닥났다. 기세 좋게 부풀렸던 연비 수치는 점차 현실적인 영역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공조하는 영역이다. 어제부터 계속 배터리 충전과 정속 주행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주행감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스마트폰 충전에 맞먹는 스트레스를 주는 전기차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서 배터리 충전은 어디까지나 취사선택 영역이다. 운전석 펜더 상단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긴장을 풀고 740e가 전하는 승차감에 집중해 본다. 지난 여름 시승 때만 하더라도 바로 이전에 탔던 M760Li의 잔상이 남아있었다. 그만큼 높은 기준으로 7시리즈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바라봤던 것. 이번엔 그런 기대감이 없던 건 물론, 긴장을 풀자 만족감이 높아졌다. 동승한 포토그래퍼는 승차감 좋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이런 표현은 진부하기 이를 데 없지만, 방금 깐 따끈따끈한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부드럽고 푹신하다. 4기통 엔진이라는 실린더 숫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기모터와 함께 고배기량의 회전질감을 바짝 쫓는다. 740e의 뒷자리 숫자를 보지 않았다면 6기통 엔진이라 해도 믿을 뻔했다.아쉬운 점은 숏바디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는 뒷좌석이다. 얼핏 5시리즈와도 헷갈리는 외양을 하고 있는 740e의 뒷좌석 승차감은 대형세단에 기대하는 수준에 모자란다. 암레스트에 박힌 태블릿 PC로 뒷좌석에서 기본적 편의 장비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나 이건 다른 대형 세단도 마찬가지. 효율과 퍼포먼스는 잡는 대신, 쇼퍼드리븐 성향은 놓아버린 740e의 의도가 다분히 내비치는 부분이다. 아쉽게도 롱보디 버전인 740Le는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다.  뒷좌석은 수입 대형 세단에서 기대하는 만족감을 제공하지 못한다경유지인 강원도 주유소에서 확인한 트립 컴퓨터 상 주행거리는 170km, 연비는 L당 16.1km를 기록했다. 소비한 연료를 계산해보니 총 10.2L.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실제 연비는 16.7km/L. 고속 주행 시 공인 연비인 12.7km/L를 훨씬 상회하는 숫자다.e는 M과 함께 간다연료 효율에만 주목하던 비교 테스트가 끝났다. 운전대를 잡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이로운 일을 하는 듯한 착각을 주던 파란색 스크린을 붉게 물들여 본다. 깊숙한 곳에 숨어 있던 스포츠 모드가 발동을 건다. 안색을 바꾸는 속도만큼이나 연료 소모 성향 역시 돌변한다. 페달을 밟아도 어떻게 하면 전기모터를 같이 쓸지 궁리하며 반 박자 느리게 가던 조금 전과 달리 출력을 우선시하며 빠른 답력을 보인다. 달라진 운전 성향에 맞춰 하체는 쫀득하게, 스티어링 휠은 단단하게 조인다. M스포츠패키지 레터링은 결코 장식이 아니었다.740e는 4기통 2.0L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를 함께 쓰며 총 326마력의 합산 출력을 뽑는다. 전기모터의 위치도 8단 자동변속기 내부에 단단하게 자리 잡으며 엔진과 동등한 위치에서 신나게 바퀴를 굴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5.4초. 6기통 엔진을 얹어 같은 최고출력을 내는 740Li와 비교해 0.2초밖에 뒤지지 않는다.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이 넘게 줄고 공인연비는 L당 1.5km 앞선다. i퍼포먼스를 덧댄 결과다.파워트레인 구성의 과도기에서 BMW 740e는 전기차 ‘i'퍼포먼스와 고성능 ’M'패키지를 한 데 안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것처럼 불안하지 않은 ‘2인 3각’ 경기를 펼쳐 보였다. Mercedes Benz GLC350e 4Matic엔진차와 전기차 사이를 잇는 영악한 징검다리 글 김현준 객원기자전기 에너지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PHEV는 그 복잡한 속내만큼이나 각 차의 특징도 제각각이다. 모터가 전적으로 달리기를 담당하되 엔진은 일정한 회전으로 발전만 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레인지 익스텐더 방식이 있는가 하면,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배터리만 키워 놓은 차도 있다. 첫 번째 방식은 파워트레인을 몽땅 새로 만드는 대규모 개발이 필요한 반면, 두 번째 방식은 전자에 비해 개발 난이도가 낮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끼워 넣고 이걸 배터리에 연결한 물건이라 말할 수도 있을 테니까. 구조만 놓고 본다면 GLC350e는 후자에 훨씬 가까운 차다.치열한 고민이 녹아있는 GLC350e순수 전기차 EQC의 생산을 예고하고 있는 마당에, 벤츠가 기술이 없어서 그랬을 리는 만무하다. 전동화가 마치 첨단 기술인냥 포장되어 온 지난 5년.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벤츠가 보인 반응은 “그거 뭐 그리 어렵다고”에 가까웠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적다고 판단한 그들은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때가 되자 몰아치듯 제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 전동화 브랜드 EQ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차가 GLC350e다. 말없이 탄다면 보통의 GLC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팎으로 친환경차 특유의 유난스러움이 없다. 계기판에 표시되는 EV ready 정도가 다를 뿐. 계기판에는 충전량과 EV 주행 가능 거리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구동력과 전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능도 물론 준비되어 있다. 시승차가 완충이 된 상태라면 좋았으련만, 기자가 받았을 때 배터리는 10%에 불과했다. 근처 마트에서 완속 충전기를 찾아 물려 보았지만 충전 속도가 더디다. 대부분의 PHEV가 그렇듯 이 차 역시 충전할 수 있는 전력의 최대치는 3.6kW다. 가정용 전원 수준에 일부러 맞추어 놓은 것이므로 7kW급의 완속충전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더 빨라지지는 않는다. 여느 PHEV와 마찬가지로 급속 충전기로는 아예 충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8.7kWh 용량의 배터리를 가득 채우는 데 두시간 반이나 소요되었다.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만큼, 주행거리는 연료로 주행한 거리와 전기로 달린 거리를 별도로 표시한다 완속충전커넥터는 뒷범퍼의 오른쪽 구석에 숨어 있다. 완속충전기의 7kW를 연결해도 그 절반가량인 3.6kW의 전류만 받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일반 가정용 전원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진 차다. 배터리가 10% 남은 상황에서 실제 충전에는 약 두시간 반이 소요되었다 주행모드는 총 4가지. 엔진과 모터를 함께 사용하며 달리는 하이브리드, 전기모터만 의존해 달리는 E모드,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 상태를 유지하는 E모드, 그리고 엔진이 계속 돌며 달리기와 충전까지 다 하는 충전(CHARGE) 모드다. 모드 전환은 커맨드 컨트롤 노브 옆 스위치로 쉽게 할 수 있다. 운전자의 선택을 우선하지만, 남은 배터리와 운행 패턴에 따라 어느새 하이브리드 모드로 바뀌어 있을 때가 많다. 일단은 가득 찬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모드로 출발했다. 소리 없이 스르륵 전진하는 모습은 완벽한 전기차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이어지는 부드러운 가속감이 훌륭하다. 계속 이렇게 달리고 싶지만,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거리는 20km 남짓. 빠르게 닳아 없어지는 배터리 잔량을 보면 마냥 전기모드를 고집할 수는 없게 된다. 충전 모드로 전환하면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채운다. 물론 그다지 효율 좋은 충전 방법은 아니다. 전기의 힘만으로 가속하면 시속 130km까지 가능하며 그 이상 속도를 올리면 엔진이 잠에서 깬다. 가속페달에는 햅틱 기능이 진동과 저항으로 효율적인 운전 시점을 알려준다. 엔진이 개입하게 될 때면, 나지막이 무거워지며 페달을 더 밟으면 엔진이 켜진다는 신호를 준다. 엔진을 끌 수 있는 시점이 오면 두 번 살짝 진동하는 식이다. 영리하고 직관적인 방법이다.하이브리드 모드로 바꾸어 본다. 혼잡한 도시 가운데를 달리고 있으면 엔진이 쉼 없이 개입과 해제를 반복한다. 충전량이 늘어나지는 않지만 부지런히 EV모드로 바뀌면서 가능한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애를 쓴다. 제동시에는 회생제동 시스템이 개입하며, 배터리의 충전 수준을 눈에 띄게 올려놓기까지 한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특히 효과를 보는 시점은 직접 운전할 때 보다는 드라이빙 어시스트를 작동할 때다. 레이더 센서의 정보에 따라 감속이 필요할 경우 회생제동 토크만을 조절하며 브레이크를 쓰지 않고 부드럽게 감속을 해낸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회수한 감속 에너지는 다시 배터리를 채우는데 사용된다. 모터와 배터리로 인해 늘어간 중량은 약 250kg 남짓으로 공차중량은 2.1t이다. 보통의 GLC와 비교하면 확실히 무겁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 정도의 무게증가를 아주 손쉽게 이겨낸다. 엔진과 모터가 전력을 다해 발휘하는 320마력의 시스템 출력과 57kg·m가 넘는 토크의 도움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5.9초 만에 해낸다. 스포츠 모드 같은 드라이브 모드 선택도 가능하다. 최고단계인 스포츠 플러스 상태에서는 SUV답지 않은 주행 감각을 보여줄 정도다.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답게 연비 성능은 준수하다. 217km를 달린 뒤 연비 측정을 위해 다시 가득 채운 연료량은 17.9L. L당 평균 12.12km를 주행한 것이다. 충전으로 이득 본 거리 20km를 제외하더라도 연비는 11km/L에 달한다. 2L 가솔린 엔진을 얹은 몸무게 1.8t SUV였다면 달성하기 힘든 수치다. 도심 정체 구간과 고속주행 모두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빠져나온 뒤에는 공인 연비보다도 훨씬 좋은 효율을 보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효용성을 실감하는 순간이다.배터리의 용량은 8.7kWh. 이것을 트렁크 공간에 얇게 배치하는 것으로 공간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자세히 보면 턱이 아주 약간 올라온 정도다  보조금은 못 받지만, 경쟁력은 충분하다. 정부에서는 전기차 외에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구입할 때 보조금 500만원을 따로 보조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차는 이러한 혜택을 받지 못한다. 2L 미만 배기량의 엔진이지만, 보조금을 받는 기준(이산화탄소 배출량 50g/km 이하, 1회 충전거리 30km)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 큰 배터리를 달았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로 인한 차체 무게 증가도 무시할 수 없어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PHEV로는 이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들고 나온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가장 낮은 트림은 6,790만원으로 이 차에 투입된 기술과 부품을 생각하면 염가 세일이 아닐까? 특히 직접비교대상인 GLC220d를 생각하면 정말이지 놀랍다. 안 살 이유가 없는 차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디젤보다 훨씬 조용하고, 훨씬 잘 달리며, 연비까지 괜찮은 GLC350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GLC 판매량의 10%를 넘게 차지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사실 이 차를 샀다고 해서 굳이 완속 충전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주행거리가 짧다 한들, 이차는 하이브리드로서도 높은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가정용 콘센트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GLC350e는 매우 좋은 선택이 되어 줄 것이다. 외부전원을 통해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준비된 차를 타는 소소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한눈에 보는 국내 PHEV글 윤지수 기자아직 전기차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우리에게 전동화의 비전을 슬쩍 제시하는 PHEV.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모델을 모두 모았다.  
올 뉴 랭글러, 자연 위에 군림하다 2018-10-17
ALL NEW WRANGLER자연 위에 군림하다 11년 만에 진화한 신형 랭글러. 가벼운 차체에 힘과 효율을 갖춘 다운사이징 엔진, 여기에 독보적인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오프로더 아이코닉으로 거듭났다. 서울에서 세 시간 걸려 도착한 이곳은 물 맑고 자연 좋기로 소문난 강원도 평창의 흥정계곡. 피서객이 붐비는 계곡 끝에 다다르자 신형 랭글러(JL)의 서식지인 ‘랭글러 밸리’가 나타났다. 관계자가 두 달간이나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겨우 찾아낸 곳이자, 자연 지형을 통해 신차의 성능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게 FCA코리아 측 설명. FCA코리아가 신형 랭글러에 거는 기대감  장소부터 색다른 이번 행사는 사파리처럼 꾸민 세트장과 지역 일대를 활용한 콘텐츠 등 FCA코리아가 적잖은 노력과 비용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행사장 가운데에는 윌리스 지프에서 출발한 역대 랭글러를 전시했다. 수십 년간 지켜온 정통 오프로더의 면모를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전쟁, 히피 아이콘, 80년대 대중문화, 캠핑 등 시대에 맞춘 다양한 소품을 함께 배치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A급 상태의 차를 구하기 위해서 상당한 노력이 들었을 터. FCA코리아가 신형 랭글러에 거는 기대감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신차 공개 퍼포먼스도 무척 신선했다. 물이 흐르는 계곡 한가운데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던 파블로 로쏘 사장. “신형 랭글러를 소개합니다”라는 사장의 말과 함께 계곡 옆에 숨어있던 랭글러가 바위와 물을 타고 넘으며 깜짝 등장했다. 자동차가 주행하리라 생각하기 어려운 물과 돌밭을 가로질러 나타나 더욱 놀라웠다. 랭글러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곧바로 진행한 시승 프로그램은 흥정산을 오르내리는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포함하여 총 12km의 구간으로 짜였다. 돌밭을 달려 나온 깜짝 등장7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역대 랭글러를 한 자리에 모았다11년 만에 완전 신형으로 거듭난 랭글러(JL)차에 오르기 전 외관부터 살폈다. 클래식한 외관이 아이코닉한 랭글러답게 겉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는 이전과 비슷하다. 하지만 세세히 들여다보면 11년 만에 완전 신형으로 거듭나며 달라진 점이 적지 않다. 얼굴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의 LED 헤드램프와 펜더에 자리 잡은 방향지시등으로 깔끔한 인상. 곧추섰던 전면 윈드실드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각도가 조금 누웠다. 고급스러운 실내는 투박함을 자랑하던 예전과 격이 다르다. 두툼한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대시보드 스티치 장식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했다.여유로운 뒷좌석 레그룸과 센터콘솔 뒤편에 마련한 송풍구로 뒷좌석 편의성도 증가했다. 운전할 때의 만족감도 높아졌다. 일단 운전 자세가 다르다. 푹신하고 안락한 착좌감의 시트가 신체를 밀착하고, 텔레스코픽을 지원하는 운전대의 도움으로 키가 작은 운전자도 알맞은 운전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이전 세대는 틸트만 가능했다. 주행을 시작하자 배기량을 줄인 2.0L 터보 엔진의 가뿐한 발진감에 마음을 빼앗겼다. V6 3.6L를 탑재한 이전 랭글러(JK)는 초기 발진시 묵직함을 넘어 약간 답답했던 게 사실. 하지만 신형은 큰 차체를 승용차처럼 다루기 쉬워 한결 편하다. 낮은 회전수에서 넉넉한 토크를 뿜는 엔진 덕분이다. 최고출력은 5,250rpm에서 272마력, 최대토크는 3,000rpm에서 40.8kg·m을 발휘한다. ZF제 8단 자동변속기와 ISG를 달았고, 알루미늄 소재로 차체 무게를 96kg 감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연료 효율이 36%(사하라 기준) 높아졌다. NVH도 개선했다. 탈착식 지붕은 외부로부터 침입하는 소리에 취약한 구조지만, 신형은 기밀성을 높여 이를 보완했다. 또한 프레임에서 발생한 진동이 객실로 전달되는 현상도 줄었다. 오프로드 성능을 개선한 신형비포장도로와 산길을 올라가는 3km의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독보적인 사륜구동 시스템의 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운전한 사하라 모델은 2.72:1 기어비의 셀렉트 터레인을 탑재했다. 감속비를 최대 77:1(이전 랭글러JK는 73.1:1) 확보해 낮은 속도에서의 고부하 주행 능력이 뛰어나다. 이 덕분에 경사가 가파른 흙길 언덕을 거침없이 오를 수 있었다. 한편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한 루비콘은 순정 머드타이어, 4:1 기어비의 록트랙 사륜구동 시스템과 실내에서 간단히 스테빌라이저를 분리하는 기능(휠 트래블 성능향상)을 통해 락 크롤링 주행 능력이 더욱 뛰어나다. 계기판 LCD에는 사륜구동 모드, 피치와 롤 각도 등 오프로드 주행에 필요한 여러 정보를 띄운다. 스티어링 휠 기구는 리서큘레이팅 볼 타입. 고중량 차체에 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요즘 승용차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비포장 노면에서 오는 충격으로 인해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킥백 현상이 적어 운전자의 손가락 부상 위험이 적다는 구조적인 장점이 있다. 하이라이트는 계곡에서 바위와 물을 타고 넘는 구간이었다. 다른 차라면 엄두도 못 낼 일. 하지만 랭글러는 성인 허벅지 높이의 물길을 아무렇지 않게 박차고 나가는 한편, 동력을 차분히 전달하는 사륜구동 시스템의 도움으로 물이 묻어 미끄러운 바위를 차근차근 타고 넘었다. 최대 36°의 진입각, 20.8°의 램프각, 76.2cm에 달하는 수중 도하 능력을 갖춘 랭글러에 이 정도 험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프로드 주행의 짜릿함과 통쾌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돌과 물을 타고 넘는 구간에서의 주행이었다이번 신차 행사는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만한 구석이 많았다. 이채로운 방식으로 진행한 행사 면면에서 FCA코리아가 랭글러에 승부수를 던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국내시장에서 크라이슬러와 피아트가 철수한 가운데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지프 브랜드의 시그니처 모델 랭글러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4도어 롱보디 모델이 먼저 출시되었으며, 편의사양을 세분화한 다양한 트림을 선보인다. 특히 기본형 스포츠는 저렴한 값으로 고객의 문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소프트탑을 얹어 마니아틱한 감성에도 충실하다.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과 독보적인 사륜구동 시스템 등 SUV 한계를 뛰어넘는 랭글러의 역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글 이인주 
르노 삼성 QM6 VS 쉐보레 이쿼녹스, 함께하는 경쟁 2018-10-15
RENAULT SAMSUNG QM6 VS CHEVROLET EQUINOX함께하는 경쟁경쟁 관계가 늘 적대적이건만 아니다. QM6와 이쿼녹스 관계가 그렇다.자동차회사가 바라보는 중형 SUV시장은 무척 매력적이다. 시장으로서 양과 질이 뛰어나서다. 작년 판매량은 약 16만대. 중형 세단(20만대)과 준대형 세단(18만대)에 이어서 가장 큰 볼륨이다. 뿐만 아니다. 기본 찻값 역시 동급 세단보다 비싼 까닭에 자동차회사의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LPG차 판매비율이 높은 중형 세단(45~53%), 준대형 세단(20~23%)과 달리 중형 SUV는 부가가치가 높은 자가용 판매가 대부분이다. 자동차회사가 중형 SUV시장에 공들일 수밖에 없다.경쟁이 치열한 중형 SUV시장이 시장을 휘어잡은 차는 싼타페와 쏘렌토다. 2000년대 초반 데뷔한 이래로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 왔고 고객의 선호도 또한 높았다. 모델 교체 시기를 놓친 뒤, 허수아비로 전락한 캡티바와 국내 취향과 거리가 먼 QM5가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 사실상 두 차가 중형 SUV시장을 독식해왔다. 경쟁사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넋 놓고만 볼 수는 없는 노릇. 2년 전 르노삼성은 QM5의 후속 모델인 QM6를 출시했고, 한국GM도 심기일전하며 이쿼녹스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도전자 입장에 선 두 차는 차체가 비교적 작은 축에 속한다. 사이즈가 중요한 상품성으로 작용하는 한국차 시장에서 핸디캡을 갖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쿼녹스는 데뷔 때부터 덩치가 비슷한 QM6를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고 있다. 모든 차의 기준이 현대-기아차가 되어버린 국내 시장에서 신체 조건의 단점을 적게 노출하고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QM6도 이쿼녹스와 비교되는 상황이 나쁘지만 않다. 등장한 지 2년을 넘기며 관심이 줄어든 이때, 다시금 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다. 기자는 이들이 바라는 대로 실제 두 차를 맞비교해 보았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차가 어떻게 다른지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서다.차체 패키징QM6는 유럽 기준 D세그먼트 SUV다. 개발을 주도한 르노삼성은 본사 르노를 설득 끝에 전작인 QM5보다 차체를 대폭 키웠다. 길이 4,675mm, 너비 1,845mm, 높이 1,690mm이며 휠베이스는 2,705mm다. 그럼에도 미국 시장을 겨냥한 쏘렌토나 싼타페에 비교하면 모든 수치가 작다. 유럽식 ‘중형(D세그먼트)’과 미국식 ‘중형(미드사이즈)’의 차이다. 조화로운 비율로 빚은 차체에는 당당한 인상이 스몄다. 직선을 강조한 크롬 몰딩과 측면 유리 덕분에 차체가 더욱 길고 낮아 보인다. C자 형태의 감각적인 LED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 등 SM6와 함께 좋은 평가를 받는 디자인도 매력이 넘친다.반면 국내에 입성한 이쿼녹스(3세대)는 구형보다 차체 크기가 줄었다. 브랜드 안에서 위치가 달라진 까닭이다. 트랙스와 트래버스 사이를 메우던 이전 이쿼녹스의 역할은 신형 블레이저가 가져가고, 블레이저 밑으로 이쿼녹스가 자리 잡았다. 이처럼 후속 모델의 사이즈를 크게 줄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모습은 오일쇼크 이후 생겨난 미국 자동차회사의 특징이다. 신형은 당연히 더 커야 한다는 우리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 수치를 살펴보면 길이 4,650mm, 너비 1,845mm, 높이 1,690mm, 휠베이스 2,725mm다. QM6와 비교하면 너비와 높이는 비슷하고 길이는 25mm 짧으며 휠베이스는 25mm 길다. 이쿼녹스의 차체 측면 비율은 엔진룸이 짧고 캐빈룸이 길다. 제한된 길이 안에서 중형급 실내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탓에 차체 길이가 QM6와 거의 비슷함에도 인상이 짜리몽땅하다. 공기 역학적으로 다듬은 차체 볼륨은 뒷부분이 점차 축소되는 형태다. 디트로이트 풍동실험실에서 500시간 넘게 다듬은 결과다. 지붕선은 앞문 중간을 꼭짓점 삼아 테일게이트를 향해 완만하게 떨어지며, 차체 옆면도 뒤로 향할수록 빠르게 좁아진다. 다만 테일게이트 면적이 함께 좁아진 탓에 차 뒷부분이 작게 느껴진다.실내 공간QM6는 시트 포지션이 낮아 탑승이 한결 쉽다. 시트를 최대한 낮췄을 때 높이도 비교적 낮은 편. 덕분에 승용차를 몰던 운전자도 쉽게 적응 할 수 있다. 넓은 면적으로 포근하게 신체를 감싸는 시트에서 편안함을 강조하는 QM6의 성격이 묻어난다. QM6는 시트 포지션이 낮아 승용차 같다. 편안함을 강조한 푹신한 시트도 퍽 만족스럽다처음부터 르노삼성이 개발한 만큼 인테리어에 한국 고객의 취향을 적극 담았다. 하이글로시 장식재와 스티칭을 더한 대시보드는 누가 봐도 한국차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선 까닭일까? 도어 트림, 대시보드 상단, 계기판 덮개, 센터패시아 외곽 등 인접한 내장재가 서로 다른 소재로 조화롭지 못한 채 엮여있다. 특히 표면 처리가 미흡한 윈도우 스위치는 볼 때마다 싸구려 느낌이 짙다. 이처럼 적용 부위에 따라 질감 차이가 크면 전체적인 완성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지극히 한국인 취향이다. 다만 조화롭지 못한 내장재가 실내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S링크는 첨단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터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구성이 난해한 인터페이스가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오디오를 바로 선택할 수 있는 버튼과 볼륨 버튼 정도는 따로 마련했으면 한다. 공간과 구성은 다양한 연령대의 운전자와 가족이 함께 누리기에 부족함 없다. 뒷좌석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가 있으며 트렁크 공간도 반듯하다. 2열 시트 등받이는 각도가 조금 서 있고 각도조절 기능을 지원하지 않지만, 그만큼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어 주행시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을 억제했다.  트렁크 공간이 반듯해 실용도 높다 이쿼녹스 실내 분위기는 QM6와 정반대다. 미국 브랜드가 만든 차에서 유럽차 분위기가 감돈다. 단단한 착좌감으로 신체를 타이트하게 지지하는 작은 시트, 그리고 저렴한 내장재라도 밀도 있게 다듬어 실내 품질을 끌어 올린 점이 특히 그렇다. 이쿼녹스 2열 시트는 방석 길이가 짧고 좁으며 착좌감이 너무 단단하다높직한 시트와 탁 트인 시야가 쾌적한 운전 환경을 만든다. 저렴한 내장재지만, 밀도 있게 처리해 품질을 끌어올렸다도어 안쪽과 차체의 실링 처리도 돋보인다. 웨더스트립에는 경질 고무와 펠트를 조합해 객실로 유입되는 소음과 외부 오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롭다. 운전석이 QM6보다 훨씬 높은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 더 작은 차를 운전하는 기분이다. 뒷좌석 공간은 충분히 넓지만, QM6만큼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물방울 형태의 차체를 고수한 탓이다. 2열 시트는 방석 폭과 길이가 짧아 성인 가족을 뒤에 태우기 부담스럽다. 푹신하고 넉넉한 시트로 편안함을 강조한 QM6와 대조적이다. 또한 D필러 각도가 크게 누운 탓에 트렁크 위쪽 공간이 손해를 보았다. 현재 한국GM은 이쿼녹스의 트렁크 용량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이모저모 따져 보면 동승객 편의성은 QM6보다 못한 반면, 운전자 편의성은 더 낫다.그래픽이 촌스러워 시각적 만족도가 부족하다휠하우스가 튀어나온 부분이 크고 상단부도 좁은 편이다장·단점이 분명한 파워트레인두 차는 파워트레인 구성이 조금 다르다. 2.0L 가솔린과 2.0L 디젤로 나뉜 QM6는 공통적으로 CVT를 사용하며, 이쿼녹스는 경쟁차보다 한 체급 작은 1.6L 디젤만 수입된다. 즉 일반적으로 고객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파워트레인 조합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먼저 QM6 시승차를 살펴보면 최고출력 177마력을 내는 2.0L 디젤과 CVT 변속기를 조합한 상시사륜구동이며, 이쿼녹스 시승차는 최고출력 138마력의 1.6L 디젤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상시사륜구동. 시승에서 드러난 두 차의 특성도 이 구동계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QM6 CVT는 영민한 변속이 매력적이다. 언덕을 비롯한 고부하 주행에서 최적의 기어비를 찾아 두터운 토크를 전달한다. 또한 급가속하는 경우에는 3,000rpm 전후로 변속하는 가상의 단수를 만들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다만 모든 조건에서 좋은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가속상황에선 1,500~2,000rpm 사이를 유지한 채 속도가 상승하는데, 이때가 엔진 출력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구간이다 보니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이 매우 크다. 출력이 상승하는 시점에서 진동과 소음이 크다이쿼녹스의 1.6L 디젤은 일장일단이 있다. 일단 회전 질감이 매끄러워 가솔린 엔진 부럽지 않다. 유럽에서는 소음과 진동이 적어 위스퍼 디젤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조용하고 진동이 적은 위스퍼 디젤수치상 출력은 경쟁 모델보다 크게 부족하지만, 모두의 걱정과 달리 실제 움직임은 활기차다. 몸무게가 100kg 이상 가볍기 때문이다. 덕분에 실제 두 차의 가속 성능은 시속 160km까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출력의 한계는 또렷하기에 그보다 빠른 속도에서는 가속이 더디다. 부족한 가속 성능의 아쉬움은 뛰어난 연비가 달래준다.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를 포함한 연비는 16km/L내외. 함께 주행한 QM6보다 약 20% 뛰어난 수치다. 6단 자동변속기는 이따금 변속 반응이 늦어 운전자 의지를 벗어나지만, 기어비를 짧고 촘촘하게 구성하여 가속하는 맛이 살아있다.성격 차이가 또렷한 주행 품질두 차가 극명한 성격 차이를 드러내는 또 한 가지, 바로 하체 세팅이다. 패밀리 SUV를 지향하는 QM6의 서스펜션은 다양한 노면 조건에서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저속과 고속구간 모두 부드러운 한편, 폭우가 쏟아지는 시승 조건에서 노면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상시 앞바퀴에 100% 가까운 동력을 배분하며, 급가속 등 일부 상황에서 뒷바퀴에 최대 50% 동력을 보낸다. 동력이 전달되는 과정도 자연스러워 위화감이 없다. 이쿼녹스는 운전자가 즐거운 SUV다. 달리고 돌고 서는 자동차의 기본기에 있어서만큼은 탄탄함을 자랑한다. SUV에 기대 않던 예리한 조향 감각과 탄탄한 서스펜션을 엮어 몸놀림도 민첩하다. 드라이브를 좋아하고 혼자 운전하는 경우가 많은 젊은 가장이라면 눈여겨볼 만 한 하다. 껑충한 키와 덩치에도 불구하고 롤링을 최대한 억제했고 불규칙한 노면에서 오는 불쾌한 충격을 최대한 걸러준다. 마치 키 큰 왜건 같다. 효율을 앞세운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은 4WD 버튼을 따로 누르지 않는 이상 앞바퀴만 굴린다. 또한 사륜구동이 활성화한 상태에서도 필요할 때만 뒷바퀴를 굴린다. 빗길과 눈길에서 운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주행을 돕는 성격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다. 지향점이 다른 QM6와 이쿼녹스이처럼 다양한 면에서 편안함을 강조하는 QM6와 운전자 만족에 더욱 집중한 이쿼녹스는 그 성격이 명확하게 다르다. 뿐만 아니다. 겉으로는 라이벌이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끼리 가격대가 겹치지 않아 직접적인 경쟁을 피했다. 현재 QM6는 2.0L 자연흡기 가솔린 트림을 작년 9월에 출시한 이후로 가솔린과 디젤 판매 비율이 7:3에 이른다. 이제는 기본값이 2천435만~2천995만원 사이에 위치한 가솔린 모델이 주력 트림이다. 한편 이쿼녹스는 2,945만~4,182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QM6 가솔린과 이쿼녹스의 편의사양을 비슷하게 맞추면 최소 3,000만원 중후반대 가격이 된다. 따라서 주력 트림을 기준으로 두 차의 값을 비교하면 약 600만~1,000만원 차이가 난다. 사실상 경쟁 모델이라 보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기자에게 두 차 중 한 대를 선택하라고 하면 장고를 거듭할 것이다. 머리로는 합리적인 가격의 패밀리 SUV QM6가 더 나은 결정이라 생각하지만,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기본기가 뛰어난 이쿼녹스가 가슴속 깊이 아른거린다. 냉철한 시장은 QM6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QM6는 2,804대, 이쿼녹스는 97대가 팔렸다. 출시한 지 석 달 된 이쿼녹스가 비싼 찻값 논란을 이겨내지 못한 채 흥행에 실패한 상황. 강력한 적을 혼자 상대하기 보다는 함께 협공하며 경쟁하는 편이 낫다. 두 차의 관계도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그러나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선 이쿼녹스가 힘을 더 키워야 한다. 어쩌면 이쿼녹스의 부진한 실적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이는 QM6일지 모르겠다. 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어떻든 포르쉐 2018-10-12
PORSCHE PANAMERA 4 E-HYBRID어떻든 포르쉐‘포르쉐는 포르쉐다’ 새로운 포르쉐가 나올 때마다 늘 했던 소리지만 한 번만 더 해보자. 전동화 시대에도 포르쉐는 포르쉐다.파나메라 책자를 베개 밑에 넣어놓고 설레는 맘으로 누웠는데 별안간 문자가 날아왔다. ‘강원지역 호우주의보 발령으로 내일 트랙 주행이 취소될 예정입니다.’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를 퍼붓던 8월 말, 결국 손꼽아 기다렸던 포르쉐 트랙 주행 기회가 빗물에 휩쓸려버렸다.효율과 함께다음날, 비가 그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 역시 허사였다. 포르쉐가 애써 빌린 인제 스피디움은 빗물막 광택이라도 낸 듯 반짝였고, 취소는 예정에서 확정이 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로지 폭우 속 ‘안전한’ 도로주행뿐.빗방울이 유리 지붕을 요란하게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파나메라에 올랐다. 비 오는 강원도 드라이빙을 함께할 주인공은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지난 8월 6일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차로, 유럽서 파나메라 전체 판매 60%를 견인하는 주력 모델이다.역시 포르쉐다. 분명 5m가 넘는 대형차인데, 운전 자세는 영락없는 스포츠카다. 바닥에 폭 파묻힌 높이와 든든한 볼스터(시트 좌우 쿠션), 거의 수평으로 튀어나온 운전대까지. 스포츠카다운 안정된 자세 덕분에 폭우 속 주행의 두려움이 그나마 사그라든다.파나메라도 포르쉐라는 듯 실내엔 스포츠카 느낌이 물씬하다출발은 전기 모드부터. 운전대 아래쪽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다이얼을 돌려 ‘E-파워’로 맞추면 이 차는 지금부터 전기차다. 여느 전기차가 그렇듯 아무런 소리나 진동 없이 고요히 나아간다. 단지 세차게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만이 엔진 소리의 빈자리를 채울 뿐이다.잠잠한 모터와 2,950mm 휠베이스가 어우러진 여유로운 승차감을 즐기는 것도 잠시, 페달을 밟자 예상외로 경쾌하게 나아간다. 136마력 모터 출력을 보고 기대도 안 했건만, 전기모터의 두툼한 40.8kg·m 최대토크가 페달을 밟자마자 나와 2,240kg 차체가 가뿐하다. 심지어 고갯길을 오를 때도 엔진은 감감무소식이고, 가속 또한 교통 흐름을 앞설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제원상 시속 140km까지 전기만으로 달릴 수 있다고 하니 전기 모드 공인 주행거리 33km 동안은 완전히 전기차로 달릴 수 있는 셈. 다만 가속 페달을 대략 60% 정도 밟으면 저항이 한번 ‘턱’ 걸리는데, 그 저항을 무시하고 더 밟으면 엔진이 깨어난다. 전기 모드에서 급작스레 힘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한 장치다.그렇게 배터리를 절반쯤 소모했을 즈음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모드 다이얼을 돌렸다. 사실 배터리를 다 쓸 때까지 전기로만 달려보고 싶었는데, 폭우에 도로 주행 코스마저 계획보다 줄어 다 달려볼 순 없었다. 나중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E-파워 모드에서는 배터리가 0%가 될 때까지 오로지 전기만으로 달린다고. 심지어 0%에서도 (0%를 실제보다 다소 일찍이 표시하기 때문에) 얼마 동안은 전기 모드를 유지한다. 출퇴근 등 짧은 주행에서는 오로지 전기차로 쓰기 위한 PHEV다운 설정이다.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세 가지 세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알아서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오토’, 배터리 잔량을 유지하는 ‘E-홀드’, 마지막으로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E-차지’다. 운전대 아래쪽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 다이얼. 전기차 모드인 E-파워로 선택된 상태다 일단 하이브리드 오토부터. 오토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주행 상황에 따라 알아서 파워트레인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처럼 달린다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충전 량이 상당해 계속 달려도 배터리 잔량이 절반쯤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다. 연비도 L당 14km를 넘어 쭉쭉 오른다.그래서 E-홀드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선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아마 전기 없이 가속을 마음껏 즐기고 싶을 때, 또는 필요한 상황에서 전기 모드를 쓰고 싶을 때쯤 필요하겠다. E-차지는 배터리 충전에만 집중한다. 공회전 상태는 물론 내리막길에서도 엔진을 계속 깨워 끊임없이 배터리를 충전한다. 마치 콘센트를 꽂아놓은 것 마냥 충전 속도가 빨라 다른 PHEV 충전 모드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 이전 9.4kWh에서 14.1kWh로 커진 용량이 버겁지 않은 모양이다. 참고로 배터리 완충 시간은 3.6kW 충전기로 5.8시간, 7.2kW 충전기(선택사양) 3.6시간이다.대형차, 하이브리드 등 지루한 수식이 붙었음에도 파나메라는 정교하고 빨랐다  성능이 공존한다빗방울은 쉴 틈 없이 쏟아졌지만, 포르쉐를 타고 얌전히 달려볼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르망 24시를 3연패로 휘어잡은 포르쉐 하이브리드 기술이 녹아든 차가 아닌가. 짧은 시승인 만큼 주행 모드 ‘스포츠’를 건너뛰어 바로 ‘스포츠 플러스’에 놓고 폭우 속 강원도 고갯길을 달렸다.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PDK)가 저속 기어를 물고 섀시에 힘을 불어넣자 포근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어느새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물론 분위기뿐만 아니다. 페달을 밟으면 거대한 911이 된 듯 힘차게 뛰쳐나간다. 페달을 밟자마자 모터가 최대토크를 분출하고, PDK 변속기가 번개같이 저단 변속을 끝낸 까닭. 0⟶100km/h 가속 시간 4.6초 제원에서 엿보이듯 시속 100km까지는 순식간이며 이후로도 330마력 V6 2.9L 엔진 덕분에 하이브리드 특유의 고속 힘 빠짐 현상은 느낄 수 없다. 무거운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품었음에도 462마력, 71.4kg∙m 시스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덕분에 여전히 강렬했다. 특히 우렁찬 6기통 터보 엔진 소리와 높은 rpm에서 뒤통수를 툭 때리는 변속 충격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2세대부터 추가된 스포츠 배기가 더해지면 쾌감은 배가된다.고갯길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이라면 2.2t 넘는 차가 어찌 코너를 빠르게 달리겠나 싶겠지만, 파나메라는 다르다. 스티어링 휠을 꺾으면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달린다. 포르쉐가 독자적으로 빚은 차세대 MSB 플랫폼과 선회 시 스태빌라이저를 비틀어 롤링을 억제하는 PSM, 3 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어우러진 결과. 덕분에 네 바퀴에 균일하게 실리는 무게를 느끼며, 빗길에서도 부담 없이 코너를 공략할 수 있었다.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어떻든 포르쉐였다. 전기차의 효율을 품었음에도 여전히 정교하고 빨랐으며, 와이퍼를 최고속도로 돌리는 폭우조차 아랑곳없었다. 포르쉐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르쉐다움을 지키겠다는 것.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 내연기관과 함께 차에 대한 열정도 사라진다는 예견이 나오고 있지만, 포르쉐가 있다면 다를듯하다.  글 윤지수 기자 사진 윤지수, 포르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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