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시승기

네이키드 카 시승기 2018-08-17
NAKED CAROPENERS바람을 맞이하는 세 가지 방법.PORSCHE 718 BOXSTER GTS후련한 오픈카글 윤지수 기자 상상해보자. 오픈카 뚜껑 열고 고갯길을 휘젓는 기분을. 그런데 그 차가 포르쉐다. 운전대엔 황금빛 슈투트가르트 방패 문장이 반짝이고 코너링은 마치 도로에 레일 깔린 듯 정교하다. 이 정도면 방금 부부싸움 하고 뛰쳐나온 상황이라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을 거다. 오픈카, 포르쉐, 고성능 꿈의 세 단어가 녹아는 718 박스터 GTS에 스트레스가 함께할 자리 따윈 없다.뚜껑을 열다날씨가 이토록 원망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어젯밤 포르쉐 탈 생각에 설레는 맘으로 잠들었건만 도로는 젖었고 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당장 기청제(비가 멎기를 비는 제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 덕분에 오전 내내 ‘툭툭’ 소프트톱을 때리는 묵직한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감성에 젖어야만 했다.특히 고급스러운 실내가 그 감성을 돋운다. 곳곳에 들어간 알칸타라는 서늘한 날씨에 포근함을 더하고, 진짜 알루미늄을 깎아 만든 실내 장식엔 플라스틱이 흉내 낼 수 없는 무게감이 뱄다. 물론 가장 만족스러운 건 운전대 가운데 자리 잡은 포르쉐 엠블럼이지만.GTS 자수가 박힌 알칸타라 시트는 자꾸만 실내를 열어 자랑하고 싶게 만든다. 뒤쪽 알루미늄-스틸 합금 소재 롤오버 보호 장치는 그 마음에 든든함을 더한다  알칸타라와 붉은 재봉선이 어우러진 실내이런저런 감상에 빠져있을 즈음 기자의 염원이 하늘에 닿아 날씨가 갰다. 축제 시작이다. 일단 뚜껑부터 열자, 단 9초 만에 검은 장막을 걷어내고 머리 위 하늘이 펼쳐진다. 겨우 지붕 하나 걷었을 뿐인데 왜 하늘을 처음 올려다보는 것처럼 황홀한 걸까? 아마 차에서 만나는 하늘은 여전히 생소하기 때문일 터. 도로 위에서 납작한 시트에 파묻혀 머리 위만 드러낸 기분은 안정적이면서도 짜릿해 오묘하다.가까워진 하늘만큼 배기음도 생생하다. 4기통 엔진의 배기음이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겠지만 718 GTS는 저속에선 할리데이비슨처럼 ‘두둥~ 두둥~’거리고, 고속에선 포르쉐 특유의 시원스러운 소리를 쏟아낸다. 포르쉐에 따르면 엔진 헤드 두 개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누운 수평대향 엔진 특유의 음색이라고. 묵직한 소리를 들으며 유유히 오픈 에어링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검게 처리된 헤드램프와 20인치 휠이 역동적인 분위기다검은색으로 마무리한 배기구. 4기통이라고 믿기 어려운 멋진 소리를 낸다마음을 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오픈카의 매력. 박스터의 진가는 지금부터다. 차를 조금만 좋아한다면 알 거다. 수평대향 엔진을 차체 가운데 얹은 박스터는 태생부터 달리기 위해 태어난 차라는 걸. 게다가 이 차는 일상을 아우르는 선에서 최고의 성능을 지향한다는 GTS 엠블럼이 붙은 차가 아닌가.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바꾼 후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한층 소리를 키우며 우렁차게 튀어나간다. 초반 가속은 0⟶100km/h 가속 4.1초 제원에서 볼 수 있듯 순식간이고, 시속 220km까지도 거침없다. 단지 열려있는 앞 유리창 끝에서 찢어지는 바람 소리가 무서울 뿐이다. GTS만을 위해 인테이크 덕트(공기 흡입 터널)를 키우고 과급압을 1.1bar(718 S)에서 1.3bar로 높여 최고출력을 365마력으로 높인 효과. 최고속도는 2.5L 배기량이 무색하게 시속 290km에 달한다. 특히 7단 PDK 변속기가 인상 깊다. 여태까지 타본 스포츠카 중 가장 빠를 정도로 고단에서 저단을 바꿔 무는 속도가 빠르고, 시프트업 속도도 엄청나다. 직결감까지 뛰어나 4단 기어로 시속 204km로 끌어올린 후 5단으로 변속할 때마저 뒤통수를 때린다. 런치 컨트롤을 2,000번 보증할 만큼의 내구성도 갖췄으니 오늘날 듀얼클러치 변속기 기술의 정점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주행풍에 이마가 얼얼할 만큼 달리고 달려 경기도 안성 한 고갯길에 도착했다. 뉘르부르크링 노르드슐라이페를 7분 40초 만에 돌파한 718 GTS를 타고 직진만 할 순 없었으니. 높낮이 차가 심하고 헤어핀 코너가 연속되는 코스라 난도는 높더라도 그만큼 718 GTS의 성능을 맘껏 시험할 수 있는 곳이다.주행모드 다이얼 가운데 ‘스포츠 리스폰스(약 20초간 반응속도를 끌어올리는 기능)’ 버튼을 누르고 출발하니 43.8kg·m 최대토크를 즉각 뽑아내 오르막을 공략한다. 이어 코너를 향해 앞머리를 틀자마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 일반 차만 타다 F1 경주차로 갈아탔을 때 느껴지는 가뿐함이랄까? 무게중심을 엉덩이 뒤편에 두고 코너에 차를 내던지는 느낌은 날렵하면서도 안정적이다.너무나 가뿐한 움직임에 다음 코너에서 속도를 더욱 높여봤지만 718 GTS는 웬만해서 한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코너 중심에서도 ‘수평으로 달린다’는 생각이 들 만큼 롤링이 없다시피 하고, 과욕을 부려 빠르게 진입해도 언더스티어가 나는가 싶다가도 마법같이 앞머리가 코너 안쪽을 향한다. ‘신의 핸들링’이라며 극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718 GTS의 놀라운 성능은 탄탄한 기본기에 첨단 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다. 선회 시 수평으로 달릴 수 있었던 건 스테빌라이저를 비틀어 쏠림을 줄이는 '포르쉐 스테빌리티 매니지먼트(PSM)'와 전자제어 댐퍼가 작동했기 때문. 그리고 빠른 속도에서 선회가 가능했던 건 코너 시 안쪽(후방) 바퀴엔 제동을, 바깥쪽 바퀴엔 동력을 보내 관성을 이겨내는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이 있어서다. 물론 수평대향 엔진을 가운데 얹은 미드십 구조와 일반 718보다 10mm 높이를 낮춘 서스펜션으로 기본기를 높인 건 당연하고.총 316km를 주행한 후 기록한 연비는 리터당 7.4km. 마음껏 내달린 대가치고는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쉽지 않겠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달렸다면 훨씬 높은 연비가 나왔을 테다. 참고로 공인 연비는 리터당 8.9km다.포르쉐 718 박스터 GTS는 후련한 오픈카다. 뚜껑 열고 수평대향 엔진 배기음과 함께 단 4.1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하거나, 시속 290km로 질주하면 머리뿐 아니라 가슴 속까지 뻥 트일 거다. 특히 고갯길을 공략할 때의 짜릿함이 압권이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포르쉐 상사병이 도질 만큼.JEEP WRANGLER(JK)원초적 본능글 이인주 기자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참이던 1940년대. 군대는 아직 차량화가 덜 된 상태였다. 이때 실전에 처음 투입된 윌리스 MB는 어떤 지형이든 돌파하는 험지 주파성과 빠른 기동력으로 무척이나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지프 신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 차를 만들던 윌리스-오버랜드는 1944년 민수용으로 개수하고선 CJ라는 이름을 붙였다. 전장에서 발휘한 뛰어난 성능을 발판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물론이며, 여러 나라에서 라이센스 생산까지 이루어졌다. 1986년 단종할 때까지 45년간 판매된 대수는 총 150만대. 또한 미쓰비시 파제로, 쌍용 코란도 등 유수의 오프로더가 CJ의 직계후손이었을 정도로 그 영향력도 대단했다.원초적 모습 간직한 차, 랭글러1987년에는 후속인 지프 랭글러(YJ)가 등장했다. 현대적인 설계의 첫 번째 랭글러 시리즈였다. 이후로 1997년 랭글러(TJ), 2007년 랭글러(JK)로 10년마다 꾸준히 개량을 거듭하며 가장 지프다운 지프가 어떤 모습인지를 입증해왔다. 다른 SUV가 편의성과 실용성을 더해가며 승용차에 가까워지는 가운데, 랭글러는 원조 지프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오로지 오프로드 성능에만 집중한 차로 남아왔던 것이다. 한결같은 외관을 고수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다. 접근각과 이탈각을 고려한 높은 최저지상고와 짧은 오버행, 차체 밖으로 뻗은 휠하우스 등 전장에서의 요구조건을 반영해 만들어진 초대 지프의 특징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1940년대 차의 클래식한 멋을 오늘날에도 간직한 유일무이한 차가 된 셈이다. 한편,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가 수십년 째 그대로일지 몰라도, 랭글러의 상품적인 위치는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농업용 트럭과 승용차에서 출발했으나, 오늘날에는 오프로더 마니아가 찾는 아이템이자 이러한 멋을 즐기려는 이들의 패션카로서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달라진 분위기는 차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체격이 훨씬 커졌다. 2007년 랭글러(JK)는 처음으로 롱보디 5도어 모델을 출시하여 뒷좌석 탑승객의 편의성과 운전자의 추가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이보다 더한 개방감을 주는 차는 드물다 510mm나 길어진 휠베이스로 인해 오프로드 성능이 떨어졌지만, 고객이 생활 속에서 랭글러를 즐기기 위해서는 넉넉한 공간이 꼭 필요했다. 또한 문짝과 지붕을 손쉽게 탈거 할 수 있도록 고려한 설계는 오리지널 CJ에 대한 오마주인 동시에 오프로더 마니아의 취향을 공략한 패션카 다운 발상이다. 네이키드라는 오늘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다. 분해와 조립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드라이버로 고정된 나사를 풀고 조이면 로봇처럼 뚝딱 변신한다. 파워 윈도우 스위치는 센터 페시아에 위치했다. 문짝 무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이를 구현한 지프의 아이디어도 무척이나 재밌다. 도어는 힌지가 외부에 자리 잡고 있어 사용자가 차 외부에서 나사를 조이고 풀 수 있고, 나사선도 아래쪽으로 파놓아 풀고 조인 흔적이 밖에서 쉽게 보이지 않도록 했다. 문짝은 성인 남자 혼자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이는 창문 스위치를 차체 중앙에 배치해 스위치 뭉치와 배선의 무게를 문짝에서 덜어낸 덕분이다. 하드톱 지붕은 실내에 위치한 세 개의 잠금장치와 지붕에 있는 2개의 나사, 그리고 3열에 위치한 6개의 나사만 풀면 분리된다. 다만 무게가 만만치 않은 까닭에 성인 남자 셋은 있어야 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피커 역시 대시보드 전면과 천장에 위치했다문짝은 성인 남자 혼자서도 분리할 수 있다원초적 즐거움 간직한 본격 오프로더운전자를 감싸는 모든 외피를 벗어 던지자 원초적인 즐거움이 전해져 온다. 고개를 돌리면 땅을 내려다볼 수 있고, 뻥 뚫린 지붕과 차체 옆을 통해 햇볕과 바람이 신체를 두드린다. 태어나 처음인 이 생경한 경험은 머리 위만 뚫려있는 컨버터블과 또 다르다. 사람에 따라 약간 무서울 수도 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전복에 대비한 롤케이지 프레임이 차체를 든든히 보호하며, 신체를 잡아 줄 안전벨트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은 비포장도로에서 더욱 생생히 살아난다. 차체 옆으로 날리는 흙의 모습과 바퀴 한쪽이 뜨는 휠 트레블도 고개만 내밀면 바로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차의 발진감은 예상보다 부드럽고 묵직하다. 최고출력 284마력을 내는 V6 3.6L 가솔린 엔진이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덕분이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동력은 5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굵직한 형태의 DANA 44 리어 액슬과 DANA 30 프론트 액슬로 전달되어 네 바퀴를 굴린다. 여기에 오프로드 성능을 더욱 강조한 루비콘 사양의 경우, 프론트 액슬이 리어와 같은 DANA 44이며, 버튼 하나로 프론트 스태빌라이저를 분리해 휠 트레블 성능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 또한 앞뒤 모두 록킹 디퍼렌셜을 기본 탑재해 막강한 트랙션을 발휘한다. 주행 감각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무게중심이 높은 까닭에 속도를 붙이기가 부답스럽다. 역시 도심보단 천천히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오프로드 주행이 더욱 알맞은 차다. 다른 불만도 있다. 스티어링 컬럼이 틸트만 지원하는데다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이 멀게 배치된 까닭에 스티어링휠 위치에 맞추어 시트를 조정하면 발이 페달에 제대로 닿지 않아 운전 자세가 곤혹스럽다. 신장이 170cm 내외의 운전자라면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이제 랭글러(JK)는 이번 달을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신형 랭글러(JL)가 채울 예정이다. 최신 기술을 동원한 신형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섀시가 더욱 단단하고 가벼워졌으며, 48V 전장 시스템으로 효율성도 챙겼다. 그럼에도 최대 44˚에 이르는 접근각과 수심  76cm의 도강능력 등 험로 주파 능력은 더욱 증가했다. 기본 소프트 탑과 하드탑 외에도 새롭게 추가한 캔버스 탑으로 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자연과 동화될 수 있다. 더욱 똑똑하고 현명한 랭글러의 등장이 기대된다.RENAULT TWIZY탈거의 미학글 김민겸 기자트위지는 많은 것을 덜어냈다. 탈거(脫去)의 미학이다. 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탈 것의 미학이다. 출시 후 1년이 한참 지났음에도 도로 위 시선은 어김없이 트위지로 향한다. 하루에도 족히 서너 명은 멀리서 훑다가 이내 다가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엔 이름도 한몫한다. 트위지 스펠링을 봤을 때 충분히 ‘튀지(TWIZY)’로도 발음 가능하기 때문이다. 트위지는 테일램프 위에 박아넣은 레터링을 통해 뒤차 운전자에게 “(나) 튀지?”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유니크함을 확인한다. 르노 본사 작명팀에 한국인 직원이 있는 게 분명하다.사진이 잘 나왔다. 실제로 보면 정가 1,500만원의 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시원하게 헐벗다트위지는 간단명료하다. 자동차에 꼭 필요한 것만 담아서 만들었다. 지난번 부산모터쇼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전시한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을 떠오르게 하는 단출한 구성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자동차 구조에 대한 직관적 이해를 돕는 탓에 자동차 강의 시 교보재로 써도 무방할 정도다. 트위지에는 차창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없으면 안 될 기본 옵션(?)이 빠진 셈. 그렇기에 비닐 또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창을 순정 부품으로 제공한다. 다만 바깥에 손잡이가 없기 때문에 차 문을 열려면 창을 열고 안에 있는 손잡이를 당겨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서스펜션도 애써 감추려 하지 않는다. 동그랗게 말려 있는 스프링과 댐퍼에서 그래도 이게 자동차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프링 굵기가 너무 가느다란 탓에 제 역할을 할지는 의문. 자동차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나머지 에어컨과 오디오 시스템도 없다. 마침 시승이 장마와 겹쳤기에 망정이지 뙤약볕 아래 달렸다면 분명히 탈진 증세가 왔을 거다. 손바닥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틈새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 그리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트위지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오디오다. 시승 중에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피해 가야 했기에 시간과 거리가 한참 더 걸린 점이 심심함을 가중시켰다. 나도 모르게 이따금 들려오는 옆 차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2인승이다. 좁지만 키 180에 표준체중 남성이라면 탑승 가능하다  문짝 하단부에는 불투명한 차창이 들어가 도로 상황을 살필 수 있다  운전은 오롯이 나의 몫원가 절감과 체중 감량을 위해 트위지는 논파워 스티어링(Non-Power Steering)을 선택했다. 요즘 시대에 논파워 스티어링이라니! 자동차가 아니라 카트라고 부르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트위지의 가벼운 몸무게(400kg대)에도 불구하고 정차 시 조향 때는 약간 버겁다. 나름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 관리 중인데도 그렇다. 다만 출발 이후엔 부하가 크게 줄고 타이어의 폭 역시 좁기에 조향이 부담스럽지 않다. 파워 어시스트 없는 차를 운전한 여파는 원래 타던 차로 갈아타면 여실히 깨달을 수 있다. 트위지 촬영을 마친 날 저녁, 마트에 가기 위해 차의 시동을 걸면서 무심코 트위지 타던 버릇이 나왔다. 낮의 뻑뻑한 스티어링 감각을 떠올리며 광배근부터 상완근까지 순간적으로 파이팅 넘치게 힘을 주고 만 거다. 너무나도 무력하게, 아무런 저항 없이 운전대가 휙 돌아가 깜짝 놀랐다. 가입 후 처음으로 자차보험처리 받을뻔한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트위지는 브레이크 시스템 역시 단출하다. 직경 작은 솔리드 타입 디스크는 앙증맞은 차체에 충분하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달려보면 꽤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트위지에게 한 장짜리 디스크는 다소 버겁다. 개발진은 트위지를 타고서 디스크가 뜨겁게 달아오를 정도로 격한 주행을 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한 게 분명하다. 페달 밟는 힘을 증폭시키는 진공 부스터도 빠졌다. 오직 운전자의 힘만으로 차를 멈춰 세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속도를 냈다가 감속이 생각만큼 되지 않아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번 브레이크의 한계를 깨닫고 나니 그때부터는 웬만해선 60km 위로 속도를 올리기 힘들었다. 트위지 출시 직후, 일각에선 시속 80km 이상으로 주행 가능한데 왜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제기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트위지는 강변북로를 탔다간 목숨을 걸고 운전해야 하는 차다. 운전자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트위지의 자동차전용도로 운행 규제는 몇 번을 생각해도 잘한 결정이다.까탈스러움의 끝고속 주행에서는 여러 가지로 그 한계가 분명한 트위지이지만, 일반도로에서의 기동성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이에 반해서 구매를 결정했다 해도 트위지는 품에 안기까지 많은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는 충전 인프라다. BMW i3를 비롯한 현대 아이오닉 일레트릭, 르노삼성 SM3 Z.E. 등 전기차는 메이커 특유의 방식대로 충전이 이뤄진다. 따라서 전원 공급 장치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전기차 활성화의 일환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마트나 공공기관 등의 주차장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는 물론 기존 아파트에도 확충되는 중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이랄 수 있는 220V 방식을 채택한 트위지를 위한 충전소는 찾기 힘들다. 220V 콘센트만 필요한 만큼 말 그대로 아무 데나 플러그를 꽂아 충전할 수 있지만, 적법한 범위에서 이용하는 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다. 설사 지하주차장 벽면에 콘센트가 있다 해도 단지 내 공용 전기라 사용 허가가 어려울뿐더러 추후 전기 이용료 지불 과정도 복잡하다. 한마디로 인프라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220V 플러그가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 좌측 통엔 워셔액이 담겨 있다기자 역시 긴 설득 끝에 아파트 관리사무실의 협조를 얻어 시승 동안 하루 2시간씩 충전하는 걸 겨우 허락받았다. 전기료는 추후 고지서상으로 청구받기로 약속했다. 이는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다. 일부 트위지 구매자 중에는 충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와대에 인프라 확충 및 관련 행정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을 넣었을 정도다.트위지가 매력적인 이동수단이란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인프라는 한참 부족하다. 지금은 트위지 구매에 있어 적당한 때가 아니다. 2박 3일 시승을 통해 단점은 단점대로, 장점은 장점대로 트위지의 매력을 깨달았다. 그래서 차마 트위지를 품지 못하는 국내 충전 인프라가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아쉽다. 글 <자동차생활> 편집부사진 최진호
지프 컴패스 갈피 잃은 나침반 2018-08-10
JEEP COMPASS갈피 잃은 나침반아무리 SUV가 대세여도 경쟁력이 없다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FCA는 세계적인 추세를 연구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SUV가 대세인 세상이다. 이제는 기사에서 SUV의 인기를 설명하는 게 민망한 일이 되었을 정도다. 저유가 기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상대적으로 연료 소모가 많은 SUV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 빅3는 이러한 상황에 맞춰 제품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들은 세단의 후속 모델 계획을 취소하거나 출시를 미루면서 승용차 라인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세단을 대체한 크로스오버GM은 이미 대형세단 임팔라의 단종을 예고했고, 캐딜락을 포함한 전체 세단 라인업을 대폭 조정할 예정이다. 포드는 중형세단 퓨전의 후속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옮긴다. FCA 역시 마찬가지다. 중형세단 200을 출시 3년 만에 단종했으며 대형세단 300도 후속 모델 소식이 없다. 여기에는 앞으로 세단을 타던 기존 고객이 SUV로 이동하는 현상이 더욱 공고해질 거란 판단이 깔려있다. 세단의 빈자리를 채운 건 대부분 도심형 SUV다. 세단에 익숙한 고객이 어색함을 느끼지 않도록 뱃바닥과 무게중심을 낮추는 한편, 차체 무게를 감량하여 효율을 높였던 게 인기의 비결이다. 오프로더로 명성을 쌓은 SUV 전문 브랜드 지프도 이를 지켜볼 수만 없었다. 그들도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속속 출시했다. 2006년 등장한 지프 컴패스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작은 차체와 저렴한 찻값을 무기로 고객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지프의 특징적인 스타일은 고스란히 담아 브랜드 성격을 지켰다. 이 덕분에 레니게이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지프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새로운 2세대 컴패스 역시 이러한 특징을 계승한다. 자기복제에 머무른 패밀리룩컴패스는 그랜드 체로키를 꼭 닮은 외관으로 시선을 끈다. 헤드램프 아랫면을 한번 꺾은 형태에서 지프 고유의 마름모꼴 휠하우스까지 전체적으로 형님의 체취가 짙게 스몄다. 차체는 1세대에 비해 길이는 같고 폭만 60mm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이전의 볼륨과 비슷한 크기를 유지했다. 콤팩트한 차체 비율에 맞춰 그랜드 체로키의 얼굴을 적용했다A필러부터 지붕까지 검은색을 사용해 플로팅 루프처럼 보이도록 했다실내에는 얼마 전 시승한 체로키 부분변경과 똑같은 디자인의 대시보드가 놓였다. 모니터를 중심으로 펼쳐진 좌우 송풍구와 그 아래에 위치한 공조기, 다른 지프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행설정 다이얼과 USB 포트까지 그대로 옮겼다. 다른 지프와 공용으로 사용하는 주행 다이얼과 그 주변부센터콘솔 뒤에는 230V 파워 아웃렛과 USB 포트를 마련했다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2018년에 나온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실내 디자인이 촌스럽다는 점이다. 대시보드 윗면을 깎고 플로팅 타입 센터 모니터를 배치하는 요즘 유행과는 ‘최소’ 10년 이상의 격차가 있다. 컴패스 외관에 반해서 전시장을 방문한 고객이 실내를 보자마자 도망가도 이상하지 않겠다. 그랜드 체로키와 비슷한 리어램프와 측면 윈도 크롬 몰딩실내는 2018년 차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촌스럽다그나마 전체적인 실내 품질이 동급 평균은 된다는 사실에 위안으로 삼는다. 표면이 고르지 못한 하이글로시 내장재를 제외하면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트렁크를 포함한 전체 실내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은 편이다. 뒷좌석은 충분한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을 확보했고, 기본 770L의 트렁크 용량은 2열 폴딩을 통해 최대 1,693L까지 늘어난다. 2열 공간은 비교적 충분하다트렁크 용량은 기본 770L, 최대 1,693L세대교체가 시급한 파워트레인파워트레인도 체로키와 똑같은 최고출력 177마력의 2.4L 엔진과 9단 자동 변속기 조합이다. 덩치에 비교해 큰 배기량 덕분에 시원한 가속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한편 지난번 체로키 시승에서 드러났던 엔진과 변속기의 부조화는 컴패스에서도 여전했다. 문제의 원인도 똑같다. 자연흡기 엔진 특성상 저회전 영역에서의 토크가 부족하다 보니, 엔진 회전수를 낮춰 연비효율을 끌어올리는 다단 변속기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게다가 요즘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변속 동작이 느리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가 겹쳐진 결과, 평소보다 가속 페달을 한 박자 빠르게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더 많이 밟으며 운전해야 한다. 이 탓에 연료 게이지 바늘은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진다. 공인연비는 9.3km/L로 기어 단수가 3개나 적은 동급 토요타 RAV4(2.5L+6단 자동+AWD)보다 0.1km/L 낮다. 사실 컴패스가 탑재한 타이거샤크 멀티에어 2.4L는 2004년 현대가 개발한 세타 블록에 기반하고 있다. 여기에 피아트가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와 리프트를 더해서 개량했지만, 블록부터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최신 엔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피아트가 현대 블록에 자사의 각종 기구를 덧붙여 만든 타이거샤크 멀티에어 2.4L 엔진운전 감각은 일반적인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전형이다. 앞바퀴에 구동력을 더 많이 배분하는 AWD 시스템에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을 조합했다. 따라서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승용차와 다를 바 없는 몸놀림을 보인다. 그러나 노면에서 오는 큰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리어 서스펜션과 급제동 할 때 차체 뒤가 가벼워지면서 자세가 불안해지는 모습은 최신 SUV 평균에 못 미치는 주행 품질과 완성도다. 그래도 같은 플랫폼에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레니게이드보다는 그 증상이 훨씬 덜하다. FCA의 현주소를 되짚는 지프 컴패스컴패스는 FCA의 현주소를 되짚어보게 한다. 모델 간 차별화가 또렷하지 않은 패밀리룩은 의미 없는 자기복제에 머물러있고, 시류에 뒤떨어진 인테리어는 풀모델 체인지를 거친 2018년 신차라 보기 어려웠다. 평균에 못 미치는 주행 품질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예전 소비자는 높직한 운전석 하나만으로 부족한 주행성능을 눈감아 주었을지 몰라도, 평균 수준이 크게 오른 요즘 크로스오버 사이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아울러 2.4L 9단 자동 변속기 사양을 수입한 FCA코리아도 이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2.4L+9단 자동 변속기는 같은 사양의 체로키와 정비 부품과 인프라를 함께 공유하는 장점 외에 소비자에게 딱히 이득이랄 게 없다. 또한 9단 자동 변속기는 언덕이 많은 국내 도로 환경에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차라리 연비 성능이 좋은 2.0L 앞바퀴 굴림이나 2.4L 엔진에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앞바퀴 굴림 사양을 함께 들여왔으면 어땠을까? 이쪽이 고객의 실제 사용 환경에 더 알맞았을 게다. 한국에서 레니게이드와 고객층이 겹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성격과 사이즈가 또렷하게 차이가 나는 두 차지만, 웬일인지 가격표 상에서는 그 차이가 크지 않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교한 상품 전략이 필요하다. 신형 컴패스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지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은 저렴한 도심형 크로스오버, 그 장점 하나만으로 일정 이상의 고객 확보가 가능한 차다. 그러나 신차효과는 금방 사라진다. 또한 비슷한 가격에 더 나은 경쟁자가 등장한다면 컴패스를 찾는 고객은 빠르게 줄 것이다. 이제는 차 자체의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글 | 이인주 사진 | 최진호
쉐보레 이쿼녹스, 낮과 밤 사이 2018-08-08
CHEVROLET EQUINOX낮과 밤 사이 군더더기 없는 적당한 사이즈, 가벼운 차체가 주는 높은 효율성과 사뿐한 몸놀림은 다른 중형SUV가 담지 못한 매력이다. 수입차로 볼륨모델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채롭다. 한국GM이 일으킨 작은 파란은 성공할 수 있을까? 봄과 가을에 하루씩, 1년에 두 번은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동일한 날이 찾아온다. 24절기에서는 이를 이분(二分), 영어로는 Equinox라고 부른다. 쉐보레 이쿼녹스는 이러한 의미를 차명에 담았다. 낮과 밤이 균형을 이루듯, 차의 전체적인 균형감을 강조해 만들었다는 뜻이다. SUV가 추구하는 균형감이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대감을 안고 확인에 나섰다. 이쿼녹스는 최근 일련의 어려움을 타개할 신차이자 대내외적 분위기를 반전시킬 묘수로 등장했다. 회사가 좋은 상품을 선보이는 것보다 더 나은 긍정의 메시지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 까닭에 이쿼녹스에 실린 무게감과 상징성이 상당하다. 일단은 새롭게 시작하려는 회사 분위기와 이를 지켜보는 긍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까닭에 신차효과를 누리기에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군더더기 덜어낸 중형 크로스오버아직 한국 소비자에게 이쿼녹스란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본토인 미국에서는 작년에만 29만대나 팔린 베스트셀러다. 이번에 소개된 모델은 얼마 전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3세대로 GM 글로벌의 신기술과 노하우를 집약한 완전 신형이다. 3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라인업 확장에 따른 차체 패키징 변화다. 1세대와 2세대 이쿼녹스는 쉐보레 SUV 라인업의 중간 역할을 책임졌지만, 올해부터는 신형 블레이저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에 맞춰 3세대는 차체 길이, 휠베이스를 포함한 전체적인 볼륨을 선대 모델보다 조금씩 축소했다. 외관이 주는 인상은 SUV보다는 중형 크로스오버에 더 가깝다. 이는 낮게 깔린 플로어와 높직한 키, 차체에 비해 긴 휠베이스 등 실내공간을 우선시한 신체 비율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이쿼녹스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가장 맞수라 꼽는 QM6와 비교하면 차체 길이는 4652mm로 20mm 짧으며,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725mm로 40mm가 길다.  차체는 동급 모델보다 조금 짧지만 실내 공간은 비슷한 수준으로 넓다앞 얼굴은 새로운 패밀리룩을 반영했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한 덩어리로 빚은 형태다. 부분변경을 앞둔 말리부도 곧 이와 같은 얼굴로 바뀔 예정이다. 후면부는 범퍼 양 끝단에 날을 세우고 테일게이트 면적을 줄이는 등 공력성능에 신경 쓴 모습이다. 이는 GM이 자랑하는 디트로이트 풍동실험실에서 500시간 이상 다듬은 결과물. 이전 세대보다 공기저항이 10% 이상 줄었다고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를 한 덩어리로 빚은 새로운 패밀리룩 공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범퍼 끝단을 예리하게 다듬고, 테일게이트 면적은 최소화 했다차체 하단을 플라스틱으로 한 바퀴 둘렀다트렁크를 포함한 실내 공간은 이쿼녹스보다 기다란 싼타페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패키징 대부분을 객실 공간 확보에 할애한 덕분이다. 운전석으로 들어서면 좌우대칭 형태의 대시보드가 탑승자를 맞이한다. 다른 쉐보레 모델에서 보아온 익숙한 디자인이다. 좌우 대칭형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센터모니터가 자리했다시승차는 단조로운 분위기를 탈피하기 위해 검은색을 기본으로 도어트림과 시트, 대시보드 일부에 베이지 색상을 더했다. 내장재는 균일한 품질로 모난 구석이 없이 마무리한 덕분에 딱히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흠잡을 구석이 크게 없다. 가족이 주로 머무는 2열 공간은 충분히 넓다. 아울러 다른 경쟁 모델과 마찬가지로 각도 조절이 되는 등받이와 히팅 기능을 포함한 2열 시트, 두 개의 USB 충전 포트를 마련했다. 뒷좌석 도어그립도 스마트키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3열 시트를 접었을 때 트렁크 최대 용량은 1800L로 늘어난다가벼운 차체가 주는 다양한 장점뼈대는 쉐보레 크루즈, GMC 올터레인과 같은 D2XX 플랫폼을 사용했다. 오펠이 개발한 이 플랫폼은 초고장력 강판 사용비율을 대폭 늘린 것이 특징이다. 이전보다 차체 강성이 증가했으며 몸무게도 180kg 가벼워진 1,645kg(1.6L 디젤 전륜구동 기준)에 불과하다. 중형 SUV를 통틀어 가장 QM6와 함께 가벼운 몸무게다. 엔진은 말리부에 탑재되는 1.5L 터보, 2.0L 터보와 1.6L 디젤 총 세 가지가 있으며 한국에는 1.6L 디젤만 출시했다. 시장반응에 따라 향후 가솔린 모델의 출시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엔진은 오펠이 개발했다. GM에서는 소음, 진동이 적은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위스퍼 디젤’이라는 별명을 붙인 바 있다. SCR방식인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를 채택했다위스퍼 디젤이라는 별명의 1.6L 디젤은 조용하고 진동이 적으며 필요 충분한 동력성능을 발휘한다배기량이 작은 만큼 엔진 자체 성능은 크게 내세울 게 없다.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32.6kg·m을 발휘하는 최대토크 모두 2.0L 디젤을 탑재한 경쟁 모델보다 부족하다. 최고 성능을 전부 다 사용하는 운전자는 극히 적다. 하지만 수치를 따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성능은 결코 숫자의 차이만큼 부족하지 않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가벼운 차체 중량이 출력이 적은 단점을 상쇄한 덕분이다. 일상적인 주행 영역에서는 부족함 없는 가속 성능을 자랑한다. 물론 출력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라서 시속 160km 이상부터는 속도상승이 더디다. 기대 이상의 효율은 이쿼녹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공인연비는 12.9km/L지만 가혹한 주행을 일삼았던 시승 환경에서조차 평균 16km/L 내외의 연비를 꾸준히 기록하면서 예상치를 크게 앞섰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필요할 때만 열고 닫아 공기저항을 줄이는 액티브 셔터 그릴 등 연비를 높이는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었기에 가능했다. 경험상 비슷한 공인연비를 가진 경쟁 모델들은 비슷한 환경에서 이쿼녹스보다 훨씬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승용차와 비슷한 주행 질감을 보이는 최신 크로스오버의 특징은 이쿼녹스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무게중심이 낮고 주행 품질이 만족스런 GM 차의 특성을 잘 살려낸 까닭에 사뿐한 몸놀림과 경쾌한 주행이 가능하다. 한편 이쿼녹스의 네바퀴 굴림은 작동방식이 특이하다. 상시 사륜구동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앞바퀴로만 주행한다. 만약 운전자가 AWD로 전환하고 싶다면 버튼을 눌러서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AWD가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미끄러짐이 감지되었을 때만 뒷바퀴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뒷바퀴를 굴려 연비성능을 떨어트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물론 이쿼녹스의 상시 사륜구동은 포장도로에서 구동력을 높여주는 용도다. 주행보조 장비도 충실하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조향보조, 사각지대 경고, 자동긴급 제동 등이 모든 트림에서 기본이다. 그중에서 기자의 마음을 쏙 빼앗아간 안전 장비가 있었으니 바로 햅틱 시트다. 차선을 이탈할 때, 앞차와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졌을 때, 주차 시 장애물이 있을 때 등 운전자에게 경고가 필요하다 판단되면 운전석 시트 방석을 강하게 진동시킨다. 얼마 전 출시한 기아 K9 2세대 모델에도 같은 기능이 탑재된 바 있지만 그보다 진동이 더 강하다. 경고음은 동승자가 놀라거나 불안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장비라면 그럴 걱정이 적다.  계절 변화의 기준점, 이쿼녹스예상 밖의 넓은 실내, 적은 배기량이 보여준 충분한 성능과 효율적인 연비 등 이쿼녹스가 주장하는 ‘균형’ 잡힌 차의 특성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다시 한 번 이쿼녹스라는 이름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계절의 변화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했던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이를 절기의 기준으로 삼으며 음력에서 오는 모순을 줄였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재단하기 위해 관찰하기 쉬운 기상 현상을 일종의 기준점으로 삼은 것이다. 춘분 이후에는 낮이 조금씩 길어지며 곧 여름이 다가옴을 알고, 추분이 지나면 밤이 길어지면서 다가올 겨울을 대비했다. 한국GM도 이쿼녹스를 계절 변화의 기준점으로 삼으려한다.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계절을 보내고 따스한 봄을 지나 풍요로운 추수를 거두려고 말이다. 작년에만 16만대 이상의 수요가 확인된 국내 중형 SUV 시장. 여기에 출사표를 던지는 수입산 국내 브랜드의 실험적인 모델 정책은 그 자체만으로도 모두의 주목을 끌고 있다. 글 | 이인주사진 | 최진호
[롱텀 시승기 6회] 도심 속에서 즐기는 상쾌한 기분 .. 2018-08-07
도심 속에서 즐기는 상쾌한 기분 전환출퇴근길은 따분하다. 빌딩 숲과 차들로 가득한 도로 위에 있으면 마음마저 답답하다. 이때 조금만 우회하면 지날 수 있는 북악 스카이웨이는 따분한 기분을 상쾌하게 전환시켜준다. 5시리즈의 즐거운 주행 질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빌딩 숲과 차로 가득한 도로 위에 서 있으면 따분함에 답답함까지 더해진다. 그렇다고 창문을 열자니 미세먼지 때문에 망설여진다. 그럴 때 필자는 북악스카이웨이를 가로지른다. 필자의 출퇴근길에서 조금만 우회하면 수 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도 늘고 기름도 더 많이 먹지만, 운전하며 가라앉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상쾌한 기분을 전달하는 북악스카이웨이창문을 내리면 은은하게 느껴지는 자연의 향이 일품이다. 계절별로 다른 풍광이 주는 이채로움도 매력이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가장 좋아한다. 흑백의 삭막한 겨울을 지나 녹음의 계절로 향하는 흐름을 새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스케치에 채색하듯 더해지는 녹색의 향연은 왠지 모를 따뜻함을 준다. 구불구불한 북악스카이웨이이 곳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러 오는 차가 적지 않다다만 자전거 통행량이 적지 않고 간혹 보행자도 있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운전해야 한다. 도로는 제한 속도 안에서 재밌게 주행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코너들로 이루어져 있다. M스포츠 패키지 서스펜션을 장착한 530i는 이곳을 상쾌하게 달리면서 만족스러운 주행 질감을 뽐낸다. 칼 같은 핸들링은 아니지만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일상주행에서 충분히 편안하다. 호쾌한 가속 성능도 상쾌함을 더하는데 적잖은 역할을 한다. 물론 요즘 시대에 245마력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오르막에서 답답하지 않을 만큼 체감 성능이 뛰어나고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도 좋다. 엔진 필링도 4기통 치고 뛰어나다. 전에 타던 528i(F10)의 N20 엔진보다 회전감각이 더 좋고 소음은 적어졌다.이전에 타던 528i M팩(F10)은 동적 지상고가 낮아 앞범퍼 밑을 종종 긁었다성능을 개선한 서스펜션과 엔진높게 치솟은 과속방지턱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너무 높은 방지턱을 깎아 부드럽게 넘을 수 있도록 개선하고는 있지만 제법 큰 충격을 전달하는 것들이 아직 있다. 만약 충분히 감속하지 않으면 제법 큰 충격과 함께 앞 범퍼 밑을 긁힐 수 있다. 다행히도 필자가 타는 530i는 충분한 지상고를 갖추고 있는 까닭에 어지간해서는 앞 범퍼가 닿지 않는다. 또한 530i에 달리는 M스포츠 패키지의 전륜 4피스톤 브레이크 덕분에 내리막에서도 충분한 제동 성능을 자랑한다. 필자가 6개월간 경험한 5시리즈는 다방면으로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차라고 생각한다.스포츠 브레이크의 제동성능은 부족함이 없다글, 사진 김준석
[롱텀 시승기 6회] 콩깍지 벗어 번지고, 푸조 208 2018-08-07
콩깍지를 벗어 던지고푸조 208과 함께한 지 반년이 지났다. 매일 운행하면서 주행거리는 1만 5,000km에 육박했고, ‘새 차’보단 ‘내 차’에 가까워졌다. 만남의 초기에는 뭘 해도 예뻐 보이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콩깍지가 벗겨지면 미운 구석이 도드라져 보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208을 영입하고 6개월이 지나니 흠잡을 구석이 적지 않다.참된 사랑은 상대방의 흠결까지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아닌 제품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아가페적 사랑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소비자는 자신이 기대하는 부분을 제품이 충족시켜줄 것이라 믿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한 대가로 제품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소비자의 기대치를 상회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대개 소비자가 제품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 중 부분적으로는 만족을 주어도, 실망스러운 부분이 공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사람에 따라 수십 가지 평가 기준이 존재하는 자동차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다. 성능, 디자인, 내구성, 편의사양, 승차감, 연비 등등 다양한 지표에서 만족감을 얻거나 실망할 수 있다. 차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땐 뭐든 좋아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장점의 효용은 줄어들고 단점은 커 보이는 게 사람 심리다.필자의 208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타는 차면 단점을 느낄 새도 없겠지만, 거의 매일 출퇴근이며 여행이며 열심히 타고 다니다 보니 슬슬 안 좋은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콩깍지는 벗겨진 지 오래다. 이번 롱텀에서는 지난 6개월간 직접 타며 느낀 단점들을 읊어보고자 한다.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208. 개체 수가 적어 우연히 만나면 괜히 반갑다E39 540i를 가끔 탈 때면 정숙성에 감탄하지만, 엄청난 연비 차이는 감당하기 힘들다잡소리, 그놈의 잡소리지난 연재에서 밝혔듯 이 차는 내게 다양한 의미가 있는 차였다. 첫 신차 출고이자 첫 프랑스 차고 첫 디젤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환상도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건 “적어도 2~3년간 잡소리 스트레스는 없겠지”라는 것이었다.이전에 타던 차들은 대체로 소리에 관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식이 오래된 차이다 보니 내장재 떠는 소리, 낡은 하체 부싱이 찌걱대는 소리, 시트 프레임의 미세한 삐걱임 등 각종 잡소리를 안고 살았다. 맘먹고 내장 복원 업체든 방음 업체든 찾아간다면 고칠 수야 있겠지만, 구동계나 서스펜션 등 주행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하다 보니 잡소리 제거는 우선순위가 많이 밀렸다. 이렇게 소리라면 이골이 난 상태라 신차에서는 적어도 그런 스트레스는 없으리라 기대했다.하지만 그게 나의 헛된 희망 사항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중 가장 피곤하게 했던 건 시트 프레임에서 올라오는 소리였다. 앞서 롱텀 3회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좌회전을 할 때마다 요란하게 삐걱거리는 시트는 이미 서비스 센터에서 무상 보증으로 교환까지 받았다. 하지만 교환한 뒤에도 한 달 정도 지나자 다시 소리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다시 찾은 서비스 센터에서도 재교환이나 윤활유 도포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더구나 매일 통근하는 회사원이 소리가 날 때마다 서비스 센터에 가서 점검을 받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기가 막힌 건, 해외 208 포럼에서도 이 시트 잡소리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마찬가지로 교환이나 윤활 외에 개선품을 적용하거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는 거다. 자동차 하루 이틀 만든 회사도 아닌데, 시트 잡소리 하나 해결을 못 한다니!정기 오일 교환을 위해 찾은 서비스 센터에서도 잡소리를 해결하진 못했다리어 윙 재장착을 위해 방문한 샵에 서 있는 클래식 500 앞에선 208도 대형차!결국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력갱생’하기로 했다. 인터넷에서 효과 좋다는 액상 그리스와 실리콘계 윤활유를 구입해 소음이 의심되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뿌렸다. 수시로 시트 밑에 기어들어가 도포 작업을 하다 보니, 이제는 대충 어디쯤에서 소리가 나는지도 파악이 됐다. 임시방편으로 해결책은 찾은 셈이지만, 신경 쓸 부분이 있다는 것 자체가 차주 입장에서는 매우 화나는 일이다.잡소리를 잡기 위해 차량용 그리스와 윤활제까지 도포했다그 밖에도 저렴한 플라스틱 내장재가 수시로 소음을 만들어내며 신경을 긁는다. 콘솔박스를 겸한 센터 암레스트는 조금만 무게가 실리면 뚝, 뚝 소리를 내고, 도어 트림에서도 무언가 떠는 듯한 소리가 올라온다. 최근에는 운전석과 동승석 창문을 1/4 정도 열었을 때 유리창 떠는소리가 나기 시작해 환기 한 번 하기도 신경 쓰인다. 노면이 불규칙한 곳을 지날 때 운전석 앞쪽, 대시보드 안에서 들려오는 ‘딸랑딸랑’거리는 원인 미상의 소음도 꽤 오래됐다. 잡소리만 사라져도 차에 대한 불만의 90%는 사라질 것이다.건강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장착했다. 다행히 여기선 잡소리가 안 난다원래는 조용했던 엔진, 이제는······소음과 진동이 확연히 요란해진 엔진도 영 불만이다. 성능상의 문제는 전혀 없는데 처음 차를 출고했을 때와 비교하면 NVH가 확실히 나빠졌다. 백번 양보해 소리야 그렇다 쳐도 진동은 분명 요즘 차답지 않다. 어쩌다 친구의 구형 카니발이나 여타 디젤차를 타 봐도 이 정도는 아니니 말이다. 차를 신줏단지 모시듯 운전하기보단 높은 회전수도 종종 쓰는 편이지만, 6개월 된 차가 고회전 영역을 몇 번 사용했다고 덜덜거리는 건 쉬 납득이 가지 않는다.이런 엔진 진동이 계속되면 필시 내장재의 잡소리도 더 심해질 것이다. 가급적 5년을 꽉 채워 탈 생각인 내게 이런 품질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건 확실히 문제다. 하지만 그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거리다.시트 소음 해결에도 난항을 겪은 서비스 센터에서 엔진 진동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까? 더구나 소음이나 진동은 개인마다 느끼는 편차가 심하고 절대적인 수치로 환산해 보여주기 어려운, 소위 감성 품질의 영역이니 정확한 진단과 문제해결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괜히 스트레스 받을 바에야 차라리 사설 업체에 가서 방음 방진 작업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그런 작업을 할 날이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게 불과 6개월만일 줄은 몰랐다.어쨌건 종합적인 만족도는 결코 낮지 않다. 유가가 치솟는 요즘, 에어컨을 풀가동해도 20km/L을 유지해 주는 연비와 시각적 만족도 높은 디자인은 분명 훌륭하다. 하지만 손끝에 전달되는 진동과 귀에 거슬리는 소음은 분명 장기적인 만족도 부분에서는 감점 요인이다. 과연 이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이 갈수록 커진다.글, 사진 이재욱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디젤이 아니어도 괜찮아 2018-08-06
HONDA ACCORD HYBRID디젤이 아니어도 괜찮아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시승 연비가 손쉽게 L당 20km를 넘나들고, 배터리팩 위치를 바꾼 덕분에 트렁크 활용성은 대폭 개선되었다. 혼다를 대표하는 중형 세단 어코드는 주력 시장인 미국 기준으로 2012년 9세대, 2017년 10세대가 등장했으니 5년만의 풀 모델 체인지인 셈이다. 게다가 2016년에 대폭적인 마이너체인지를 통해 디자인과 편의 장비는 물론 구동계까지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상당히 촘촘한 진화 주기는 그만큼 많이 팔릴 뿐 아니라 경쟁이 치열하다는 증거. 북미 최고 인기 패밀리 세단 자리를 두고 토요타 캠리와 백중지세의 경쟁을 이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국내 판매를 시작한 10세대 캠리는 이번에 하이브리드 버전을 더했다. 혼다는 하이브리드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토요타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 일본 기준으로 11가지 하이브리드 차를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서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새로운 패키징과 뛰어난 연비신형 어코드에는 최근 세단 인기 하락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전통적인 세단 수요가 SUV로 몰리면서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 개발진은 보다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붕을 낮추고, 뒷부분을 패스트백 스타일로 다듬어 1~9세대의 전형적인 3박스 세단 스타일에서 과감히 벗어났다. 레이저 용접을 활용해 루프 라인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날렵한 C자형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강렬한 풀 LED 헤드램프 등 화려한 치장도 더했다. 이번에 시승한 하이브리드는 기본형 어코드와 구별이 쉽지 않은데, 굳이 찾자면 살짝 푸른빛이 감도는 앞뒤 램프와 하이브리드 전용 휠, 그리고 머플러 팁 정도에 불과하다. 어코드에서 하이브리드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2004년, 7세대(CN3)가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시작이었다. 실린더 휴지 기능을 갖춘 V6 3.0L 엔진과 5단 AT 사이에 어시스트 모터를 끼워 넣은 방식이었다. 항상 엔진이 작동하기에 연비 개선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8세대에서 사라졌던 하이브리드는 2013년 9세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함께 부활했다. 엔진은 4기통 2.0L로 작아졌지만 발전용과 어시스트용 2모터 구성에 e-CVT를 결합하고 가벼우면서 강력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얹었다. 그리고 이번 어코드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성능보다도 패키징일지 모르겠다. 트렁크에 놓았던 배터리를 뒷좌석 바닥 아래, 연료탱크 앞쪽으로 옮겨 공간 활용을 최적화시켰다. 덕분에 트렁크 용량이 473L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2열 등받이 폴딩도 가능해졌다. 패밀리 세단으로서 무척이나 중요한 포인트다.  하이브리드 시스템(3세대 i-MMD)은 앳킨슨 사이클로 작동하는 4기통 2.0L 145마력 엔진과 이보다 더 강력한 힘(184마력, 32.1kg·m)을 내는 모터로 구성된다. 모터는 발전용과 주행용 2개가 있으며, 클러치를 사용해 동력을 배분하기 때문에 완전 EV 주행이 가능하다. 급가속이 필요할 때는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주행용 모터에 더욱 많은 전기를 공급하는 직렬형 하이브리드처럼 작동한다. 모터가 힘을 잃는 고속에서는 엔진으로 직접 타이어를 돌리기도 한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동력용과 발전용 두 개의 모터를 갖추고 있다시스템 출력 215마력은 엔진(145마력)과 모터(184마력)의 출력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단순 합산이라면 300마력 이상도 가능하겠지만 엔진과 모터가 상호보완적으로, 상황에 따라 릴레이 하듯 동력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대신 18.9km/L의 복합 연비와 km당 CO2 82g의 뛰어난 환경성능을 손에 넣었다. 도심 약간에 대부분 국도를 달린 이번 시승 구간은 사실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코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꽤 과격하게 몰아붙인 전반에 L당 17~18km를 달리더니, 후반에 액셀 조작을 부드럽게 바꾼 것만으로 금방 20km/L를 넘긴다. 파워트레인 외에 액티브 셔터 그릴과 에어 커튼, 언더 플로어 커버 등 공력 디자인까지 꼼꼼히 챙긴 덕분이다. 가속 시 토크감이 넘치지는 않아도 경사로 가속이 거침없고 경쾌하다. 저속에서는 조용히 모터로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엔진이 작동하는 것은 여느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수가 액셀 페달 조작과 따로 놀지만 소음을 잘 갈무리한 덕분에 이질감이 그리 크지는 않다. 풀 디지털 방식의 신형 계기판은 속도계를 중앙에 두었던 구형과 달리 전통적인 트윈 미터 디자인이라 눈에 익숙한 편. 또 하나 달라진 것인 감속 패들인데, 시프트 플리퍼 왼쪽을 당기면 ‘∨’표시가 하나씩 늘어나면서 회생 제동의 엔진 브레이크 효과가 4단계로 조절된다. 다만 변화의 폭은 미세해 굳이 1~4단계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익숙한 트윈 미터 방식으로 바뀐 계기판디젤 부럽지 않은 하이브리드 성능시승차인 하이브리드 투어링은 기본형인 EX-L에 비해 300만원 비싼 대신 첨단 안전장비인 혼다 센싱과 액티브 컨트롤 댐퍼, HUD, 동승석 메모리 시트 전방 주차 보조 등이 추가된다. 이전보다 고강성, 저중심화된 신형 섀시는 혼다 특유의 가벼우면서도 날렵한 감각에 정숙성도 뛰어난 편. 조절식 댐퍼는 스포츠 모드에서 단단해져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런데 컴포트 모드에서는 기본적으로 잔 진동을 잘 걸러내지만 속도 방지턱은 유독 덜컥이며 지나간다. 국산차의 물렁거리는 승차감에 익숙한 고객이라면 아쉬워할 부분.한 때 일본차들은 디젤 엔진의 부제가 큰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디젤 엔진에 대한 맹목적 환상이 무너지면서 하이브리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경쾌한 달리기와 뛰어난 정숙성, 여기에 디젤을 위협하는 연비성능까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인기작이 될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글 이수진 편집장사진 혼다코리아
기아 K3 1세대 2018-07-31
기아 K3 (YD)신형 K3가 등장했다. 1세대 기아 K3의 중고차 가치가 합리적으로 조정되었다는 뜻이다. 같은 값에 가장 풍부한 편의장비를 탑재한 준중형 세단이 바로 1세대 K3다.중고차 가격이 가장 합리적인 시기는 언제일까? 많은 사람은 해가 바뀌는 시기에 중고차가 가장 저렴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실제로 중고차 상사에서는 연말에 가까울수록 값이 낮아질 내년 시세를 미리 반영하여 가격을 조정한다. 연초로 넘어가도 생각만큼 가격이 낮지 않은 이유다. 중고차 가치가 가장 큰 조정을 겪는 시기는 따로 있다. 바로 신차가 나온 직후다. 상당수 중고차 구매자는 현재 신차로 팔리는 모델을 가장 많이 선호하며, 단종 된 모델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다. 중고차 시세도 그만큼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2세대가 등장한 기아 K3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수요가 꾸준한 준중형 세단이지만, 네임 밸류가 아반떼보다 낮은 까닭에 세대 변화에 따른 중고차 시세 차이가 조금 더 발생한다. 이는 같은 플랫폼에 기반 한 형제차를 더욱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라 볼 수 있다. 풍부한 편의장비와 다양한 차체 형식1세대 K3는 지난 2012년 9월에 출시했다. 기아 K시리즈를 완성하는 가장 마지막 모델로 K5, K7, K9의 패밀리룩 디자인을 준중형 세단에 맞추어 반영했다. 차체는 이전 포르테보다 확실히 커졌다. 2년 먼저 출시한 아반떼(MD)와 같은 뼈대를 사용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넉넉한 실내 공간, 풍만한 엉덩이에서 오는 광활한 트렁크 등 두 차의 여러 면이 서로 닮아있다.운전자 집중식으로 설계 된 대시보드충분한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고 시트 착좌감도 만족스럽다K3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차체 형식이다. 기아는 4도어 세단을 기본으로 2도어 쿠페인 K3쿱, 5도어 해치백 K3 유로를 마련했다. 다만 K3 유로는 실제 판매량이 극히 적었던 까닭에 지금도 길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엔진은 1.6L GDI를 기본으로 여기에 250만원을 더 지불하면 1.6L 디젤을 살 수 있었다. 스포츠 성격의 K3 쿱은 1.6L GDI와 1.6L 터보를 탑재했다. 서스펜션 구조 역시 아반떼(MD)와 같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빔 방식이다. 단종 전까지 뒷바퀴 접지력 저하 문제에 시달렸던 아반떼(MD)와 달리, K3는 이 같은 이슈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K3의 가장 큰 매력은 풍부한 편의장비에 있다. 준중형 최초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UVO, 운전석 메모리 기능을 탑재했으며 1열 통풍 시트, 스티어링 열선,  뒷좌석 열선 등 차급을 뛰어넘는 다양한 편의장비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쿠페 스타일을 구사하면서도 충분한 뒷좌석 머리공간을 확보했다. 이 덕분에 가족과 함께하는 패밀리카로서도 손색이 없다. 후기형은 깡통 바로 위 등급부터 통풍시트가 장착됐다준중형 최초로 운전석 메모리 시트를 탑재했다2015년 11월에는 외관과 사양 일부를 다듬은 2016년형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이때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이 크게 달라졌으며, 엔진 토크 밴드를 저회전으로 옮겨 실용영역에서의 가속과 연비효율을 향상했다. 대신 엔진 출력은 기존 140마력에서 132마력으로 낮아졌다. 아울러 전동 파워 스티어링 기구의 감도를 이전보다 높여 조향 품질도 개선했다. 한편 풀 모델체인지가 예정된 신형 아반떼(AD)를 견제하기 위해 낮은 트림에도 고급 편의 사양을 탑재했다. 신형 아반떼를 견제하기 위해 가성비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K3 고객은 트렌디 사양만 선택하더라도 스티어링 열선, 독립제어 풀오토 에어컨을 누릴 수 있었다. 여기에 고객 선호에 따라 A, C, E로 나뉜 옵션팩을 추가하면 각각 후측방 경보, 앞좌석 통풍+리어 에어밴트, 제논 헤드램프+LED 주간주행등, LED 리어램프 장착이 가능했다.1,000만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는 준중형 세단연평균 주행거리 15,000~20,000km 기준으로 매물을 살펴보면 현재 기아 K3(1.6GDI 세단, 2018년 7월 기준)의 시세는 700만~1,200만원 사이다. 여기에는 편의장비와 사고 유무에 따른 가격 차이가 반영되었다. 한편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고 매물도 풍부한 13년~14년식 트렌디 기준으로 살펴보면 1,000만원대다. 기본형 경차를 빠듯하게 살 수 있는 금액으로 편의장비가 풍부한 준중형 세단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엔진과 변속기, 차체나 전자장비 등 차의 전반을 살펴보아도 이렇다 할 결함과 이슈도 없다. 따라서 예비 구매자가 크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매우 적다. 공인연비는 예전 기준으로 14.0km/L로 인증 받았으며, 실제 연비 성능은 이보다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엔진은 1.6GDI가 기본이며 250만원을 지불하면 1.6L 디젤로 변경할 수 있었다 글 | 이인주 진행협조: 엠파크 촬영차협조: 믿으니카, 양재석 딜러
BMW 740e 시승기 2018-07-30
BMW 740eINTO THE GREENi시리즈로 환경 이슈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 BMW. 이번엔 일반 모델에 전기모터를 곁들인 i퍼포먼스를 내놨다. 740e는 보다 초록빛을 띤 지구를 열망하고 있었다.이번 시승은 다른 때보다 조금 더 부푼 기대감 속에서 이뤄졌다. BMW 최고급 세단과 친환경을 엮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올봄 탔던 M760Li에서 그 까닭을 찾을 수 있다. V12 6.6L 엔진을 얹었기에 환경에 대한 고민은 잠시 저 멀리 내려놔야 탈 수 있는 모델이다. 스릴 넘치는 운전 재미와 친환경 지수는 아쉽게도 반비례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740e 엉덩이에 붙은 레터링은 똑같은 숫자 7로 시작하지만 엔진 실린더 개수는 M760Li의 1/3인 4개에 그친다. 여기에 출력을 보조하는 전기모터가 달렸을 뿐이다. 완전히 상반된 성격의 차를, 더욱이 무지막지했던 7시리즈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타려니 기대와 동시에 의구심도 자리 잡고야 말았다.BMW 하이브리드의 과도기친환경을 내세우는 7시리즈는 이전에도 있었다. 5세대 7시리즈 중 하나였던 ‘액티브 하이브리드 7’이 그것. 여기엔 V8 엔진과 전기모터가 들어갔다. 당시 BMW의 친환경 차 기술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생색내기용으로 만들었던 터라 전기모터의 역할은 아주 미미했다. 엔진을 도와 차체 구동력 일부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전기모터만 써서 달리는 경우는 없었다. 최고출력 20마력, 최대토크 16.3kg.m가 전기모터 단독으로 낼 수 있는 힘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비루한 힘의 모터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자리하며 이따금 힘을 보조할 뿐이었다. 그래도 당시 동급 모델과 비교해 연료 효율과 배출가스를 15% 가까이 개선했으니 친환경은 친환경이었던 셈. 액티브 하이브리드 7에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란 부제가 들어간 까닭이다. 그렇다 해도 이미 8기통짜리 터보 엔진부터가 친환경과는 상당히 멀었다. 하이브리드 효율에 크게 자신이 없으니 굳이 액티브란 단어를 가져다 쓴 속내가 뻔히 보였다.싱그러움을 담다이번 740e부터는 친환경 차로서의 모양새가 나오기 시작한다. M퍼포먼스가 그러하듯, i퍼포먼스 역시 전기차 라인업 i시리즈를 흉내 낸다. 액티브 하이브리드 시절보다는 훨씬 그럴싸해서 순수하게 전기모터만 쓸 수도 있게 됐다. 전기모터 단독으로 낼 수 있는 힘 역시 최고출력 113마력에 달하기 때문이다. 기존 8기통 엔진에서 무려 4개의 실린더를 덜어낸 점도 고무적이다. 이번엔 전기모터도 어중간한 위치가 아닌, 8단 자동변속기 내부에 단단히 자리 잡으며 엔진과 동등한 위치에서 동력 배분을 위한 호흡을 맞춘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이제는 꽤 익숙해진 파워트레인인 만큼 740e를 어떻게 갖고 놀아야 하는지는 높은 확률로 예상 가능하다. 주행 모드를 따로 조작하지 않은 자동 e드라이브 모드 상태에서는 엔진과 전기모터가 수시로 최적의 호흡을 맞춘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가, 그것도 웬만큼 속도를 올리는 경우만 아니면 육중한 차체를 오롯이 혼자 전담한다. 물론 스포츠 모드에 두면 연료를 태우면서 출력을 우선시하는 경향으로 바뀐다. 운전석 쪽 앞바퀴 펜더에 자리한 커넥터를 통해 배터리를 완충한 상태라면 맥스 e드라이브 모드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온전히 전기모터만 작동시키면서 시속 14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배터리만 사용해서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최대 26km다.운전석 앞바퀴 펜더에 충전용 콘센트가 자리한다퍼포먼스와의 완벽한 타협740e를 선택한 오너라면 그 누구보다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하는 마음이 클 거다. 거기다 대형세단으로 BMW를 골랐다는 건, 요즘 그 성향이 많이 희석됐다지만 소싯적에 좀 달려봤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평소엔 얌전히 달리더라도 당길 땐 또 당겨야 하는 게 BMW I퍼포먼스 오너들의 성향이다.스포츠로 주행모드를 바꾸면 계기판 색깔부터 달라진다. 평온하기만 하던 파란색 스크린이 빨간색으로 바뀌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BMW에서 친환경을 뜻하는 파란색이 아낌없이 들어갔다이후에는 하체 세팅과 스티어링 휠 감각이 M760Li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치 힘만 절반으로 줄어든 M760Li를 타는 기분이다. 사실 M760Li의 경우, 주어진 출력을 온전히 활용하기 힘들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740e를 타는 게 그리 손해 보는 게임도 아닌 셈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5.4초. 최고출력이 같아 직접 비교 모델이 되는 740Li와 비교해 불과 0.2초 뒤지는 수준이다. CO2 배출량은 1/3 넘게 줄어들고 공인연비 또한 리터당 1.5km 늘어난다. 740Li와 비교해 불리한 건 상대적 대배기량 엔진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주행 질감과 롱바디 모델의 여유있는 뒷공간 정도다. 고효율과 고성능의 양립을 요구하는 요즘 시장 상황에서 이 정도까지 해냈다면, 군말 없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게 인지상정이다.뒷좌석이 7시리즈 L모델에 비해 좁은 게 단점이다 홍천의 건강한 자연과 함께 하는 라운딩블루마운틴CC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멍게비빔밥 친환경을 내세운 740e 화보의 배경이 된 곳은 싱그러운 녹색 빛깔을 담아 차와 잘 어울리는 블루마운틴CC. 골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세계적 골프 코스 디자이너인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를 맡았다. 사람이 가장 쾌적함을 느낀다는 해발 700m 이상(클럽하우스 기준 765m)의 강원도 홍천 산자락에 자리하며 국내에 드문 켄터키블루, 벤트 & 패스큐 품종의 잔디가 드넓은 코스를 메우고 있다. 홍천 내 청정 지역에서 키운 농작물과 유기농 식자재만을 고집하는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은 많은 골퍼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글 | 김민겸 기자  사진 | 최진호 협조 | 블루마운틴CC
쉐보레 더 뉴 스파크, 안전을 두른 구식 2018-07-27
CHEVROLET THE NEW SPARK안전을 두른 구식 신형 스파크는 디자인 완성도 높던 전작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보이지 않는 안전 기능에 몰두했다. 다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덕목을 해석하는 방식에서 아쉬움을 남긴다.“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뻔한 건 갑자기 툭 끼어든 버스 때문이었다. ‘맞다, 나 지금 경차 타고 있지.’ 버스 운전기사는 예고 없이 앞머리를 들이미는 급차선변경을 통해 기자가 간만에 경차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그리고 신형 스파크가 도심 안전 주행을 지향한다는 사실까지도.시간이 멈춘 스파크3년 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서 신형 스파크로 바뀌어 나왔을 때가 기억난다. 쉐보레는 스파크의 얼굴에 듀얼 포트 그릴을 적용하고 린 머스큘러리티(Lean Muscularity), 즉 잔 근육을 적재적소에 넣었다. 비록 체급은 경형에 머물지라도 꽤 멋스러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기조는 여전하다. 달리 말하면 그만큼 변한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전히 그릴이 둘로 나뉘어 있긴 하지만 굵직한 크롬 장식이 위아래 구분선을 완전히 메워버렸다. 이 번쩍거리는 크롬 장식은 헤드램프와 그릴 사이 공간으로까지 침투하는데 이를 두고 메기수염 같다는 말들이 오간다. 진짜로 그렇게 보이긴 한다. 과감하게 크기를 키운 하단부 그릴은 메기의 거대한 입을 담당한다. 디자인이라는 게 자주 보면 눈에 익기 마련이라지만 이번 부분변경은 왠지 변화를 위한 변화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강바닥에 달라붙어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메기의 몸놀림을 스파크에서도 기대하라는 의도라면 또 모르겠지만.메기 수염이 그릴과 헤드램프 사이로 뻗어있다바뀐 데 하나 없는 뒷모습내부는 좀 달라졌겠지 하는 생각으로 실내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모두에게 동등하게 흘렀을 3년이란 시간이 스파크에만큼은 주어지지 않았나 보다. 완전히 동일한 레이아웃에 새로운 요소라곤 하나도 없었다. 3년 전에는 리뉴얼 차원에서 봐줄 만 했던 아날로그 계기판과 흑백 LCD 모니터마저 그대로다. 남들은 계기판의 전면 디지털화에 나서는 중인데 혼자서만 느긋하다.레이아웃이 그대로다여전히 스파크엔 순정 내비게이션이 없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필수다. 쓴 지 2년 넘은 아이폰은 잠시라도 충전을 게을리했다간 배터리 경고 메시지가 뜨기 일쑤. 하는 수 없이 케이블을 연결해 카플레이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 이게 약간의 엇박자를 낸다. 한창 FM 라디오를 들으며 가다가 내비게이션 음성 안내로 전환되는 건 오케이. 다시 FM 라디오로 전환되길 기다렸지만 묵묵부답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일단 카플레이로 전환되면 수동 조작을 해야만 FM으로 되돌아간다. 평소 말수 적던 내비게이션 앱이 시승 중엔 왜 그리도 말이 많아지던지. 한번 입을 열 때마다 검지는 쉴 틈 없이 스티어링휠과 터치스크린을 오갔다. 결국엔 충전이 어느 정도 된 걸 확인하고 스마트폰에서 케이블을 뽑아버려야 했다.전기형과 똑같은 방식의 다이얼이 적용된 계기반하마터면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구석구석 염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변화는 뒷좌석에 숨어 있었다. 2세대 스파크 전기형 모델은 5인승이지만 가운데 자리 탑승객을 위한 헤드레스트가 없어 사실상 4인승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서야 야트막한 헤드레스트가 뒷좌석 한가운데 봉긋 솟아올랐다. 늦게나마 다섯 번째 탑승객의 목 건강을 챙긴 건 참 다행이다.알아서 멈추는 스파크큰 차가 대접받고 작은 차는 홀대받는 국내 도로 환경에서 경차는 늘 약자다. 경차라고 다 운전 미숙에 초보운전자가 타고 있을 리 만무한데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아는 경차 오너 중에는 레이서 출신을 비롯해 뛰어난 운전 실력을 갖춘 분도 있다. 이런 사실까지 알 필욘 없더라도 길 위에서는 방어 운전, 양보 운전이 기본이다. 그 기본이 유독 경차 앞에서 쉽게 무너지는 건 아마도 경차의 귀여운 외모를 운전자 성향에까지 투영하는 국내 운전자들의 과잉 해석 경향이 있어서일 거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그래서 경차에 필요한 게 안전 기능이다. 앞서 만난 다소 공격적 성향의 버스가 속도를 내 저만치 앞서 나가자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내 따라붙기 시작했다. 물론 따라가서 운전 기사에게 삿대질하려던 건 아니고 잠시 이성보단 감성이 운전에 깊이 관여했던 것. 신경질적인 운전은 앞차가 멈추는 걸 보고도 감속 타이밍을 뒤늦게 가져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순간 비매너 운전이 결국엔 사고를 부르는 건가 싶던 찰나, 스파크는 알아서 멈추는 재롱을 부렸다. 시속 60km 이하 주행 시 전방 차량과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작동하는 저속 자동 긴급 제동시스템이다. 이전 모델에 달려있던 전방충돌 경고 시스템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기특한 기능이다. 사실 경고만 해도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된다. 경고음 듣기 싫어서라도 앞차와 바짝 붙기 전에 알아서 속도를 늦추는 습관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늦게 속도 줄일 때를 포함,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일은 종종 벌어지기 마련. 따라서 체급을 막론하고 꼭 필요한 기능이다. 차선 이탈 경고시스템은 물론, 호시탐탐 추월을 엿보는 측후방 차량 감지 기능도 있어 든든하다.그나마 스탑앤스타트 기능이 기본 적용된 건 긍정적 변화다이오나이저 기능을 적용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시동을 켜고 있자니 생각보다 큰 진동이 실내로 전달된다. 심지어 여느 4기통 디젤보다 체감 진동이 심하다. 3기통 엔진의 한계일 것이다. 주행감은 어떨까? 연비를 위한 무단변속기 세팅, 게다가 조금 늦은 시점에서 발현되는 최대 토크에도 불구하고 초반 가속감이 나쁘지 않다. 도심 주행에서 무난한 수준이다. 변속감 역시 자동변속기와 흡사하다. 스파크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장점은 73%의 초고장력 강판 및 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 단단한 차체를 바탕으로 고속주행이나 코너링 시 노면에 단단히 붙어 달리며 체급을 넘어선 안정감을 제공한다.상품성 전반은 나쁘지 않다. 경차라면 필수여야 할 안전기능을 보강한 것도 무엇보다 좋다. 다만 2018년과는 어울리지 않는 디테일이 거슬린다. 안전 기능만 내세우기보다는 실제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게 뭔지 고민을 좀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3기통 가솔린 엔진이 얹힌다 글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응답하라 1984] 기아 봉고 프런티어 4WD 2018-07-20
기아 봉고 프런티어 4WD 지프 부럽지 않은 다목적 오프로더 ※본 내용은 자동차생활 2000년 기사를 발췌한 것입니다   산간에서 농사를 짓거나 버섯재배, 양봉 등을 하는 사람에게는 SUV보다 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네바퀴굴림 트럭이 훨씬 쓸모가 크다. 이런 차로는 그동안 기아 세레스가 유일했으나 99년 10월 봉고 프런티어 4WD가 더해졌다.디자인은 일반형과 같지만 바퀴의 허브가 보통차가 아님을 증명한다. 세레스보다 덩치가 커 좁은 농로를 다니기 불편하지만 성능과 편의성이 훨씬 뛰어나다. 현재 세레스와 프런티어 4WD가 함께 팔리고 있다. 키 8cm, 최저지상고 4cm 높아져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공터에 차를 세우고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달라진 장식 테이프와 4WD 로고가 표정을 살려 준다. 사이드 스커트는 2WD 모델보다 짧고 검정색 휠하우스를 덧댔다. 지상고가 4cm 올라가면서 차체와 바퀴 사이의 공간이 많이 떠 가린 것이다. 차체(장축)는 키만 8cm 커졌다. 4WD 모델에는 경운기처럼 양수기나 탈곡기를 돌릴 수 있는 동력인출장치(PTO)가 옵션으로 마련된다. 야간작업등(옵션)도 있어 늦게까지 일할 때 도움이 된다. 요즘 트럭은 세미 보네트식이어서 앞쪽에서 워셔액을 넣는 등 일상점검을 할 수 있다. 세레스를 타던 사람이 프런티어 4WD로 바꾼다면 편리함을 피부로 느낄 것이다. 적재함에 달리는 로프 고정용 고리는 예전보다 숫자가 늘었다. 짐을 단단히 묶을 수 있고 줄이 빠지지 않도록 후크 끝을 둥글게 만들었다.​​ ​​​짐칸 아래 배터리 앞쪽에 달린 주황색 부품은 연료필터다. 여과면적이 큰 롤타입이어서 추운 날씨에도 시동이 잘 걸리고 배기개스가 덜 나온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에는 언더커버가 씌워져 있어 비포장길에서 돌멩이가 튀어도 깨질 염려가 없다. 덮개 때문인지 외부소음이 줄어든 느낌이다. ​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탄탄한 시트   운전석에 오르면서 높아진 지상고를 실감할 수 있다. 4cm의 차이가 꽤나 큰 것 같다. 탁 트인 시야는 키큰 차의 최대장점. 2000년형은 사이드 미러가 15cm 내려가고 보디쪽으로 2.5cm 들어와 주변을 넓게 비친다. 고급형에는 무광택 우드 그레인이 달리고 소형 승용차에서는 보기 힘든 키홀 조명까지 있다. 컵홀더(2개)는 필수품. 비상 스위치가 핸들 칼럼에서 대시보드쪽로 옮겨간 것도 눈에 띄는 개선점이다.​​ ​실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은 시트다.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단단히 받쳐 주어 운전시간이 긴 오너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시트커버도 은은하게 바뀌어 보기 좋다. 사람이 잘 타지 않는 중간시트는 접어서 사물함으로 쓸 수 있다. 시트 뒤에 가방이나 작업도구를 놓는 공간(킹캡)이 있고 바로 위 천장에는 형광등이 달려 밤에 물건 찾기 편하다.​​ ​엔진 파워 풍부하지만 승차감 떨어져    시동키를 돌렸더니 디젤 특유의 소음이 요란하다. 엔진이 시트 밑에 놓여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여름철 시트 밑에서 올라오는 열도 골칫거리. 2000년형은 방음과 방열에 신경썼다지만 몸으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3.0X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이 2WD보다 2마력 낮은 90마력이다. 배기량이 작은 2.7X 디젤 82마력은 2WD에만 얹힌다. 1천700kg의 둔중한 몸에는 82마력짜리 엔진이 약하다. 달리기 성능은 저속에서 고속에 이르기까지 예전에 타본 2WD 모델과 다를 것이 없다. 키가 껑충해졌지만 좌우 바퀴의 간격이 늘어 달릴 때 불안하지 않다. 시속 70∼80km가 달리기 제일 편한 속도. 시속 110km까지는 주춤거림 없이 달려낸다. 파워가 세레스와는 비교가 안되고 현대 포터보다 높다. 뻥 뚫린 도로에서 내본 최고시속은 125km. 2WD보다는 5∼10km 낮다. 5단 수동 트랜스미션은 변속감이 좋은 편이나 4단에서 5단 연결이 매끄럽지 않다. ​  트럭은 보통 뒤쪽에 타이어를 두개씩 달지만 4WD 모델은 하나씩만 달려 노면소음이 작다. 대신 제동력은 떨어진다. 승차감은 당연히 좋지 않다. 빈차일 때는 돌멩이만 밟아도 요동을 친다. 피칭(앞뒤 흔들림)과 진동이 심해 고속 달리기도 부적당하다. 2000년형은 뒤 리프 스프링을 조정하고 앞뒤 댐퍼의 감쇠력을 높여 그나마 조금 낫다.  SUV 능가하는 험로 주파력   전날 내린 눈이 하얗게 쌓인 산길에서 성능을 체크해 보기로 했다. 사고라도 나면 끌어내기 위해 갤로퍼를 대동해 갔지만 프런티어가 구조차보다 더 잘 달렸다. 프런티어 4WD의 최저지상고는 19.5cm. 세레스(20cm) 및 SUV와 거의 같아 장애물 앞에서 주춤거릴 필요가 없다. 포터 농촌형(2WD 고상모델)보다 1cm 더 높다. 차를 세운 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에 놓고 트랜스퍼 기어를 4L로 옮기자 계기판에 네바퀴굴림 표시가 나타난다. 달리면서 굴림방식을 전환할 수 없어 아쉽지만 이 추운 겨울에 바퀴 허브를 손으로 잠글 필요가 없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갤로퍼처럼 4WD에서 2WD로 바꾼 뒤 후진할 필요도 없다. 미끄러운 눈길에서는 4L 2단 출발이 기본이다. 액셀 페달을 밟자 보통차라면 헛바퀴를 굴릴 상황이지만 힘찬 구동력을 발휘한다. 서서히 움직여 고랑을 지나고 돌을 타넘는 모습이 듬직하다. 언덕 오르기는 갤로퍼를 능가한다. 오르막과 내리막, 요철을 통과하는 능력으로 보아 아주 험한 길도 잘 달려낼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문제는 회전반경(5.8m)이 크다는 점이다. 길이 4천675mm의 장축모델이지만 2WD 초창축형(5천30mm)보다 회전반경이 50cm나 크다. 좁고 굽어진 길을 많이 달리는 차에는 중대한 결점이다. 5인승 더블캡도 나와   프런티어 4WD는 932만∼935만원으로 2WD 모델보다 37만∼192만원 비싸다. 세레스보다는 값이 280만원 정도 높지만 월평균 500대씩 팔렸던 세레스 판매는 1/5로 줄고 프런티어가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프런티어 4WD와 세레스는 같이 팔리고 있지만 세레스는 2000년 배기개스 규정을 통과하지 못해 10월부터는 수출만 한다. 시승 결과를 정리하면 프런티어 4WD는 온로드도 그런대로 달려내고 험로 주파력은 아주 뛰어나다. 눈길도 안전하게 달려냈다. 실내구성도 부족함이 없다. 얼마전 5인승 더블캡(1천45만원)이 나왔으므로 패밀리카를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글·김기경 기자 사진·김동현 기자 
[롱텀시승기 5회] BMW 서비스 센터 나들이 2018-07-18
서비스 센터 나들이BMW 서비스 센터는 방문할 때마다 서비스 품질이 제각각이다.자동차도 결국은 소모품이다. 각종 오일류와 소모품을 제때 교환하지 않으면 서서히 망가진다. 차에 들어가는 소모품은 종류도 다양하고 교환주기도 제각각. 그래도 BMW를 비롯한 몇몇 수입차 브랜드 오너들은 비교적 편리하게 차 관리를 할 수 있다. 신차에 제공하는 무상 소모품 교환 서비스(BMW BSI, 벤츠 ISP 등) 덕분이다. 물론 이 역시 신차 구입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만 말이다.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의 만족도가 높지만 수입차 서비스 센터가 제공하는 정비 서비스 평가 자체는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 특히 몇몇 수입차 브랜드는 잦은 고장과 형편없는 서비스 때문에 신차 판매에 악영향을 줄 정도. 6년째 BMW를 타고 있는 필자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쉽지 않다. 크게 불쾌했던 경험은 없지만 서비스 품질이 방문 때마다 매번 달랐기 때문이다.많은 차들로 붐비는 서비스 센터편하면서도 불편한 서비스 예약 앱예전에는 전화로만 정비 예약이 가능했는데, 통화 연결이 어려워 제때 예약을 하지 못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BMW 플러스 앱으로 정비 예약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앱에서 방문하고자 하는 서비스 센터를 선택하고 필요한 서비스 항목을 고르면 된다. 예약 가능한 항목은 경정비와 소모품 교환으로 한정하고 있다. 단점으로는 예약한 서비스 이외에 추가적인 정비는 받을 수 없다는 것. 예전에 필자는 앱을 통한 추가 요청사항으로 문짝에 잡소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몰딩이 닿는 차체 쪽에 테이핑 서비스를 부탁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를 담당하는 팀이 메인 정비 팀과 다르다며 그것만 받지 못하고 돌아왔다. 만약 두 개 이상의 정비 서비스를 받길 원한다면 유선 상담 후 예약을 해야 한다. 최근에 서비스 센터를 방문한 이유는 엔진오일 교환, 전조등 프로그램 업데이트, 연료탱크 온도 센서의 리콜을 받기 위해서다. 어느 브랜드나 마찬가지지만 BMW 역시 서비스 센터별로 예약 대기 기간이 크게 다르다. 필자가 방문하려던 곳은 가장 빠른 입고 일정이 엔진오일 서비스가 나흘 뒤, 전조등 프로그램 업데이트가 한 달 뒤, 연료탱크 온도 센서 리콜이 넉 달 뒤였다. 참고로 전조등 프로그램 업데이트는 죽은 기능을 다시 살리기 위함이다. 필자의 2017년식 5시리즈는 하드웨어가 해당 기능을 지원하지만 소프트웨어로 막아둔 상태.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있다. 물론 도심에서 주로 운행하므로 자동 상향등 기능이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왕이면 차에 탑재된 모든 기능이 작동했으면 하는 게 오너의 바람일 터. 이에 소요되는 정비 시간은 온종일이며 아침에 일찍 입고해서 저녁에 출고하거나 하룻밤을 재우고 다음 날 찾아야 한다고. 또한 연료탱크 온도 센서 리콜은 일정을 따로 받고 있으며 현재 갖고 있는 부품도 없어서 대기기간이 무척이나 늘어지는 모양이다. 운행에 위험이 따르기에 진행하는 리콜일 텐데, 넉 달 뒤에나 서비스가 가능하다니 실망스러운 처사다. 가장 시급한 엔진오일 교환은 원하던 날짜에 예약할 수 있었다.정비 항목마다 크게 다른 서비스 대기 기간예약 당일. 필자는 예약 시간에 늦지 않게 서비스 센터에 도착했다. 고객 대기실은 여전히 넓고 쾌적했다. 고객 대기실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 그곳에서 주는 망고주스를 마시며 10분을 기다린 끝에 어드바이저와 상담에 들어갔다. 필자는 실내 청소를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예전에 타던 구형 5시리즈가 이곳에서 해준 실내 청소 때문에 실내에 커다란 흠집이 생겼기 때문이다. 입고 뒤 1시간 50분이 지나자 작업 완료를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다. 다시 어드바이저와 만나 작업 내역과 전반적인 차량 점검 결과를 안내받았다. 다년간 서비스 센터를 다녀온 경험에 의하면 오늘은 보통 정도에 해당한다. 고객 대기실에서 전시된 BMW 액세서리와 라이프스타일고객 대기실에 준비된 다과류와 TV를 볼 수 있는 휴게 공간이 곳에서 상담을 나눈다.그동안 여러 군데를 다니며 느꼈던 만족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 의해 결정됐다. 첫 번째는 예약하는 과정과 대기기간이다. 경정비에 속하는 엔진오일 교환은 4일 뒤에 작업이 가능하지만 리콜은 무려 4개월이나 기다려야 하기에 무척이나 아쉬웠다. 물론 서비스 센터별로 예약 가능 일정이 다르므로 만약 빠른 서비스를 원한다면 상대적으로 차량 입고가 드문 다른 센터를 알아보면 된다. 그래도 4개월이라니 너무했다. 두 번째는 작업시간이다. 간혹 정확한 시간에 입고했음에도 시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오늘은 큰 지연 없이 약 2시간 만에 끝났으니 빠른 편에 속한다. 사실 오늘 서비스는 가장 기본적인 경정비이므로 서비스 품질을 평가할 만한 사례로 삼기 어렵다. 그래도 최근 필자가 경험한 서비스 품질은 대체로 흡족했고, 그간 불편하다 느꼈던 점들도 많이 개선되었다.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항상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 센터가 되기를 희망한다.작업이 완료되어 출고를 기다리는 차들클리어 도장막 품질 불량 문제로 샌딩과 더불어 광택을 진행했다글, 사진 김준석
[롱텀시승기 5회] 푸조 206 영입기: 펠린 룩의 뿌.. 2018-07-17
푸조 206 영입기: 펠린 룩의 뿌리를 찾아서명차란 무엇인가? 최고급 물소 가죽을 두르고 12기통 엔진을 얹은 뒤 빌딩 한 채 가격표를 붙인다고 해서 모든 차가 명차가 되지는 않는다. 가격 여하와 상관없이 긴 세월을 관통하는 하나의 뚜렷한 가치관이 있는 차를 우리는 명차라 부른다. 매일 출퇴근 용도로 쓰이는 우리의 애마도 명차라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 208의 새 친구는 그런 ‘명차의 자격’을 증명하는 대선배 모델이다.모든 것은 어느 무료한 날의 점심시간으로부터 시작됐다. 유독 할 일이 없었던 3월 어느 날, 재미있는 매물이 있나 찾아보기 위해 중고차 사이트에 들어가 본 게 화근이었다. 연식 15년 이상 수입차로 필터를 걸어놓고 한참 스크롤을 내리던 도중, 눈에 띄는 매물을 한 대 발견했다. 유난스러운 오렌지색의 206 해치백이었다.모름지기 206이라 하면 저렴한 가격의 하드톱 컨버터블로 2000년대 초 컬트적 인기를 끌었던 206CC, 그리고 랠리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와인딩 머신인 206RC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14인치 휠이 끼워진 5도어 206이라니 관심이 동할 만도 했다. 게다가 2001년식 임에도 10만km도 되지 않은 주행거리며, 쨍한 오렌지색이며 제법 마음이 갔다.이 귀여운 206을 내 주변에 두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푸조의 매력을 전파(?)하겠다는 생각에 올드카에 관심 있는 지인들에게 장난감으로 영입하길 제안했지만 반응은 시큰둥했다. 보통은 그러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 차를 잊었겠지만, 미련이 쉬 가시질 않았다. 여기에 가격이 쐐기를 박았다. 처음 매물 광고를 본 지 불과 두세 시간 만에 판매자가 가격을 25%나 내린 것. 이쯤 되자 운명론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었다. “이건 운명이야, 이 차는 내가 사야겠어.”단숨에 대구까지 내려가 차를 살펴봤다. 여기저기 문콕이며, 까진 곳이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줬지만, 50cc 스쿠터보다 싼 가격을 생각하면 시동 잘 걸리는 것만으로도 값어치를 한다고 느껴졌다. 결국 그 길로 계약서에 사인하고, 새 식구와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 208을 데려온 지 불과 두 달 만에 내 이름이 새겨진 차를 또 한 대 들였다.‘썩차’와 ‘올드카’, 그 사이의 스토리원래 나는 올드카를 좋아한다. 출퇴근 때문에 208을 샀지만 그 전에 타던 E39 5시리즈 역시도 진작에 대학에 입학했을 나이인 스무살이다. 신차보다 불편하긴 해도 제조사의 개성과 고집이 또렷했던 과거의 차들을 타다보면 신차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저마다의 철학을 몸소 느낄 수 있다는 게 올드카의 매력이다. 206 역시도 시작은 비슷했다. 208을 타면서 새롭게 보게 된 푸조가 원래 어떤 지향점을 갖고 차를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 덜컥 가져왔지만, 주변에 타는 사람도 본 적이 없고 국내 정보도 드물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급한 대로 인근 서비스 센터와 구형 푸조 잘 보기로 소문난 사설 공업사 몇 곳을 수소문했다. 차대번호를 불러주고 정비 이력이나 히스토리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서비스 센터에서 발자취를 찾았다. 서울과 대구에서 몇 차례 경정비를 받은 이력을 확인한 것. 만일에 대비해 7만원을 주고 순정 스페어 키도 하나 맞췄다.예거에서 만든 계기판은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작동불량이라 정비가 필요하다그러던 중 한 공업사에서 이 206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이 지긋한 정비반장님이 “이야, 이 차가 아직도 살아있네!”라며 자연스럽게 과거사를 읊어줬다. 사연인 즉, 이 차는 2001년 한국에 수입된 직수입 차량이자 국내 최초로 등록된 206이었다. 1997년 IMF 위기로 당초 수입원이었던 동부 푸조가 사업을 철수하고 2003년 한불모터스가 출범할 때까지 푸조는 국내 공식수입원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동부 푸조와 제휴해 A/S를 담당하던 한 공업사에서 몇몇 차종을 직수입해 왔단다.2001년에는 국내 첫 인증을 위해 206 수입을 준비 중이었는데, 한 고객이 자신이 1호차를 사겠노라며 특별주문을 넣었다. 오렌지 컬러나 희한한 설계의 파노라마 썬루프도 그런 특별 옵션이었다. 하지만 최초 주문 고객은 차량이 수입될 즈음 종적을 감췄고, 주인 없이 붕 떠버린 차를 한 노부부가 구입했다고 한다.2001년식 소형차에 파노라마 썬루프라니, 믿어지는가? 외장형 레일이 인상적이다노부부의 동네 마실용으로 쓰였던 차는 15년 간 불과 7만km여를 달렸고, 두 번째 차주가 1년 반 동안 서울과 대구를 오가는 데 쓰다가 올해 초 대구의 매매상사에 매각됐다. 그리고 그 차를 우연히 발견한 내가 세 번째 주인이 된 것이다. 이런 특별한 스토리는 나는 물론 차를 팔았던 상사에서도 전혀 모르는 내용이었다.한낱 낡은 소형차에 불과했던 206의 히스토리를 듣자 애정이 빠르게 차올랐다. 자동차 기사에서나 보던 ‘국내 1호차’를 내가 갖고 있다니, 제법 짜릿한 일이다. 조금 전까지 ‘썩차’에 불과했던 206은 감춰져 있던 스토리와 더불어 ‘올드카’로 탈바꿈했다.푸조 차에 컵홀더 찾기가 하늘에 별따기인 건 예나 지금이나...세월을 관통하는 프렌치 해치백의 가치이 우연찮은 만남도 인연이라고, 최소한의 요소만 손봐 종종 세기말 감성을 즐기고 싶을 때 타기로 했다. 성공한 사회인을 위한 비즈니스 세단인 5시리즈와 달리 206은 당대 유럽의 가장 평범한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차다. 20년째 푸조의 핵심 디자인 코드로 자리잡은 ‘펠린 룩(feline look)’를 처음 선보인 차이자 합리성과 준수한 성능, 다양한 엔진 및 차체 라인업으로 수 년 간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때문에 206을 타 보면 유럽 소비자들이 가장 중시했던 자동차의 기본기가 무엇이었는지 느낄 수 있다.작은 차체와 조악한 실내 마감과는 대조적으로 주행 실력은 기대 이상이다. 차를 인수하자마자 해외직구와 푸조 서비스 센터의 노후 모델 부품 할인 캠페인을 통해 하체 부품 몇 가지를 주문해 교체했다. 덜그럭거리던 하체와 오일이 비치던 댐퍼만 새것으로 갈았을 뿐인데 부드러우면서도 예리한 코너링 감각이 살아났다.직구로 매우 저렴하게 부품을 구입해 하체 작업을 마쳤다14인치 타이어가 무색하게 기민한 움직임이며, 구식이지만 수동변속기처럼 빠르게 락업 클러치를 붙여 직결감을 높이고, 20년 전에 무려 레브매칭 기능까지 탑재한 4단 자동변속기에 이르기까지 본질적인 주행성능에 충실하고자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아무래도 낡고 불편해 자주 타지는 않지만 종종 208과 206을 번갈아 타 보면 17년의 연식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차를 아우르는 프렌치 해치백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다. 왜소한 몸집을 커버하기 위한 강렬한 디자인, 휠베이스를 한껏 늘려 실내공간과 적재함 공간을 극대화한 비례, 달릴 때 미소가 지어지는 충실한 기본기에 이르기까지. 시대가 바뀌어도 변치 않는 가치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대중차 역사의 한 귀퉁이를 장식할 명차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느낀다.206과 208의 나이는 17살이나 차이나지만, 그 속에 담긴 본질은 같다 글, 사진 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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